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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까지 3시간, 지구가 좁아진다


| 글 | 이정아 기자


미래에는 개인용 비행기가 서울과 부산, 인천과 강원도를 한 시간 생활권으로 만들 것이다. 개인용 비행기는 자동운전, 자동차 변신기능 등 다양한 재주를 갖출 것이다. 먼 나라를 오고 가는 여객기는 어떨까.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2025년형 여객기 디자인을 공개했다. 미국 굴지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록히드 마틴, 노스롭그루먼에서 설계했다. 현재의 모습과 닮은 비행기도 있고 가오리 같은 모습도 눈에 띈다. 생김새야 판이하게 다르지만, 장거리 여객기가 추구하는 가치는 오직 하나다. 지금보다 더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사에서 공개한 미래형 여객기 모델 중 하나. 동체와 날개가 한 몸으로, 가오리처럼 생겼다.]




유럽의 대형 항공사 ‘에어버스’는 세계 항공업의 미래를 전망한 보고서 ‘에어버스가 만드는 미래’에서 세계 인구가 2050년에 지금의 2배가 되며, 비행기를 타는 승객 수만 매년 9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같은 비행 속도로는 전 세계 항공이 마비될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뉴욕까지 단 3시간, 마치 KTX를 타고 부산에 가듯이 빨리 가는 방법은 없을까. 10~20년 뒤면 이런 초음속 여객기가 상용화 될지도 모른다. 아침식사를 한 뒤 서울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에 사는 친구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출발하기 전에 도착한다
“3시간 만에 뉴욕까지 가고 싶다고요? 그럼 비행기가 음속(시속 약 1224km)의 4배, 마하4의 속도로 날아가야 합니다. 현재 기술로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동호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면 몸살이 난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음속을 넘나드는 대형 여객기를 만드는 것은 현재 기술로 그리 어렵지 않다. 40여 년 전에도 존재했다. 프랑스와 영국 과학자들이 1967년 공동으로 개발한 뒤 2003년 11월까지 런던과 파리, 북미 노선을 운행하던 초음속 비행기 ‘콩코드’다. 지금의 여객기가 음속의 80% 정도(시속 약 900km)로 나는 데 비해 콩코드는 음속의 약 2배(시속 약 2200km)로 날았다.



콩코드는 ‘태양보다 더 빠르다’는 광고문구로도 유명했다. 유럽과 북미대륙은 서로 5시간 시차가 나는데, 콩코드를 타고 대서양을 가로지르면 3~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후 5시 프랑스 파리에서 콩코드를 타고 미국 뉴욕에 가면 같은 날 오후 4시(뉴욕 현지시각)에 도착했으니 ‘태양보다 빠르다’는 말이 나올 법 했다. 하지만 콩코드는 ‘소닉붐’이 만드는 소음,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지적받아왔다. 더구나 비행사고가 잇따라 터지며 결국 퇴출되고 말았다.



소닉붐은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앞머리부터 뒤쪽으로 생기는 원뿔 모양의 충격파다. 비행기가 낮은 고도로 날고 있을 때 소닉붐이 생기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뿐 아니라 주변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질 수 있다. 이동호 교수는 “당시 미국에서는 콩코드를 뉴욕 공항에서만 착륙시켰다”며 “다른 내륙 도시와 달리 뉴욕은 바다 옆이라 소음을 견뎌야 할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콩코드는 높은 속도를 내기 위해 일반 여객기보다 더 많은 연료를 사용했다. 게다가 일반 비행기보다 높이 날기 때문에 오존층에 더 나쁜 영향을 끼쳤다.




차세대 비행기는 매끈한 가오리 몸매
21세기가 된 지금까지 왜 다른 초음속 여객기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을까. 콩코드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초음속 여객기를 만드는 것보다 초음속 여객기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국내외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더 빠르고 안전한 차세대 초음속 비행기 개발에 한창이다. 최근 발표되는 차세대 여객기들은 우주선처럼 둥근 몸에 주둥이만 튀어나왔는가 하면, 일반 여객기 두 대를 나란히 연결한 것처럼 생긴 것도 있다. 미국 최초의 스텔스 전폭기 F-117A처럼 가오리 모양도 있고, 콩코드처럼 뾰족한 몸체에 독수리 주둥이를 가진 것도 있다. SF영화에서 상상하듯이 제각각이지만 사실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몸이 넓적하고 주둥이는 뾰족하며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뚫려 있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들은 비행기가 초고속으로 날면서도 소닉붐을 작게 만든다.









[➊ 비행기가 음속에 도달하면 앞머리부터 뒤쪽으로 원뿔 모양의 충격파가 생긴다. 초음속 비행기가 지상 가까이에서 날면 건물이 흔들리거나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소음이 크다.

➋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소닉붐과 환경오염, 태평양을 건너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사라졌다.]













인하대 기계항공공학부 최동환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제시한 차세대 여객기 디자인은 쌍둥이 비누방울형(double-bubble)과 날개 동체 복합형(Blended Wing Body)인데 둘 다 몸이 넓적하다”고 설명했다. 몸을 넓적하게 설계하면 날개뿐 아니라 동체에서도 양력(뜨는 힘)이 생겨 엔진의 효율이 증가한다. 또 동체 안쪽의 공간이 넓어져 더 많은 승객과 짐, 연료를 실을 수 있다. 날개는 동체와 한 몸을 이루고 있지만 접히고 펴져야 한다. 이착륙 시에는 지금처럼 날개를 양옆으로 뻗어야 하지만, 초음속으로 날 때는 날개를 뒤로 젖혀 공기 저항을 줄여야 한다.



비록 몸체는 가오리처럼 넓적하게 생겼더라도 머리 부분은 뾰족해야 한다. 공기 저항을 줄여 소닉붐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다. NASA와 록히드마틴사가 설계해 2010년 6월에 공개한 초음속 항공기(47쪽 사진)는 주둥이가 뾰족하고 길어 갑오징어를 닮았다. 작은 날개가 뒤쪽에 달려 있다. 짧은 꼬리날개는 주 날개와 연결돼 있어서 소닉붐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비행기가 2030년쯤에 상용화될 것이며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항공기로는 두 시간 반이 넘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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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2007년 NASA와 보잉에서 개발한 연구용 항공기 X-48B는 동체와 날개가 합쳐져 엔진 효율이 높고, 꼬리날개가 없어 바람의 저항도 덜 받는다. 연료를 약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









[➋ 수직이착륙이 현실화되면 활주로가 짧아질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바다 위에 잠시 착륙할 수 있도록 배처럼 물에 떠 있는 활주로를 구상하기도 한다.]




엔진 설계가 관건… 우주로켓 기술도 응용
비행기가 빨라지려면 먼저 엔진이 달라져야 한다. 비행기가 초음속으로 날면 엔진 안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도 초음속이 된다. 촛불에 너무 강한 바람을 불면 불이 꺼지는 것처럼 비행기 엔진에 들어가는 바람이 지나치게 빠르면 연료가 타지 못한다.



엔진에 적당한 속도로 공기가 흘러들어가게 하는 것이 비행기 앞쪽으로 뚫린 공기흡입구다. 일반적으로 통로가 좁은 데에서는 공기 속도가 빨라지지만, 초음속 상태에서는 반대로 통로가 넓어질수록 공기 흐름이 빨라진다. 즉 엔진으로 공기를 천천히 들여보내려면(마하0.3 정도) 통로가 좁아야 한다. 그런데 엔진에 사용되고 남은 공기가 뒤로 빠져나갈 때에는 이보다 빨라야 한다. 마하3 정도로 공기를 뿜으면서 추진력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호 교수는 “초음속 비행기는 공기흡입구가 넓어야 하며 엔진 쪽으로 갈수록 통로가 좁아졌다가 공기가 빠져나가는 부분(노즐)으로 갈수록 다시 넓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스크램제트 엔진의 원리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현재 미사일에 사용하고 있으며 아직 비행기에 활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동호 교수는 “지상에서 뜨고 내릴 때에는 공기도 느리게 들어가기 때문에 제트 엔진을 사용하고 초음속으로 날 때에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복합엔진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덕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비행 속도가 마하4보다 빨라지면 엔진 입구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엔진 내에서 열을 식혀야 한다”며 “현재 영국에서 기존 터보팬 엔진과 로켓 엔진을 결합시킨 엔진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음속 비행기는 공기의 저항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비행기보다 더 높이 날아야 한다. 지금의 비행기는 제트기류가 흐르는 상공, 약 10km 고도에서 난다. 초음속 비행기는 20km 이상 높이에서 날아야 하는데, 30~40km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높이가 높아질수록 공기 저항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램제트 엔진은 산소로 연료를 태우기 때문에 공기가 희박한 성층권 이상 높이에서는 날 수 없다.



박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극초음속(hypersonic, 마하 4 이상) 비행기가 탄생하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최초의 민간우주여객회사인 버진 갤럭틱이 만들고 있는 스페이스십2가 그 시초가 될 것 같다”며 “이 비행기가 완성되면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고도 300km로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동환 교수는 “대기권을 벗어나는 비행기는 로켓 엔진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항공기보다는 우주비행체라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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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초음속 비행기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NASA와 보잉에서 개발한 연구용 항공기 ‘X-48B’(2007년)와 ‘X-48C’(2009년)다. 동체와 날개가 합쳐져 엔진 효율이 높고, 꼬리날개가 없어 바람의 저항도 덜 받는다. 이런 독특한 구조로 연료를 약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



동체가 넓적하면 연료도 많이 실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X-48B에 다른 비행기의 연료까지 실어, 공중에서 급유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비행기는 2020년에 군용기로 먼저 출시한 뒤 2030년에 여객기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활주로 등 공항시설도 바뀔 것
미래에는 공항의 활주로가 더 짧아질 전망이다. 초음속 여객기를 운영하려면 지상에서 가속해 하늘로 떠오르는 것보다는 수직이착륙 기술을 도입해 둥실 떠오른 뒤 공중에서 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일 지상에서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내 이륙하려면 지금보다 활주로가 3배 이상 길어져야 한다. 박상혁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및기계공학부 교수는 “활주로를 달리다가 이륙하면 양 날개에서 양력이 생기기 때문에 추력이 비행기 무게의 10% 정도면 충분하지만, 수직이륙하려면 추력이 비행기 무게보다 커야 하므로 연료낭비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활주로를 달리는 기존 방식과 수직이륙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짧은 거리를 달려 이륙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비행기가 뜨기 직전에 수직이륙을 하면 연료가 비교적 적게 든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활주로의 길이는 지금보다 짧아질 것이다. 과학자들은 비행 중에 바다 위에 잠시 착륙할 수 있도록 배처럼 물에 떠 있는 짧은 활주로를 구상하기도 한다.



2040년, 빠르면 2030년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초음속 비행기는 모양도 특이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이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모두 “기술적 진보와 편리함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최동환 교수는 “1960년대 미국 드라마 ‘스타트랙’에서는 폴더형 휴대전화, 수직이착륙 우주선, 순간이동 같은 기술이 모두 등장했었다”면서 “당시엔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현재 폴더형 휴대전화보다 발전한 스마트폰이 쓰이고 있고, 수직이착륙 항공기도 이미 실제로 존재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실현시키는 게 과학이다. 빛보다 빠르게 날아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머신을 상상하는 우리에게 소리보다 빠른 비행기를 향한 갈망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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