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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곰, 1년의 절반을 동면하는 이유






북아메리카에 사는 흑곰(black bear)은 대단한 잠꾸러기다. 1년에 5~7개월 동안 겨울잠을 잔다. 그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소변도 대변도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따뜻한 봄이 오면 조금 야위었을 뿐 몸에 전혀 아무 이상 없이 굴 밖으로 나온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흑곰이 1년의 절반이나 동면하며 지내는 동안 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자세한 연구결과가 이제야 밝혀졌다. 알래스카 대학의 연구팀이 흑곰의 생리현상을 처음으로 자세히 밝혀내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결과는 과학자들의 예상을 초월했다. 흑곰은 체온이 고작 5-6℃만 낮아지는데도 대사율이 무려 보통 때의 25%까지 떨어졌다. 심장박동도 평상시 1분에 55번에서 9번으로 줄었다.

그동안 높은 체온 때문에 흑곰이 겨울잠을 자는 동물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흑곰이 최고의 겨울잠꾸러기임이 확인되었다.

과학자들은 흑곰의 겨울잠 비결을 활용하면 SF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가능해지리라 본다. 인류의 질병치료와 먼 우주여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겨울잠 자는 흑곰 연구가 어려웠던 이유


몸무게가 100kg에 달하는 흑곰의 겨울잠은 자연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에 뼈나 근육이 영향을 받지 않아 과학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대신 우리에 갇힌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하려고 해도 이들은 자연 상태처럼 지속적으로 동면에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과학자들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서 작은 동물들만을 주로 조사했다. 작은 동물은 체온이 거의 얼기 직전까지 내려간다. 덕분에 일부 동물에서는 대사율이 평상시의 2%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작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체온과 대사율 간의 아주 깔끔한 공식을 구했다. 체온이 10℃ 떨어질 때마다 대사율은 50%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겨울잠을 자는 곰 역시 이 공식에 딱 들어맞을 것으로 짐작해왔다.

그런데 알래스카 대학의 동물생리학자 오이빈드 토이엔(Øivind Tøien) 박사 연구팀에게 행운이 찾아오면서 이 가설이 틀렸음이 판명났다.




● 실험대상, 안락사 할 운명의 흑곰 5마리


몇 마리의 흑곰(Ursus americanus)이 알래스카 거주민 지역에 가까이 나타났다. 알래스카 주 정부의 어류와 수생식물 자원을 담당하는 기관(Department of Fish and Game)은 이런 흑곰들을 포획해 안락사시킨다.

토이엔 박사 연구팀은 세상을 떠날 운명이었던 이들 흑곰 5마리를 손에 넣었다. 덕분에 이전에 그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흑곰의 겨울잠에 대한 장기 실험에 돌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흑곰의 체온, 심장박동수, 근육활동량을 재기 위해 라디오 송신기를 몸에 이식했다. 그런 다음 이들을 숲 속에 자연 거처와 비슷하게 꾸민 나무 오두막에 흑곰을 넣어두었다.

인공거처에는 적외선 카메라를 비롯해 산소와 이산화탄소 검출기,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았다. 이제 연구팀은 흑곰이 겨울잠을 자는 5개월 간 이전의 그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자, 흑곰은 기존의 작은 동물들에서 보였던 체온과 대사율 간의 관계가 전혀 맞지 않음이 드러났다. 흑곰은 체온을 고작 5-6℃만 낮추고도 대사율을 25%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흑곰의 심장박동수는 1분에 55번에서 9번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곰이 숨을 쉬지 않는 사이에는 20초 동안 심장이 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토이엔 박사는 “우리 심장이 이렇게 길게 뛰지 않을 경우 우리는 졸도하고 말 거다”고 말했다.




● 의료 분야와 우주여행에 활용될 전망


동면에서 깨어난 다음에도 연구팀을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흑곰은 체온이 38℃로 정상수준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대사율은 동면 후 3주 동안 보통 때의 절반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흑곰은 겨울잠을 잔 사이 근육과 뼈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겨울잠을 자는 흑곰은 겨울잠을 자는 다른 작은 동물들에 비해 인간에게 의미가 더 크다. 흑곰이 어떻게 겨울잠을 자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이 밝혀진다면 인간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질병치료에 활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심장마비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 인간을 동면에 들게 한다면 치료하는데 더 오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만약 현재 기술로 치료가 잘 안되는 불치병에 걸렸다면 치료기술이 등장할 때까지 환자를 잠재운다.

더 나아가 먼 우주로의 여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우주여행 시 우주비행사들을 잠들게 함으로써 우주여행에따른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언젠가는 곰을 모방한 동면 이야기가 SF에나 등장하는 게 아닐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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