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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한다






“저는 이 녹색성장을 통해 다음 세대가 10년, 20년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지난 2008년, 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 기조를 천명한 이래 환경이 경제정책의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된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탄소배출권거래제법 제정안은 녹색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단초다.

교토의정서는 2005년 2월 16일 발효되어 2010년 7월 기준 총 191개 국가가 조인한 전 세계적인 협약이다. 이 협약을 인준한 국가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여섯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협약참가국들이 비관세 장벽을 적용하여 무역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다만 각 국가의 사정과 시시각각 발생하는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협약 시행에 융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교토 메커니즘도 함께 채택했다. 교토메커니즘의 주 내용은 배출권거래제, 공동이행제, 청정개발체제 등이 있는데 최근 입법 예고된 탄소배출권거래제법은 배출권거래제와 관련이 있다.

배출권거래제란 주요 선진공업국에 부과한 온실가스 감축의무 쿼터를 국가 간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이 원래 감축해야 할 양보다 더 많은 양을 감축했을 경우, 초과달성한 여유분을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국가에 팔 수 있다.

이를 통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고 전 지구적으로는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로운 경제자원, 탄소배출권
교토의정서는 기본적으로 국가간 협약이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도 국가 간 거래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나 공업선진국들은 경제규모를 고려하여 기업 간, 개인 간 쿼터를 정해두고 거래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는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시장경제가 발달했다는 점에 근거하여 시장 원리를 통해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감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업 간 탄소배출권 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예를 들어보자.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과된 선진국들은 일정 기간 동안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허용량을 정하여 이를 자국 내 기업들에게 할당한다.







사진


이 때 갑이라는 기업이 1000t을, 을이라는 기업이 1600t을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으로 지정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갑은 친환경 공정에 투자를 많이 하는 터라 연말 결산해보니 600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반면 을이 운영하는 사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워낙에 많아 2400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만약 공해 물질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적용한다면 갑에게는 아무 혜택도 없고 을은 큰 비용을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탄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다면 을이 갑의 온실가스 배출 여유분 400t을 사들여 자신의 배출 초과분을 메울 수 있다. 탄소배출권은 벌금보다 적게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을로서는 벌금으로 손해 볼 금액을 아낄 수 있고 갑은 예상치 않은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탄소배출권 판매로 이득을 본 갑은 온실가스 저감기술에 더욱 투자하여 더 많은 탄소배출권을 팔려고 할 것이므로 관련 기술의 발전도 빨라진다. 경제적 이들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이래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감축의무대상국이 많은 유럽에서는 특히 거래가 활발하다. 유럽기후거래소에서는 아예 유럽 탄소배출권과 해당 선물, 옵션상품을 만들어 거래하고 있을 정도다. 탄소배출권 거래소는 유럽에 7개소, 오스트레일리아에 1개소, 미국 및 캐나다에 2개소 등 총 10여개소가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개발도상국 특혜를 누려왔던 터라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어 탄소배출권 거래의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았으나 2013년부터 감축 의무 대상국으로 지정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어 대응이 시급하다.





●녹색성장 위한 기반, 탄소배출권거래제


정부는 2009년 11월, 2020년까지 배출전망 대비 30% 정도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또한 최근의 여러 국제회의를 통해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녹색성장 추진의 선도국가로 인정받고 있어 녹색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거래제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도입되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되면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정부는 2010년 11월, 공청회를 통해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서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한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안을 확정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탄소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될 경우 현재 시행중인 목표관리제에 비해 제도운영의 탄력성이 높아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최대 68%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다양한 경제분석 모델을 통해 확인한 결과, 배출권 판매수입으로 환경관련 R&D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탄소배출권거래제는 목표관리제에 비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자체적인 감축 노력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서 시장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여 대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에 비해 저렴하게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온난화가 계속되고 이상기후가 빈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온실가스 감축이 경제 성장과 대척점에 있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탄소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시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성장과 환경을 조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가상승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도 중요한 문제다. 탄소배출량을 감소하려면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글=김택원(동아사이언스 기자)
사진=동아일보 DB
자료제공=녹생성장위원회 기추변화 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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