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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는 유전자 고장으로 고기맛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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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동물의 딜레마


최근 판다가 원래는 육식도 했지만 약 400만 년 전 감칠맛 수용체 유전자에 고장이 나면서 고기맛을 모르고 지금처럼 대나무만 먹게 됐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돼 화제가 됐다.(‘분자생물학진화’ 2010년 12월호)

사실 판다의 턱이나 이빨의 구조, 소화계 역시 여전히 육식에 적합하다. 판다가 속하는 곰과(科)의 동물들은 과일도 즐기지만 고기도 없어서 못 먹는다.

연구자들은 700만 년 전 판다의 이빨 화석을 분석해 이 녀석들이 이때부터 대나무를 먹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마 고기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점차 초식의 의존도가 심해졌고 마침내 감칠맛 수용체 유전자가 고장나도 사는데 지장이 없어지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기만 먹는 동물들은 단맛을 모를까.

그렇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단맛 수용체 유전자가 고장나 있다는 사실이 2005년 밝혀졌다. 과일에 풍부한 포도당, 과당의 맛을 모르니 이런 걸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고양이과는 개목(目)에 속하는데 같은 개목에 속하는 개과 동물은 단맛을 안다. 결국 육식동물 역시 어느 시점에서 초식의 맛을 잃어버린 셈이다.




● 미각의 개인차 커


물론 사람의 단맛과 감칠맛 수용체는 모두 다 온전하다. 우리가 풀뿌리에서 벌레, 상어지느러미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대는 잡식동물인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미각의 세계에 살고 있을까. 최근 연구들은 미각의 민감성은 개인 또는 집단에 따라 차이가 있고 이는 이들이 살아온 환경과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쓴맛 수용체. 다른 미각과 달리 쓴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약 30가지나 있는데 이는 쓴맛을 주는 물질의 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쓴맛은 먹으면 우리 몸에 해롭다는 신호인데 그런 물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쓴맛 수용체의 하나인 T2R16은 카사바라는, 전분이 풍부한 식물에 들어있는 글리코시드 분자의 쓴맛을 감지한다. 따라서 보통 사람은 글리코시드의 쓴맛 때문에 카사바를 그 자체로 먹기 어렵다. 한편 카사바를 그냥 먹으면 장 안에서 글리코시드가 소화되면서 세포독성이 있는 시아나이드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중앙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T2R16에 변이가 일어나 글리코시드의 쓴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알고 보니 이들은 이 일대에 만연한 말라리아에 저항력이 크다고 한다. 카사바의 글리코시드가 몸에 해롭지만 몸에 기생한 말라리아 원충엔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두 효과를 합치면 카사바를 그대로 먹는 게 차라리 나았던 것. 결국 T2R16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람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고 오늘날 이 지역의 유전자 분포에 반영된 것이다.

이런 개인차는 훗날 인류가 만든 문화에 대한 적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쓴맛 유전자 가운데 하나가 민감한 타입인 사람은 알코올이 유난히 쓰게 느껴져 좀처럼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 유전자가 둔감한 경우는 알코올에 취약하다. 한편 알코올 중독성에는 단맛 수용체 유전자의 민감도 차이도 관여하는 걸로 나타났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미각수용체가 혀나 구강에만 분포하는 게 아니라 장 속 세포에도 있다는 것. 뇌의 미각중추로 가는 정보는 어차피 혀나 구강에 있는 수용체에서 오는 걸 텐데(사탕을 내시경 같은 관을 통해 직접 위로 넣어주면 단 맛을 못 느낀다!) 왜 쓸데없이 장에도 미각 수용체가 있을까.

이들은 맛에 대한 정보를 혈당량을 조절하는 뇌의 중추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 몸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양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적의 해법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선택의 놀라운 힘인 셈이다.




● 사카린의 복권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은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인간 유해 물질’의 명단에서 뺀다고 발표했다. 1878년 소개된 사카린은 지난 30여 년 동안 발암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설탕보다 무려500배나 단맛이 강한 사카린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만 살찌기는 싫은 사람들에게 위안거리였다.

사실 인공감미료는 많은 식품에 널리 쓰이고 있는데 다이어트 콜라처럼 노골적으로 단맛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소주처럼 쓴맛을 가리려고 교묘하게 쓰이기도 했다. 지난 국감에서 우리나라 소주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들어있느냐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감각도 마찬가지지만 맛을 느끼는 미각은 우리 주변의 정보를 몸에 알려주는 매체이다. 정보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혀나 장 속의 수용체는 단맛이 실상(천연감미료)인지 허상(인공감미료)인지 구별하지 못한 채 반응해 같은 정보를 보낼 것이다. 사카린의 복권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이유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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