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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High Risk, High Return’에 집중해야






“미국 나스닥에서는 연구 역량이 뛰어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인정받습니다. 특히 신약 개발에 뛰어든 회사가 시가총액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같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 설립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질환 표적 단백질(특정 질환에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질환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단위로 분석한 뒤 단백질 활성부위에 정교하게 달라붙는 물질을 설계한다. 이 물질이 곧 치료제 후보물질이 된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는 “남들이 개발한 특허로 제네릭(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부는 기업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분야에 중점 투자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혁신신약 분야를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연구 중심의 벤처 기업이다. 전 직원 65명 중 52명(80%)이 연구 인력이며, 이 중 박사 학위 소지자가 23명이다. 단백질 구조에 기반한 신약 분야 연구진으로는 대기업까지 통틀어 국내 최대 규모다. 또 연간 매출의 3배 규모인 약 100억원을 매해 R&D에 투자하고 있다.




● 연구역량·미래가치 기준으로 신약에 투자해야


조 대표는 “연구 중심의 바이오 벤처 입장에서 보자면 가장 큰 이슈는 연구개발비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R&D 예산에서 바이오 분야가 가장 비중이 높고 바이오 육성 정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면서도 “막상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지원들이 크게 와 닿지가 않는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정부의 바이오 육성 펀드를 예로 들며 상장(上場) 회사로서의 고충을 얘기했다. 그는 “정부에게서 위임 받은 펀드 운용사들이 상장하기 직전인 비상장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의 연구 역량보다는 상장에 따른 단기간의 투자 이익에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중심으로 조성한 펀드마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또 조 대표는 R&D 지원에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낙 한정된 재원임에도 특별한 원칙 없이 바이오 전 분야에 조금씩 나눠주다 보니 별 다른 투자 효과를 못보고 있다”며 “정부는 위험 부담이 크고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면서 성공할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 분야에 보다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 역량과 미래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지금은 글로벌 제약사가 된 미국 길리어드사는 한때 15년간 적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치료제인 ‘타미플루’ 등이 성공하면서 단숨에 시가총액 46조원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에는 15년을 기다려줄 투자자나 벤처 캐피털이 없어요. 정부가 원칙을 갖고 신약 분야에 긴 호흡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책임 있는 정책 위해 공무원 정책 실명제 마련해야
이를 위해 조 대표는 공무원 정책 실명제, 바이오 전담 부처 신설 등을 제안했다.

그는 “2~3년 주기로 보직이 바뀌니 정책을 꾸준히 끌고 갈 전문성 있는 정부 관료가 사실상 없다”며 “R&D 지원 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시류나 트렌드에 휩쓸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가령 요즘 국내에서 이슈로 떠오르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는 기업이 알아서 하면 되는 분야라는 주장이다. 그는 “특허가 끝난 남의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분야”라며 “정부가 왜 굳이 지원하겠다고 나서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공무원이 보다 R&D 지원의 취지에 맞는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연구개발비를 어느 곳에, 어떻게 투자했는지에 대해 정책 시행 10년이 지나도 끝까지 책임지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바이오 정책마다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붙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바이오 전담 부처 바이오청(廳) 만들어야


조 대표는 세 곳으로 흩어져 있는 바이오 담당 부처를 하나로 합칠 필요성도 역설했다. 현재는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각각 바이오 연구를 지원하고 관련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정부가 주도해서 전자, 정보통신(IT) 분야를 키웠듯이 바이오도 한시적으로 전담 부처를 만들어 중점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 산업 규모는 130조원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평균 5% 이상을 차지한다”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4만 달러 수준이 될 때까지 바이오에 집중 투자하고 연구과제를 꾸준히 통합 관리하는 ‘바이오청(廳)’ 같은 정부 부처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는 자원이 거의 필요 없고, 좋은 인재만 있다면 발전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한국은 우수한 병원 시스템과 잘 훈련된 의사들이 있습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습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매우 적합한 분야로 10년 대계, 100년 대계로 가야 합니다. 특히 신약 연구가 그렇습니다.”





조중명 대표이사의 ‘이것만은 꼭!’
△정부 R&D 투자는 기업 연구역량과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신약 분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장기간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공무원 정책 실명제가 필요하다.
△바이오에 집중 투자하고 연구과제를 통합 관리하는 ‘바이오청(廳)’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





조중명 대표이사는
- 1969년~1973년 서울대 동물학과 학사
- 1973년~1975년 서울대 대학원 동물학과 석사
- 1975년~1977년 한국원자력연구소 분자생물학연구실 연구원
- 1977년~1981년 미국 휴스톤대 생화학과 이학박사
- 1981년~1984년 미국 베일러의대 세포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
- 1984년~1994년 미국 럭키바이오텍-카이론(Chiron) 연구소장, 상무이사
- 1994년~2000년 LG화학 바이오텍(현 LG생명과학) 연구소장, 전무이사
- 2000년~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대한민국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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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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