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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웰, 고전 전자기학을 완성한 물리학자


물리학은 맥스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맥스웰 하면 보통 사람들은 ‘커피’를 떠올리겠지만 물리학자들은 ‘방정식’을 떠올릴 것이다. 각종 전자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4개의 방정식이, 이를 고안한 물리학자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의 이름을 따 ‘맥스웰 방정식’이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꼭 150년 전인 1861년 3월, 맥스웰은 ‘철학매거진’이라는 학술지에 이 방정식의 원형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맥스웰 방정식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150주년을 맞아 과학학술지 ‘네이처’ 3월 17일자에 실린 사설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이 물리학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 대답 가운데 하나는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의 방정식 안에 있다.

인류 역사상 세 번째로 똑똑한 사람이라고도 불리는 맥스웰(첫 번째와 두 번째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이라고 한다)은 고전 물리학(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이전의 물리학)의 완성자이자 현대물리학의 씨앗을 뿌린 19세기에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였다.

 

 



 



●전기와 자기를 통합


1831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풍족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맥스웰은 그러나 8세 때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 고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에든버러대를 거쳐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맥스웰은 차석으로 졸업해 트리니티 칼리지의 연구원으로 2년을 보냈다.

1856년 25세의 나이에 스코틀랜드의 메리셜 칼리지 교수가 된 그는 그러나 강의에는 소질이 없었다고 한다. 머리 회전이 너무 빨랐던 그의 여과 안 된 수업을 학생들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1858년 그는 7년 연상인 학장의 딸 케서린 드워와 결혼했다.

수학에 탁월했던 맥스웰은 당시 뜨는 연구분야였던 전기와 자기 현상을 수식을 통해 체계화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1860년 런던의 킹스 칼리지로 자리를 옮긴 그는 연구를 계속했고 마침내 1861년 3월 ‘철학 매거진’에 논문을 싣는 걸 시작으로 이듬해까지 총 5편의 역사적인 논문 ‘물리적 역선에 관하여(On Physical Line of Force)’를 발표했다.

이 일련의 논문에서 맥스웰은 그때까지 알려진 전기와 자기 현상에 대한 각종 법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확장해 전기와 자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물론 이런 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동시대의 실험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였지만 그는 이를 고급스럽게 수식화할 수 있는 수학실력이 없었다.

맥스웰 방정식의 물리적 의미는 고사하고 수식 자체를 알아보려 해도 미적분학, 미분방정식, 벡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중고교 교과서는 물론 대학 일반물리 교과서에도 뒷부분에서 살짝 언급하는 정도다. 물리학과 전공과목인 전자기학에서야 본격적으로 다룬다.

맥스웰은 1865년 발표한 논문에서 자신의 이론을 8개의 방정식으로 정리했는데, 1884년 영국의 물리학자 올리버 헤비사이드가 다시 이를 4개의 방정식으로 압축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맥스웰방정식이다. 전자기학을 다룬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2권의 1장과 2장을 보면 맥스웰방정식의 개념을 막연하나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이어져


맥스웰 방정식에서 드러난 가장 탁월한 통찰은 아마도 빛의 실체를 알게 됐다는 데 있을 것이다. 맥스웰은 자신의 방정식을 만지작거리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자유공간(진공)의 조건에서 방정식 2개가 파동방정식과 동일한 형태로 변환됐던 것. 파동방정식이란 물결파나 음파 같은 파동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미분방정식이다.

놀라운 사실은 전기장과 자기장 벡터가 각각 파동방정식에서 진폭을 나타내는 함수의 자리에 들어간다는 것. 더욱 놀라운 사실은 파동방정식에서 파동 진행속도의 제곱에 해당하는 부분에 진공의 투자율(μ0)과 진공의 유전율(ε0)의 곱의 역수가 놓였는데 이를 계산한 값이 바로 빛의 속도였던 것.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맥스웰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수직으로(예를 들어 x축과 y축) 상호작용하면서 이들에 수직인 방향으로(z축) 진행하는 파동인 전자기파를 제안했다. 전자기파는 파장에 관계없이 속도가 일정한데, 우리 눈에 보이는 파장의 전자기파가 곧 빛이라고 해석했다.



동시대 과학자들은 맥스웰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맥스웰은 자신의 이론이 증명되는 걸 보지 못하고 1879년 48세에 암으로 사망한다. 수년 뒤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는 코일 회로 장치를 만들어 전자기파(라디오파와 마이크로파)를 만들고 이를 수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맥스웰의 예언이 모두 올바른 것은 아니었다. 그는 빛이 파동이므로 전파하는 매질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진공은 비어있는 게 아니라 ‘에테르(aether)’라는 미지의 물질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그 뒤 많은 물리학자들이 에테르 사냥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빛의 실체를 고민하던 아인슈타인은 마침내 에테르는 없고 빛의 속도는 모든 관찰자에게 일정하다고 가정한 뒤 시간과 공간 개념을 재해석해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물리연감’에 실린 그의 논문 제목은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력학에 대하여’다.




●장인에 매료된 천재

 

 


맥스웰의 최대 업적은 전자기학 연구이지만 통계역학이라고 불리는 물리분야에서도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통계역학은 열역학(압력, 온도, 엔트로피 같은 용어가 많이 나오는 물리학의 한 분야)의 현상을, 그런 계를 이루는 원자나 분자의 움직임을 통계적으로 해석해 설명하는 분야로 사실상 맥스웰이 창시자인 셈이다.

그의 기체분자운동론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의 천재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은 ‘맥스웰-볼츠만 분포’라는 유명한 수식을 완성한다. 이들의 이론은 원자나 분자가 ‘물리적 실체’임을 전제했기 때문에 동시대 물리학자들 대부분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조울증에 시달렸던 볼츠만이 자살하는 배경이 된다.

결국 1905년 아인슈타인이 브라운운동을 분자 충돌의 결과라는 가정으로 설명하고, 1908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장 페랭이 실험으로 이를 증명함으로써 볼츠만의 한을 풀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흥미가 없었던 맥스웰은 1865년 대학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들어와 칩거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그런데 모교인 케임브리지대에서 그에게 신설되는 실험물리학연구소 소장직을 제의해왔다. 내키지 않았지만 이를 받아들인 맥스웰은 실무에 들어가서는 연구소 건립에 열정적으로 관여했다. 1873년 문을 연 이 연구소가 훗날 노벨상의 산실이 된 캐번디시연구소다.

캐번디시연구소 설립에는 한 귀족이 돈을 댔는데 그의 선조인 18세기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였던 헨리 캐번디시를 기려 연구소 이름을 정했다. 맥스웰의 업무 가운데 하나는 헨리 캐번디시의 논문을 편집하는 일이었는데 역시 처음에는 마지못해 시작했다고. 그러나 자료를 검토하면서 맥스웰은 캐번디시의 삶의 태도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캐번디시는 발표보다는 연구에 더 신경을 썼다. 그는 자기 말고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고된 연구를 했다.

사실 맥스웰 자신이 이런 태도, 즉 장인 정신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교수 자리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도 연연하지 않았고 타인들에게 무척 관대했다고 한다. 물론 사람들은 그를 어려워했지만. 그가 죽기 얼마 전에 친구에게 남긴 말이 그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맥스웰의 삶과 업적은 ‘위대한 물리학자 3’(윌리엄 크로퍼 지음, 사이언스북스)에 잘 요약돼 있다.

나의 관심은 언제나 사람보다 사물에 가 있었네. 나는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의지보다 사물의 뒤에 있는 직접적인 환경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네. 나라고 불리는 존재가 해놓은 일은 내 속에 있는 더 위대한 그 무엇이 한 것이라고 느껴진다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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