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연구소

척척박사 연구소과학이야기제목별로 보기해설이 있는 과학

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맘에 안 드는 상대와 결혼할 때 일어나는 일들






지난 설 연휴, 몸은 편했을지 몰라도 마음은 불편했을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결혼할 때를 놓친 미혼 남녀들이다. 이들(기자를 포함해서)이 집안 어른들께 들었을 말씀들.

“그만 골라라. 사람 다 거기서 거기다.”
“옛날엔 얼굴도 모르고 결혼해도 잘만 살았다.”
“너 나이 먹는 걸 생각해야지….”

한해 두해 세월이 가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말까지 들으면 ‘추석엔 해외여행이라도 가야지’ 하고 결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래, 어른들 말씀이 맞긴 하지’ 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일부일처제의 불가피한 귀결


여성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사실 배우자를 고르느라 고민하는 건 주로 여성들이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일부일처제를 채택하는 동물들에서 보편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어떤 배우자를 택하느냐가 어떤 새끼를 낳고 어떤 환경에서 기르느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훨씬 야만적인 제도 같지만 선택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다처제(하렘)가 암컷(이제부터는 다 동물로 생각하겠다)에게는 속편하다. 수컷끼리 죽어라고 싸워 가장 뛰어난 녀석이 암컷들 모두를 차지하므로 암컷의 입장에서는 ‘평균 이상’의 씨(유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여성들 모두 ‘까도남’ 현빈의 아내가 되는 셈이다.

아무튼 현실은 일부일처제. 그렇다보니 배우자에 만족한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살면서 정이 들겠지.’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왕립학회보B'에 실린 논문을 보면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정리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호주 맥커리대 사이먼 그리피스 교수팀은 일처일부제인 호금조(Gouldian finch)를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호금조는 다양한 색상의 깃털이 아름다운 새로 머리의 털이 빨간 종류와 검은 종류가 있다. 그런데 암컷은 머리색이 같은 수컷을 선호한다. 연구결과 머리 털 색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이 새끼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색이 다른 부모에서 태어난 새끼는 사망률이 40~80% 더 높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 조건에서 짝짓기 실험을 했다. 큰 새집에 암수 새들을 수십 마리 넣고 짝을 찾게 하거나(자유선택) 작은 새장에 암수 한 마리씩을 넣었다(강제짝짓기). 이 경우 가능성은 4가지다. 맘에 드는 짝 선택, 맘에 안 드는 짝 선택, 맘에 드는 짝 배당(?), 맘에 안 드는 짝 배당.

연구자들은 각각의 경우에 대해 암컷이 첫 번째 알을 낳는데 걸리는 기간을 조사했다. 그리고 짝이 정해진 뒤 12시간 뒤와 두 번째 알을 낳았을 때(수주 뒤)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코티코스테론)의 수치를 조사했다.

맘에 드는 짝을 택한 암컷들은 만난 지 평균 25일 만에 첫 알을 낳았다. 반면 맘에 안 드는 짝을 선택한 암컷들은 평균 54일로 2배가 넘었다. 게다가 혈중 코티코스테론의 수치도 두 시점 모두 맘에 안 드는 짝을 선택한 암컷들이 3배나 더 높았다. 이런 경향은 짝을 지정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즉 내가 선택을 하던 어쩔 수 없던 간에 맘에 안 드는 짝을 만날 경우 생식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높아진다는 말이다.

짝을 맺은 뒤 12시간 뒤 잰 코티코스테론 수치는 수컷의 행동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수컷에 대한 암컷의 태도가 반영된 결과다. 즉 이런 상대와 부부가 된 게 맘에 안 든다는 말이다. 놀랍게도 이런 마음 상태는 함께 산 지 수주일이 지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때를 놓치면 선택의 여지 없어져


요즘은 ‘고르고 고르다’ 아예 혼자 살겠다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대다수는 나이가 들수록 ‘눈을 낮추기’ 마련이다. 이런 변화는 새들도 마찬가지다. 흩어져 살다가 짝짓기 철에 번식지로 몰려오는 딱새의 경우 수컷들이 미리 와서 둥지자리를 마련한다.

흥미롭게도 일찌감치 도착한 암컷들조차 방문하는 수컷의 수는 10마리를 넘지 않고 보통 이틀 내에 짝을 정한다. 늦게 도착한 암컷들은 처음 만난 수컷과 짝을 맺거나 심지어 다른 종의 수컷을 선택하기도 한다. 마음이 다급해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황을 ‘나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making the best of a bad situation)’이라고 부른다.

안타깝게도 이번 실험결과는 나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예 짝짓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게 어떤 이점이 있기에 암컷들은 이런 고집을 부릴까.

연구자들은 이런 몸의 상태가 암컷이 여전히 더 나은 상대를 만날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맘에 안 드는 짝과 맺어진 암컷 새가 바람을 피우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일부일처제 새가 낳은 알의 평균 19%가 바람을 피워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즉 암컷은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만회하려 한다는 것.

예전에 배우 안성기 씨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한 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솔직하게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까도남’ ‘차도녀’로 눈만 잔뜩 높아진 시대. 매스미디어의 세례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불만에 찬 호금조’ 실험이 그저 새의 이야기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내과학상자담기  E-MAIL 프린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RSS

나도 한마디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목록


내 당근 보러가기

내 뱃지 보러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