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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지진해일…일본이 울었다


| 글 | 김윤미 기자 |이미지 출처 | 연합포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아니 어떤 영화도 그렇게 무서운 장면을 담담하게 담아낸 적은 없었다. 해저 지진이 만든 집채만 한 지진해일(쓰나미)은 고속열차와 같은 속도로 돌진해 순식간에 평화로운 어촌을 집어 삼켜 버렸다. 목조건물은 산산조각이 났고 자동차들이 물살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할 배는 도로 위를 뒹굴었다. 헬리콥터에서 내려다 본 영상에서 사람의 모습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알 수 있었다. 집 안에서, 도로에서, 산 위에서 공포에 떨었을 그들을….



일본 혼슈 센다이 동쪽 179km 떨어진 해역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기상청과 미국 태평양지진해일경보센터(PTWC)는 3분만인 2시 49분에 일본 동해안과 타이완, 사이판, 알래스카 등 태평양 인접 해안에 지진해일 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일본 주민들은 미처 대피할 새도 없었다. 경보 발생 30분 만에 이시노마키시 아유카와 해안에서 지진해일 파고가 관측됐다. 3시 21분에는 카마이시항에서 높이 4.1m인 해일파고가, 3시 50분에 소마항에 높이 7.3m, 4시 52분에는 오오아라이항에서 4.2m의 해일파고가 관측됐다. 지진에서 해일까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연안에서 일어난 거대 지진이 원인
이번 센다이 지진해일은 태평양판 위로 유라시아판이 튕겨 오를 때 위에 있던 바닷물이 출렁거리면서 일어났다. 상승한 바닷물이 다시 수면을 수평으로 맞추기 위해 주변으로 퍼지는데 바닷물이 육지에 가까워지면서 파고가 높아졌다. 보통 해저의 산사태나 해저 화산, 운석이 바다에 충돌할 때도 해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진으로 발생할 때가 위력이 가장 크다. 바닥에서부터 힘을 받아 물기둥 전체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센다이 지진해일은 외양에서 관측한 것중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불행하게도 이번 지진이 ‘거대 쓰나미’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진해일은 규모가 6.3 이상이고 진원 깊이가 80km 이하인 얕은 지진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센다이 지진은 규모가 9.0인데다 진원 깊이가 24km에 불과해 땅으로부터 방출된 힘이 바로 바닷물로 전달됐다. 또 지진의 형태가 상반층이 위로 올라가는 역단층이라 위에 있던 바닷물이 강하게 쳐들어 올려졌다.



풍부한 수량도 지진해일을 키웠다. 일반적으로 지진해일은 수심이 1km 이상인 깊은 바다에서 일어난다. 이호준 삼성생명 부설 삼성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발생한 지진의 진원이 두 판이 서로 수렴하는 해구의 경사면이어서 지진해일을 일으킬 만큼 수심이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해일의 전파속도는 중력가속도×수심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이 공식에 따르면 수심이 6km에 달하는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날 때는 지진해일의 전파 속도가 민간 항공기와 비슷한 시속 800km에 이른다. 이 수석연구원은 “지진의 진앙이 일본 동부 해안으로부터 130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지진해일이 더 빠르게 도달해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사진


[3월 11일 규모 9.0 지진의 여파로 일본 미야기 현 이와누마 시에 지진해일 파도가 몰려오는 모습이다.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도 없이 지진 발생 30여 분만에 지진해일이 해안가로 몰려왔다.]










지진은 3월 11일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46분에 일본 혼슈 센다이 시에서 동쪽으로 179km 떨어진 해역에서 일어났다. 크기는 리히터 규모 9.0으로 역대 4번째로 크고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가장 강력했다. 규모는 지진의 절대적 강도로 지역에 관계없이 똑같지만 진도는 사람이 느끼는 진동이나 건물이 피해를 입은 정도를 수치적으로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진은 각각 육지와 바다를 이루는 거대한 ‘지각판’ 두 개가 서로 밀면서 일어났다. 일본 열도를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이 속해있는 거대한 대륙지각인 유라시아판은 서에서 동으로 이동한다. 반면 태평양 전체를 이루는 해양지각인 태평양판은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 이 둘이 서로 맞물린 채 버티자 점점 큰 힘이 쌓였다. 그러다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순간적으로 지각판이 깨지며 모였던 힘이 방출됐다. 마치 양쪽에서 밀린 스티로폼 판이 한순간 ‘팍’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센다이 지진은 유라시아판이 태평양판 위로 올라서며 역단층이 발생했다. 만일 두 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인장력이 작용하면 상반이 아래로 미끄러지는 정단층이 생성된다(46쪽 그림 참조).



일본은 하루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몇 번씩 일어나는 환태평양 조산대(지진대)에 속해있다. 일본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는 지진 사례 통계 분석을 통해 센다이 지진을 98%까지 예측했었다. 이번 지진이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센다이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도

 



[‘불의 고리’ 환태평양 지진대]
세계의 모든 해안 지방이 지진해일에 노출될 수 있지만, 거대하고 파괴력 있는 지진해일의 대부분은 태평양과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다. 태평양의 규모가 거대하고 이 지역에 대규모 지진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체지구물리 및 지진해일에 관한 세계정보센터(WDC)가 2005년 펴낸 자료에 따르면 확인된 1106건의 지진해일 중 82%가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했다. 10%가 지중해, 흑해, 홍해 및 대서양 북동부이고 5%가 카리브해 및 대서양 남서부, 1%가 인도양, 다른 1%가 대서양 남동부였다. 거의 모든 메가 지진과 지진해일은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한 셈이다.







지도

센다이 지진을 둘러싼 논란


센다이 지진은 규모 7.2 지진의 여진?

사실 일본 동북부 지역은 11일 센다이 지진(규모 9.0)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지진활동이 활발했다. 이틀 전인 9일 일본 혼슈 동부 인근 연안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해 일본 연안에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됐었다.

그 다음날에도 인근 해역에서 규모 6.3 지진이 발생했다. 혼슈 지역에는 5도 내외의 여진이 자주 발생하나, 7도를 넘어선 것은 올 들어 처음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지진학자들은 센다이 지진(11일)을 이틀 전에 일어난 규모 7.2 지진(9일)의 여진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얼스터대의 지구물리학자인 존 맥클로스키 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9일 지진으로 지각구조에 있던 진동 스트레스가 변한 것을 기술적으로 확인했다”며 “11일 센다이 지진이 9일 지진의 여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규모 7.2는 규모 9.0보다 크기는 훨씬 작지만 규모 9.0 지진이 일어난 단층에 상당히 큰 응력을 제공해 여진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여진은 본 지진보다 크기가 작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진은 대개 큰 지진이 발생하고 남아 있던 힘이 인근의 땅을 움직이며 일어난다.

하지만 지각판들이 서로 맞물려 있어 축적된 힘 일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러면 다른 경계에 축적됐던 힘과 합쳐져 또 다시 지진이 일어난다. 맥클로이의 주장대로라면 상대적으로 작은 지진이 큰 지진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래된 해양 지각도 강진 가능하다?

이제껏 지각판들이 수렴하는 구역에서 발생하는 큰 지진은 대개 젊은 해양판에서 일어난다고 알려져 왔다. 오래된 판은 온도가 낮고 밀도가 높아 다른 판 아래로 쉽게 미끄러져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일본 동북부 해양지각판은 약 1억 4000만 년 전에 생성된 상당히 노후한 지각이다.


지질학자들은 이처럼 낡은 지각판에서 이 정도로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캘리포니아공대의 지진학자인 히루 카나모리는 “일본 북동부에서 규모 8 지진은 있었지만 이보다 에너지가 30배가 넘는 규모 9의 지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지진은 오래된 해양판을 가진 또 다른 수렴대 지역에 거대 지진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일 수 있다.

노스웨스트대의 에밀리 오칼 교수는 “호주 동쪽에 있는 통가 근처와 대서양과 멕시코만에 접한 카리브해의 북동쪽 지역이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문이 지진 몰고 왔다?

한동안 인터넷에서는 19년 만에 뜨는 가장 큰 달인 ‘슈퍼문(Supermoon)’이 이번 지진을 불러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달 근지점’에 있을 때 달이 유난히 크고 밝게 보이는 현상이다. 달과 지구의 거리가 평균(38만여km)보다 3만km 가량 가까운 35만 6215km로 좁혀져 달이 유난히 크고 밝게 보이는 것.

슈퍼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구와 달의 거리가 짧아져 달의 인력이 지구의 지질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슈퍼문’과 지진활동이 관계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지진은 수백 년간 지각에 응력이 쌓여서 나타나지 달과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영국 국립해양센터의 케빈 호스버그도 슈퍼문과 관련한 재난발생설에 대해 “그들이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모르겠다”며 해와 달이 일직선상에 있을 때는 달의 조석력이 평소보다 10~15% 정도 강하지만 이것이 조수가 10~15% 높아지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영국 인디펜던트에서 말했다.










이번 센다이 지진해일에서는 헬리콥터에서 찍은 영상이 공개되며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지진해일이 몰려오는 모습을 상공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지진해일에 가진 궁금증 6개를 뽑았다.






1 왜 지진해일은 파고가 높을까

지진해일파가 전파되는 모습은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동그란 파형을 이루며 퍼지는 것과 같다. 즉 우리가 해안가에서 본 긴 파도는 진앙에서 퍼져나간 물결의 한 단면이다.

지진해일파는 파장(마루와 마루 사이)이 매우 길어 일반적인 해양파와 구분된다. 보통 심해에서의 파장은 길이가 100km를 넘고 주기는 10분에서 한 시간에 이른다. 파장이 매우 길기 때문에 전파속도가 빠르고 파형에 큰 변화가 없어 에너지가 먼 거리로 전파된다.

화면에서 봤던 지진해일의 높은 파도는 해안가에서나 볼 수 있다. 지진이 일어난 바로 위 해상에서는 파고가 낮아 바닷물이 울렁거리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신 빠른 속도로 전파하다가 수심이 얕은 해안으로 접근할수록 파고가 높아지고 속도가 느려진다. 심해에서는 에너지가 해수면에서 깊은 해저까지 분산되지만 수심이 낮은 해안에서는 짧은 거리에 에너지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해안가에 도달한 지진해일의 평균 속도는 시속 45~70km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파도가 압축되면서 에너지가 응축돼 엄청난 힘이 생긴다. 솟아오른 파도는 해수면과의 마찰 때문에 윗부분이 아랫부분보다 약간 앞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진해일은 10~45분의 간격으로 수차례 해안지역에 도달한다.

2 사람이 달려서 지진해일을 피할 수 있나

이론적으로 지진해일의 속도는 5000m 수심에서 비행기와 같은 시속 800km다. 수심 500m에서는 고속 열차 속도인 시속 250km, 수심 100m에서는 자동차와 같은 시속 110km, 해안가에서 파고가 10m일 때는 36km 정도다. 하지만 지진해일파의 속도는 지형의 형태나 높이, 파동이 들어오는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처럼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달려도 따라잡힐 정도로 빠르게 진입하기도 한다. 홍성진 국립방재연구소 연구원은 연안에서 해일을 목격한 다음에 뛰어서 대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진해일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멀리 가는 게 아니라 무조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 콘크리트 건물도 무너뜨리나

방송에서 파도에 집들이 힘없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다. 콘크리트 건물도 지진해일에 속수무책일까. 홍성진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지진해일로 붕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지진해일의 피해가 특히 심했던 이유는 지진해일의 피해를 입은 마을이 대부분 목조건물이었기 때문”이라며 “목조건물은 지진의 흔들림에는 강하지만 기초가 약하기 때문에 지진해일처럼 한쪽에서 큰 힘으로 밀 경우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건물이 지진해일로 부서지는 게 드문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호준 수석연구원은 “1943년 알래스카 지진해일로 높이가 30m나 되는 콘크리트 등대가 기초부분만 남고 송두리째 사라졌다는 기록이 있다”며 “파고가 4~10m 정도 되면 콘크리트 건물의 일부는 손상되고 벽돌 건물은 거의 무너진다”고 말했다.








4 육지로 올라온 바닷물 색이 왜 시커멓나

지진해일은 연안으로 올라올 때 해저 바닥을 파내려가듯 휘저으며 올라오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유물질이 딸려 들어온다. 이번 지진해일이 발생했던 일본 동해 연안은 갯벌 진흙이 섞여 시커멓게 보였다. 참고로 2004년에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은 해변이 하얀 모래사장이라 지진해일 파도도 하?다.

사실 지진해일로 유입된 부유물질은 피해를 키우는 주요 원인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지진해일과 함께 엄청나게 많은 양의 해저물질이 육지로 들어오는데 나중에 이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부유물질에 의한 침식피해도 크다. 바닷물에 자갈이나 모래가 섞이면 물건이나 건물에 부딪칠 때 파괴력이 일반 파도보다 훨씬 더 세다. 이 연구원은 “지진해일 파도에 맞은 사람들의 피부에는 일반 파도에서는 볼 수 없는 상처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5 육지로 올라온 바닷물은 왜 빠져나가지 않나

화면에서는 지진해일의 긴 파도가 육지 내부까지 쭉 밀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진해일파는 육지로 유입하는 힘뿐 아니라 다시 바다로 되돌아가는 복원력 또한 무척 크다. 이 수석연구원은 “바닷물이 육지로 올라오는 것도 한 순간이지만 빠져나가는 것도 순식간”이라며 “바닷물이 육지에 머무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파장이 너무 길어 다음 파도가 오기까지 수십 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들어올 때보다 돌아나갈 때 지진해일파는 더 큰 가속도를 갖기 때문에 물이 빠질 때 침식 피해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6 지진의 피해가 클까, 지진해일의 피해가 클까

이번 센다이 지진은 사망자 중 90%가 익사로 판명됐다. 사상자로 보면 상대적으로 지진해일의 피해가 더 컸던 셈이다. 일본 내각부가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 사례를 참고로 지진과 지진해일이 건물에 미치는 힘을 각각 비교한 연구결과가 있다. 지진과 지진해일이 함께 해안가를 강타했을 때 해일 진행방향으로 약 15m의 폭을 가진 4층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서 있을 경우 지진해일의 쳐오름높이가 3m가 넘으면 지진해일 파력이 더 크고 3m 이하면 지진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 이때 벽이 받는 압력은 강풍 압력의 20배가 넘었다. 또 지진해일의 쳐오름높이가 3m라면 1~3층 건물에는 지진해일 파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5층 건물 이상에는 지진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







사진


[일본 이와테 현 리쿠젠타카다 시의 지진해일 전(왼쪽)과 후를 인공위성으로 같은 앵글에서 찍었다. 거의 모든 목조건물이 파괴되고 논과 밭이 물에 잠겼다. 지진해일의 피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파고가 높은 지진해일은 콘크리트 건물도 무너뜨린다.]










일본 동북부 해역에서 발생한 센다이 지진해일은 일본열도가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해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해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지진 전문가들은 일본 서해안을 따라 동해 해저에 남북으로 길게 지진대가 발달해 있으므로 이곳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면 동해안도 지진해일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서해안에서 일어난 지진해일로 우리나라가 피해를 입은 기록은 5회 정도 남아 있다. 1741년 칸포 지진해일, 1940년 산코탄 지진해일, 1946년 니가타 지진해일, 1983년 아키다 현 지진해일, 1993년 훗카이도 오쿠시리 섬 지진해일이다. 이 중 1983년에 일어난 아키다 현 지진해일로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서 사상자가 3명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지진해일에서 안전지대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만일 동해에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소방방재청 방재연구소가 작성한 가상지진해일 시나리오에 따르면 일본 서해(우리나라의 동해)에서 규모 8.0의 지진이 날 경우 우리나라 동해안에는 1시간 반 만에 지진해일이 도착할 수 있다. 파고도 2~5m에 달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보고서는 동해 중심부에 위치한 대화퇴의 영향으로 동해안에 지진해일파가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대화퇴는 동해 한가운데서 평평하게 솟아 오른 고원지대로 수심이 200m 내외인 지형이다. 그만큼 지진해일은 해저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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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를 바탕으로 방재연구소는 동해안의 ‘지진해일 침수예상도’를 작성하고 있다. 대상은 주로 동해안의 주요 항만지역과 여름철 인구밀도가 높은 해수욕장, 그리고 과거 해일로 피해를 입었거나 현재 해일위험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 등 40개 지역이다. 지진해일 침수예상도에는 지진해일 발생 시 지진해일 도착시간, 지역별 예상파고뿐 아니라 대피장소와 대응 방법이 담긴다. 소방방재청은 이 침수예상도와 재해정보를 담은 ‘지진해일대응시스템’을 2014년까지 구축해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진해일 경보가 울리면 무조건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이호준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지진이 바로 해안가 근처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지진 후 바로 피하지 않으면 지진해일의 피해를 피할 수 없지만, 우리는 적어도 1시간 이상 대피할 시간이 주어져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진해일이 일어났을 때 이를 탐지하고 빠르게 경보를 발령하는 시스템은 우리도 선진국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대피시키는 능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지진해일 경보를 울리는 곳과 대피명령을 내리는 곳이 달라 두 곳이 상호 연동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진해일은 워낙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라 국민들이 지진해일에 대한 개념이 없고 훈련이 안 돼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동해안 해안도로에 있는 가로등을 모두 깜빡거리게 한다든지, 일시에 재난 문자를 보내는 등 대피명령을 신속하게 알리는 시스템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일본 시마 섬 근처(발생원 2)에서 발생한 지진해일파의 예상 전파 모습이다. 1시간 30여 분이면 우리나라 동해안에 높이 3.0~5.0m의 지진해일이 들이닥친다. 이곳에서 지진해일이 일어나면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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