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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참사 25주년… 인간이 만든 재앙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사고가 26일(현지시간)로 25주년을 맞았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4호기 주변 30㎞ 이내는 출입이 금지된 ‘죽음의 땅’으로 남아있다.

사고 잔해를 콘크리트로 봉쇄해 놓은 ‘석관(sarcophagus)’에 균열이 발견돼 1997년부터 "석관실시계획(SIP)"에 따라 아치형의 ‘신규안전격납시설(NSC)’을 건설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재원 부족으로 완공되지 못한 실정이다.

체르노빌 석관 안에는 180t의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이 방사능은 외부로 나온 양의 50배에 이른다. 체르노빌 사고를 비롯해 최근 들어 잦은 이상이 발생한 국내의 고리 원전 등 대부분의 원전 사고는 모두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원인은 사람의 실수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일어난 옛 소련의 원전 폭발 사고는 터빈발전기가 정지될 때 즉시 멈추지 않고 관성에 의해 계속 돌아가는 원리를 이용하여 정전 시 발전소 비상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실험하는 도중 발생한 것이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제무성 교수는 여러 인적오류 중 가장 결정적인 실수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운전원이 제어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노심에 있는 크세논에 의해 제어가 어려워지자 한번에 제어봉을 과잉 인출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 점이다.

표준절차에 따르면 최소 30개의 제어봉이 항상 원자로 내부에 있어야 하지만 제어봉을 6-8개만 남겨 급격히 가열된 노심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비상시 노심으로 냉각수가 들어오게 설계된 비상노심냉각계통(ECCS)을 차단한 채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실험 시 물이 주입돼 노심을 식힐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있지만 실험에 방해가 돼 귀찮다는 이유로 끄고 진행을 해 참사로 이어졌다”고 제 교수는 설명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무리하게 실험을 강행해 일어난 필연적 사고”라며 인재라고 분석했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강현국 교수는 “발전소에서 실험을 한 것 자체가 중차대한 인적오류”라며 “분석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해 결정적인 실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 TMI와 후쿠시마 사고 수습도 실수 탓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섬(TMI) 원전에서 노심이 녹아내린 사고도 작업자의 실수에 의해 일어났다. TMI는 가압기 밸브 고장으로 냉각재가 빠져나간 것이 주된 원인이지만 비상 대응 설계에도 불구하고 노심용융까지 이어진 것은 인적오류가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점검을 하던 인력이 보조급수계통 밸브를 실수로 잠가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주요 냉각수 공급 계통에 차질이 생긴 뒤 보조급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운전을 하던 작업자가 판단착오로 비상노심냉각계통을 정지시키면서 과열된 노심이 녹아내렸다.

TMI 사고로 방사성물질이 누출돼 주민에 입힌 피해는 거의 없지만 손상된 원자로를 해체하는 데 14년이 걸릴 정도로 큰 사고였다. 강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전 사고가 인적 오류에 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일어난 자연재해이지만 수습 과정에서 실수가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서 교수는 “해수 주입을 망설이며 초기 진압 시기를 놓쳐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제 교수 역시 “그마저도 지시 후 9시간 만에 해수가 유입되는 등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 최악의 사고 막으려면 관리 감독 철저히 해야


최근 들어 고리 1호기와 3·4호기 전력 계통에 문제가 생기며 노후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적오류가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원 차단기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1호기보다 작업자의 실수로 전원이 끊긴 3호기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리 3호기와 4호기는 외부전력이 들어오는 두 개의 모선을 공유한다. 작업자가 모선을 착각해 외부전력이 끊겼지만 4호기는 정상가동 중이었기 때문에 자가 전력과 비상디젤발전기로 전원이 정상적으로 공급됐다. 반면 3호기는 두 개의 비상디젤발전기 중 한 기마저 점검 중이었기 때문에 하나 남은 비상발전기가 최소한의 전력만 공급해 정전이 됐다. 이것마저 문제가 있었다면 노심 용융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 교수는 “2중, 3중으로 안전 설계를 해놓는데도 뚫리는 건 인적오류 탓”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서 몇 사람이 모두 동의해야만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인적오류를 줄이기 위해 현장인력을 전문 인력으로 채울 수 있도록 인건비를 높이고 복지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기관이 확실히 관리 감독하고 실수가 있을 때 철저히 규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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