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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로봇의 미래는?… “의식 옮기는 장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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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개봉한 영화 ‘써로게이트’를 보면 원격 조종 로봇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출근을 하지 않고 자기 방에 있는 기계 속으로 들어가면 ‘의식’만 직장에 있는 로봇 속으로 옮겨간다. 출근하지 않고도 현장에 가 있는 것처럼 일을 할 수 있다. 작업 중 위험한 일이 생겨도 사람은 안전하다. 영화 ‘아바타’에서 인공 생명체에 의식을 전송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로봇을 정말로 만들 수 있을까. 한국에도 이런 로봇을 연구하는 곳이 생겼다. 두발로봇 ‘마루’ 연구팀이 영화 같은 ‘인간과 기계의 융합’을 꿈꾸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두발로봇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KAIST의 ‘휴보’를 떠올린다. 휴보는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안정적으로 걷고 달리며, 계단도 척척 오르내린다. 한국의 두발로봇 중 ‘보행 성능’ 만큼은 휴보가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마루를 개발했던 KIST 유범재 박사팀은 다른 길을 택했다. 이미 기본적인 걸음걸이를 구현했으니 ‘서비스’ 기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사람의 얼굴과 물건을 알아보거나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원하는 위치까지 갈 수 있으며, 기능성을 높인 집게손을 개발해 붙인 마루-Z를 만들기도 했다. 주방에서 토스터의 빵과 전자레인지 안의 음료를 사람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두발로봇은 현재 전 세계에서 마루가 유일하다.





“국내 지능형 로봇 연구 구심점 돼야”


KIST는 4월 초 두발로봇 마루를 만든 ‘인지로봇센터’와 ‘지능인터랙션센터’의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실감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물론 센터장은 마루 아빠로 잘 알려진 유범재 책임연구원이 맡았다. 대신 의료용 로봇 등을 만드는 연구팀은 ‘의공학연구소’를 새롭게 만들어 분리했다.

KIST는 왜 이런 조직개편을 단행했을까. ‘한국의 실감교류 로보틱스 및 인터랙션 기술’의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해 말 1661억 원을 투입해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 (단장 유범재)’을 출범시켰다. 2018년까지 NBIC(나노, 바이오, 정보통신 및 인지과학 기술) 융합연구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통합을 위한 인체감응솔루션’을 만드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SCI(국제데이터베이스등록학술지)급 논문을 100편 이상 쏟아내고 세계 최초, 최고기술을 15건 이상 발굴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모인 전문가 집단도 만만치 않다. KIST, 광주과학기술원, 한양대학교, KAIST, 상명대학교, 삼성종합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전문기관의 과학기술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이 팀들과의 공동연구를 위해 연구단과 함께 인체감응솔루션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할 곳이 KIST의 실감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다.

공동연구를 위해선 통합, 관리기능을 갖추고 집중 연구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필요한 만큼,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앞으로 어떤 형태의 정부사업을 유치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을 거라는 게 KIST 측의 복안이다.





“인간-기계 상생기술 개발”


본격적인 아바타 실현을 위한 혁신형 기초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감교류 인체감응솔루션 연구단의 미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사람과 머신이 서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인간과 인텔리전트 머신의 상생기술’이다. 이를 위해 인간과 로봇이 서로 감각을 주고받는 ‘실감교류’를 위한 인체감응솔루션 개발이 필수적이다.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도록 만드는 기술은 일부 개발돼 있다.

속도와 방향을 느끼는 관성센서 혹은 광학식 모션캡처 장비 등을 이용하면 사람의 동작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기신호로 바꾸어 로봇에 전송해 줄 수 있다. 이미 사람의 피부 역할을 하는 촉각센서나 기울임을 느낄 수 있는 자이로센서 등이 개발돼 있어 기계가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일부 가능하다.

하지만 최대 난관은 로봇이 느낀 감각을 사람이 똑같이 느낄 수 없다는데 있다. 사람이 신체의 일부처럼 인텔리전트 머신과 소통하기 위해선 인체 신호를 사용하여 의도를 파악하고 인체를 통해 감각이 전달되도록 하여야 하는데, 현대과학기술로도 아직 인간의 신경체제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난제를 해결해 운동, 감각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와 인간의 접속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단의 목표이다.



둘째 과제는 ‘인간과 가상사회의 상생기술’이다. 사람이 로봇과 주고받는 감각을 기계가 아닌, 컴퓨터 속 가상공간의 캐릭터에 연결시킬 수는 없을까. 물론 가능하다. 이 기술이 가능해진다면 값 비싼 로봇을 사지 않아도 가상세계 속 캐릭터에 접속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똑 같은 느낌으로 동료와 함께 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전문가들이 가상 회의실에 함께 모여 실감 회의를 할 수 있게 된다. 연구단은 이를 위해 가상공간 ‘참여형 4D+ 미러월드’를 구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미래에는 이런 가상공간이 현실공간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쓰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마지막은 ‘상생을 위한 휴먼 인터랙션 기술’이다. 사람의 몸에 감각을 전달해 주는 단계를 넘어서서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다양한 생체신호를 이용해 감성의 인식, 전달과 의도분석, 정보교류 등을 할 수 있도록 감성적 교감과 소통을 지원하는 실시간 인터랙션 기술이다. 영화에 나오는 ‘텔레파시’ 같은 능력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다양한 과제 중에 KIST 실감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가 맡은 역할은 역시 로봇 ‘마루’ 때부터 집중해 온, 인간과 기계의 상생기술이다. 사람이 기계의 감각을 손쉽게 느낄 수 있는 ‘휴먼 인터페이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연구센터의 몫이다.





“두발로봇 마루 활약 점점 커진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를 진행할 때 많은 부분을 두발로봇 제작 시 개발된 핵심기술들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루가 서비스 로봇의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실감교류 로봇기술을 개발하는 기반기술로 거듭 난 것이다.

KIST에서 개발한 인간형로봇 마루는 모두 6 종류. 최초의 로봇 ‘마루1(개발코드명 NbH-1)’을 기본으로 기구적인 미끄러짐과 진동을 줄이고 한결 날렵해진 마루2, 마루3와 마루R이 있다. 마루-I의 상반신 제작기술을 적용해 만든 마네킨 로봇, 바퀴가 달린 양팔로봇 마루M 역시 제작했다. 2010년에는 집게손, 자기위치 추정센서, 장애물 감지 거리센서 등이 달린 가사도우미 로봇 마루Z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하여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용 플랫폼이 완성돼 있는 셈이다.

연구단은 앞으로 마루의 몸에 각종 센서를 붙이고, 그런 신호를 사람에게 전송할 수 있는지, 인간의 생각을 마루가 얼마나 잘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연구하게 된다. 사람의 운동 의도를 로봇에 전달하고, 로봇이 느낀 감각을 사람의 팔, 다리 근육에 전기신호 형태로 옮겨 주는 ‘근전도 방식’ 바이오닉 인터페이스 기술 등도 개발할 예정이다.

유 센터장은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마루 시리즈의 핵심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간-기계 상생기술을 연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연구조직과 지원 부처는 새롭게 바뀌었지만 로봇 마루를 개발하면서부터 생겨난 ‘로봇은 인간과 서로 교류할 때만 가치가 있다’는 KIST의 로봇 철학은 아직도 올곧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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