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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근무 개념을 바꾸다


《“자전거를 타지 그래요?” 호텔 직원은 교통체증으로 주차장처럼 차들이 멈춰선 도로를 손짓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직원은 기자가 “암스테르담 남쪽의 업무지구 ‘자위다스’로 가는 교통편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택시 대신 자전거를 권했다. 자위다스는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약 7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호텔 직원은 “출퇴근 시간 때 택시로는 40분 넘게 걸려도 자전거로는 20분이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충고에 따라 자전거를 빌렸다. 지난해 12월 13일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어둑어둑한 출근길에 20분을 자전거로 달렸다. 교통정체로 멈춰선 차들을 수백 대는 추월한 것 같았다. 도착한 곳은 ‘브라이트시티(Bright City)’. 자위다스 업무지구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였다.》






 



○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스마트워크센터


브라이트시티는 굳이 교통체증으로 번잡한 도심으로 진입하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는 일종의 빌려 쓰는 업무공간이다. 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설비와 복사기, 팩스, 문서파쇄기 등 각종 사무기기는 물론 화상회의실과 발표장,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까지 갖춰 놓았다. 네덜란드 전역에서 약 100개에 이르는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는 더블유(Double U) 컨소시엄의 아네마리 판도른 의장은 자전거를 타고 와 땀을 흘리는 기자를 보더니 “우리의 목표가 바로 전 국민이 자전거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스마트워크센터를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첫 스마트워크센터는 2008년 9월 암스테르담 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알메러 시(市)에 생겼다. 알메러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암스테르담에 직장을 갖고 출퇴근을 하며 매일 3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냈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은 것이다. 처음에는 알메러 시는 물론이고 HP와 시스코 같은 참여 기업들도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다. 재택근무도 아니고 사무실에 나가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스마트워크센터가 문을 열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직원들은 의미 없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아했고, 기업들은 땅값이 비싼 암스테르담에 사무공간을 늘릴 필요성이 줄어들어 환영했다. 암스테르담과 알메러 시는 골치 아픈 교통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됐다.

알메러 시의 사업 성공은 암스테르담 시를 움직였다. 암스테르담 시는 시스코와 IB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및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ABN암로 등 다양한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여 민관 합작회사인 더블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합작회사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약 2년 만에 100개가 넘는 스마트워크센터를 암스테르담과 알메러, 헤이그 등 인근 도시에 만들었다. 한국이나 일본,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일부 운영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 인프라를 갖춘 곳은 암스테르담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판도른 의장은 “스마트워크센터가 성공하려면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하더라도 가까운 곳에 여러 개의 센터가 있어 이를 번갈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 방법도 편리하다. 더블유는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이동하면서 스마트워크센터를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활용해 가까운 스마트워크센터를 찾아주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용료는 1시간에 10∼25유로(약 1만5000∼3만7500원) 정도지만 장기 계약을 하면 월 100∼200유로(약 15만∼30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 직장상사 빼곤 다 있다


스마트워크센터를 도입한 것은 처음에는 교통체증 해결 때문이었지만 성공의 비결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요즘 직장인은 노트북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카페와 식당 등 언제 어디서라도 업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시끄러운 환경과 물품 도난 우려 등이다. 암스테르담의 스마트워크센터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 ‘움직이는 직장인’을 위한 업무공간이었다.

지난해 12월 14일 방문한 암스테르담 시내의 스마트워크센터 ‘스페이스’는 17세기에 지어진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장소다. 디자인도 고풍스럽지만 도심 한가운데 있어 암스테르담을 찾는 외국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도 오른쪽 회의 공간에서는 미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무역업을 한다는 아이만 레온 씨가 노트북을 펼쳐 놓은 채 영어로 미국의 동료와 통화 중이었다. 레온 씨는 “업무 약속도, 묵고 있는 호텔도 모두 암스테르담 도심에 있기 때문에 출장을 올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 시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근로자의 20%는 적어도 한 달에 이틀(16시간) 이상을 회사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근무한다. 새로운 업무 형태가 보편화된 것이다.

시스코의 바스 보르스마 이사는 “스마트워크가 보편화돼 팀원들의 얼굴을 직접 보는 대신 화상회의와 e메일로 회의를 대체하게 되자 자연스레 업무 지시가 구체적이고 명확해졌다”며 “친밀감은 다소 줄어든 것 같지만 직원 평가를 개인감정보다 성과 중심으로 하게 돼 업무 효율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 레스토랑, 이벤트홀, 육아시설도

 

자료
100개가 넘는 네덜란드의 스마트워크센터는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주변 위성도시 사이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한다. 이런 스마트워크센터는 저마다의 ‘개성’을 강조한다. 개별 스마트워크센터가 별도로 운영되는 독립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성을 살려 ‘더 일하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위다스 업무지구의 스마트워크센터 ‘브라이트시티’는 근사한 레스토랑과 이벤트홀이 특징이다. 암스테르담의 첨단 업무지구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지리적인 장점을 활용해 투자자 미팅을 위한 고급 레스토랑을 만들고 다른 기업들에 제품을 발표하기 위한 장소인 이벤트홀을 갖춘 것이다. 스마트워크센터는 벤처기업이나 예비창업자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다른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돕기 위한 배려다.

반면 암스테르담 도심에 위치한 ‘스페이스’는 17세기에 건축된 5층 건물을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각 층의 넓이가 그리 넓지 않다. 레스토랑이나 이벤트홀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조다. 그래서 이곳은 1층에 회의를 위한 테이블을 여럿 놓고 2층부터 5층까지는 벤처기업들에 사무실을 빌려 준다.

알메러 시에 처음 만들어졌던 스마트워크센터는 육아시설로 인기를 끌었다. 암스테르담의 위성도시에 자리 잡은 특성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위트레흐트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 ‘이글루’는 그림과 나선형 계단 등으로 예술가들의 스튜디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아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암스테르담=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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