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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4세대 원전을 향해


《 현재의 원전보다 진일보해 설계부터 폭발을 방지하고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4세대 원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국가핵융합연구소를 23일 찾아갔다. 2030년경 상용화를 목표로 원자력연에서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초고온 가스로(VHTR)’는 4세대 원전 중에서도 안전성과 경제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모델이다. 원전은 시기별로 제1세대(1950∼1960년대), 제2세대(1970∼1980년대), 제3세대(1990년대 이후)로 구분되며 4세대는 미래 혁신 원자로를 말한다. 》





① 소듐냉각고속로 액체금속 냉각 - 폐연료 재활용… 방사능 1000분의1로

○ “현재 사용후핵연료만 써도 100년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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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고속로기술개발부 김영일 부장의 연구실 칠판에는 SFR 설비와 어려운 수식이 가득 적혀 있었다. 고속로 연구자들은 액체 금속인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이용하는 SFR가 안전한 원전을 약속한다고 믿고 있었다.

SFR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거 방출된 원인인 사용후핵연료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원자로다. 국내 경수로(輕水爐)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는 우라늄238과 플루토늄239 등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 다량 존재한다. 이들을 SFR에서 연료로 재활용하면 폐기물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의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어든다.

김 부장은 “SFR를 이용하면 효율성과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우라늄을 수입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만으로도 약 100년간 국내 총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SFR에는 공기로 소듐을 식히는 ‘피동잔열제거계통(PDRC)’이 있어 전력 공급이 끊겨도 자연적으로 냉각된다. 김 부장은 “전력이 없어도 되는 냉각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장착하고 파이프도 이중벽으로 돼 있어 폭발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이 SFR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기술이 필요하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과 ‘마이너악티나이드’라는 핵분열생성물을 혼합물 형태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원자력연 핵주기공정기술개발부 이한수 부장은 “플루토늄만 따로 추출하지 않는 공정이기 때문에 핵무기의 원료로는 쓸 수 없다”며 “국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이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시급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올해 초 파이로프로세싱에 관해 미국과의 공동연구에 합의함으로써 재활용 기술과 SFR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②초고온가스로 3중 코팅된 좁쌀만 한 우라늄 사용 ‘미니 원자로’ 가능 ▼

○ “격납건물 무너지면 원자로 더 빨리 식어”









수소생산원자로기술개발부 김용완 부장의 책상 위에는 주먹보다 조금 작은 검은구형이 놓여 있었다. 김 부장은 “이게 초고온 가스로에 들어가는 흑연구(球) 핵연료 모형”이라고 말했다. 초고온 가스로(VHTR)는 전력발전 외에 수소생산도 가능한 4세대 원전이다. 냉각제로 헬륨기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원자로 내부에 물이 없어 수소폭발이나 증기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 헬륨은 안정된 물질이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도 ‘방사성화(化)’가 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VHTR는 우라늄 핵연료를 세라믹으로 3중 코팅해 만든 0.9mm의 피복입자를 원료로 쓴다. 설계에 따라 원료의 양이나 형태를 조절할 수 있어 소형화가 가능하다. 김 부장은 “현재 세계 대부분의 원전은 바닷물을 모아 뜨거워진 냉각수를 식히기 위해 해안가에 대규모로 짓고 있지만 소형 VHTR는 현재처럼 해안가가 아닌 내륙에 지을 수 있어 쓰나미의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격납용기는 공기의 자연 순환으로 냉각되도록 설계된다. 김 부장은 “만에 하나 격납용기가 깨진다고 해도 공기가 원자로를 더 잘 식혀줄 뿐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③ 초전도핵융합 7개국 공동개발 ‘꿈의 무한에너지’ 9년 뒤 시험가동 ▼

○ “바닷물로 10만 년간 전력 공급”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열기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운영사업단 양형렬 장치기술개발부장은 “핵융합은 인내가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양 부장은 “2020년 가동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 전력 생산에 성공하면 2040년 정도에는 우리나라에도 핵융합 발전소가 세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핵분열은 원자핵이 중성자를 만나 쪼개지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발전에 이용하는 방식인 반면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 원자가 융합반응을 일으켜 헬륨원자를 생성하며 나오는 에너지에서 전력을 얻는 방식이다. ITER공동개발 사업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 등 7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해 프랑스에 ITER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KSTAR는 ITER에 가장 근접한 핵융합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양 부장은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만으로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10만 년 이상 연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대전=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




▼ 원전 운영-감시 분리 안한 게 日의 실책 사고예방 전문가 제언 ▼


“원자력위원회의 서류상 독립은 무의미하다. 외압을 이겨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김영평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원자력발전은 위험하지만 에너지를 얻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반 국민과 원자력 전문가 모두 석유, 석탄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풍부한 전기를 얻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현재 원전을 대체할 미래 기술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으로 원자력 산업정책과 안전정책이 분리되지 않은 일본의 제도를 꼽았다. 안전을 책임지는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NISA)이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산하에 있어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4년 원자력위원회에서 안전 규제 기능을 분리해 대통령직속 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설립했다. 프랑스는 2006년 안전업무만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청(ASN)을 만들었고 캐나다는 2000년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CNSC)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보건안전집행부(HSE)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올해 독립기관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산업정책을 지식경제부가, 안전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담당하지만 별도의 독립위원회가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 사태 이후 안전 규제 강화를 위해 비상설 자문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안전위)를 7월경 상설기관으로 출범시키기로 했다. 원자력행정에 정통한 김영평 명예교수는 “안전위를 독립시키는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실질적 권한 확보를 위해서는 위원의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 임기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회에 정치인 등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의 참여를 막아야 하며, 위원회를 구성할 때 ‘원자력 마피아’로 불리는 원자력전문가그룹뿐 아니라 화학, 건축, 기계 등 연관 분야 전문가도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김 교수는 “위원들은 정부가 추천하고 국회가 인가하는 방식으로 뽑되 정권이 바뀌어도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가 설립되면 한중일이 원전 안전과 관련한 공조 체계를 시급해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자력외교정책 전문가인 김경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 사고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것은 편서풍 때문이지만 만약 중국에서 사고가 나면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곧바로 날아올 것”이라며 “원전 정보 공유와 대비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소통)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원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전 정책 등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 2013년에 가동한 지 30년 되는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더 연장할지 여부가 올해 6월 결정되지만 노후 원전 의사 결정에 국민이 참여할 방법은 없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경주 시민들은 오래전부터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을 반대했지만 정부는 지역 주민과 논의도 없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들과 활발한 토론을 통해 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야한다고 조언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정부 발표를 믿을 사람은 드물다”며 “토론을 통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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