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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을 초기에 막아야 하는 수학적 이유






지난 11월 29일 안동에서 첫 발생한 구제역은 9일 두 곳이 추가돼 전국적으로 116곳으로 확산됐다. 지금까지 매몰한 소와 돼지만 128만 마리가 넘는다. 국가재앙이라 할만하다. 정부는 대규모 인구이동이 있는 설 이전에 구제역의 고삐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8일 전주에서 열기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집회를 둘러싸고 민주노총과 전북 축산인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민주노총은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집회 자제를 촉구한 축산인들의 호소에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이동하는데 집회 때문에 상황이 달라질 건 없다”며 6일까지도 강행의지를 밝혔지만 7일 “지역농민의 걱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집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다행스런 일이다.

얼핏 생각하면 바이러스의 이동을 완벽히 막지 못한다면 확산은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는 전국으로 퍼질 것 같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한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완벽하게 봉쇄된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과거 여러 차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AI) 확산을 중간에 차단하는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사진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


이런 의문에 명쾌한 답을 주는 수학 이론이 있다. 침투이론(percolation theory)이 그것으로 영어 percolation은 모래에 물이 스며드는 것 같은 현상을 뜻한다. 침투이론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단위체 사이의 연결 정도가 네트워크 형성 여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이를 구제역이나 AI에 적용하면 농장이 단위체가 된다. 농장 사이에 바이러스가 전염되면 두 단위체가 연결된 것이고 전국의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면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형성된 것이다. 결국 구제역 방역은 농장 사이의 네트워크 형성을 막느냐 허용하느냐를 둘러싼 싸움이다.

구제역 확산 여부를 침투이론으로 시뮬레이션해보자. 물론 이론은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단위체(농장) 하나당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바이러스가 전파할 수 있는 단위체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인근 단위체로 바이러스가 전파할 평균확률을 평균결합확률(p)이라고 부른다. 평균결합확률이 0이라면 당연히 구제역은 발생한 농장에서 종료된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다.

이제 결합확률을 0.1씩 높이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보자. 얼핏 생각하면 p가 증가할수록 비례해서 연결된 네트워크가 커질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p=0.4일 때 까지는 국부적으로만 번질 뿐 전체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p=0.5가 되면 연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물론 p=0.5가 넘어 값이 커질수록 전체 네트워크가 더 빨리 형성된다.

따라서 네트워크 형성(구제역이나 AI의 전국적 확산) 여부의 결정적인 분기점은 0.4와 0.5 사이의 p값이다. 이를 침투임계확률(pc)라고 부르는데 이 모델의 경우 0.5다. (침투이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2009년 5월호 112쪽 ‘침투이론, 산불 전파에서 메뚜기 떼 형성까지 설명’ 참조)

물론 현실은 수학이론과 다르다. 인구이동이 잦고 자동차 같은 장거리 운송수단이 있어 한 농장에서 퍼질 수 있는 농자의 수는 네 곳 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침투이론에 따르면 방역의 성공여부는 완전차단이나 아니냐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수준을 넘느냐 아니냐에 있다.

혹한으로 바이러스 차단이 쉽지 않은 현재 상황이 침투 임계확률보다 바로 아래에 있다면 이번에 민주노총이 보여준 결단이 구제역 확산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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