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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소주 한잔-씀바귀, 식욕 높이고 다이어트도 도와






드디어 3월이다. 어느 해보다 춥고 긴 겨울도 마침내 저 멀리 물러나고 있다. 비록 이번 주에 꽃샘추위로 시위를 한다곤 있지만.

겨울이 너무 길고 지루해서일까. 봄이 되면 사람들은 오히려 입맛을 잃고 기운도 없다. 이럴 때 입맛이 돌게 해주는 봄나물이 달래, 냉이, 씀바귀다. 달래 냉이야 그렇다고 쳐도 씀바귀는 이름 그대로 꽤 쓴 풀이다. 아이들이 질색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씀바귀를 먹으면 입맛이 돈다니 모를 일이다.

흥미롭게도 서양에도 비슷한 맥락의 식습관이 있다. 식사 전에 한 잔 마시는 식전주(aperitif)가 그것으로 역시 식욕을 촉진한단다. 그런데 식전주로 즐겨 마시는 칵테일 마티니는 쓴 술이다.

드라이 진과 드라이 베르무트를 블렌딩해 올리브 열매 한두 개를 넣어 완성하는 마티니는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좋아하지만 독특한 향(화이트 와인에 허브가 가미된 리큐르인 베르무트에서 오는)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참고로 영어권에서 당분이 많아 맛이 단 술은 앞에 ‘sweet’를 붙이지만 당분이 없어 쓴 술은 ‘bitter’대신 ‘dry’를 쓴다.

우리도 보면 어르신들이 소주 한두 잔으로 반주를 하시는데 밥맛을 좋게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들 쓴 나물이나 술이 왜 식욕을 촉진할까. 쓴맛을 먼저 보면 다음에 먹는 음식이 상대적으로 달게 느껴져서일까. 아니면 그냥 술 한 잔 걸치려는 핑계일까.




●쓴맛이 식욕 호르몬 분비 촉진해


그런데 이런 오랜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가 되는 연구결과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1월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벨기에 루뱅카톨릭대 잉게르 데포르테 교수팀은 음식에서 쓴 맛을 내는 분자가 위 속에 있는 쓴맛수용체에 결합하면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이 분비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식욕은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해 조절되는데 간단하게 요약하면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과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렐린은 위에서, 렙틴은 내장지방에서 분비돼 혈관을 타고 식욕조절센터인 뇌의 시상하부에 도달해 작용한다.

한편 맛수용체는 당연히 맛을 보는 혀에만 분포하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나 장에도 존재한다. 음식에 대한 정보인 맛을 음식 섭취와 소화의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물론 위나 장에서 감지한 맛의 정보는 뇌의 의식 영역으로 가지는 않는다.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쓴 액체를 위 속에 넣어준 쥐(쓴물 쥐)는 그렐린의 수치가 올라가 40분 뒤에 피크(약 2.2배)를 이뤘다. 처리 후 30분 사이에 먹은 음식량을 측정하자 위에 물을 넣어 준 비교군(맹물 쥐)에 비해 20% 더 많았다. 사람으로 치면 식전주가 그렐린 분비를 자극, 입맛을 돌게 해 그냥 물 한 잔 마신 경우보다 식사량을 늘린 셈이다.



 

 



●식전 소주 한잔이 다이어트에 도움


흥미로운 사실은 쥐가 먹은 음식량을 4시간까지 확인한 결과 처음 1시간까지는 쓴물 쥐가 더 많이 먹지만 그 뒤로는 식사량이 급격히 줄어 모두 합치면 오히려 더 적게 먹었다는 것.

왜 그런가 조사해봤더니 쓴 액체가 주입된 쥐의 경우 위 속의 내용물을 비우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식사 4시간 뒤 맹물 쥐는 내용물의 85%가 장으로 내려간 반면 쓴물 쥐는 52%에 그쳤다.

쓴물은 식욕을 높여 단기적으로는 식사량을 늘리지만 위가 비는 걸 늦춰 장기적으로는 식사량을 줄였던 것. 연구자들은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이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씀바귀나 식전주는 입맛을 돋우면서도 군것질 생각이 안 나게 하는 ‘일석이조’의 다이어트법이 되는 셈이다.

봄을 맞아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씀바귀 다이어트나 식전주(또는 반주) 다이어트를 해보면 어떨까. 설사 효과가 없더라도 최소한 부작용은 없을 테니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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