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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이제 실험실에서 병원으로 갑니다!






18살 때 과학저널 ‘네이처’에 단독 저자로 논문을 낸 천재. 2001년 세계 최초로 인간복제배아를 만들어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장본인. 2007년에는 ‘Biocentrism(생물중심주의)’를 주창해 과학자, 과학철학자들의 열렬한 찬사와 차가운 비난을 동시에 들은 사람.

한 미국 매체가 21세기의 아인슈타인이라고까지 치켜세운 미국의 줄기세포기업 ACT(Advanced Cell Technology)사의 최고과학경영자(CSO) 로버트 란자(Robert Lanza) 박사가 내한했다. 지난 4월 29, 30일 양일간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3차 국제 줄기세포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배아줄기세포 임상 임박


오후 2시. 인터뷰실에서 란자 박사를 기다리던 기자는 위키피디아에 올라있던 사진 속의 젊은 시절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까(그는 1956년 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56세다)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서는 란자 박사는 사진과 별로 다르지 않다. 짧게 깎은 머리 때문인지 40살 전후로 보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를 졸업하고 20여 년 동안 장기이식과 조직공학을 연구한 란자 박사는 1999년 막 설립된 ACT의 CSO 제안을 받아들여 줄기세포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ACT사는 역시 괴짜 과학자인 마이클 웨스트(미국의 바이오벤처 ‘제론(Geron)’사의 설립자로 1998년 경영진들과 맘이 안 맞는다며 뛰쳐나갔다)가 설립한 회사로 인간복제배아(세포핵을 뺀 난자에 다른 체세포의 세포핵을 넣어 수정란처럼 분화한 배아)를 만들기로 처음부터 작정했다.



이들은 2001년 10월 마침내 인간복제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6개의 세포로 분열한 뒤 멈춰 복제배아줄기세포를 얻지는 못했다. 2004년 황우석 박사가 세계최초로 인간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란자 박사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듬해 황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조작으로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그 뒤로 저희 쪽에서는 복제배아는 연구하지 않습니다. 아마 다른 곳에서도 하지 않을 겁니다.”

난자채취와 생명파괴논란, 희대의 논문사기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간배아복제 연구를 시작한 장본인이지만 현재 인간복제배아 연구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난 수년 동안 ACT사는 미국 정부에서 연구를 허용한 배아줄기세포(인공수정용으로 만들었지만 쓰이지 않아 폐기될 수정란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주를 분화시켜 줄기세포치료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드는 연구에 전념해왔다.

그 결과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색소상피세포로 완벽하게 분화시켰고 적혈구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망막색소상피세포는 망막의 광수용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유모다.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지난해 11월 이 세포를 이용해 스타가르트병(청소년 때 실명이 되는 병)과 건성 노인성황반변성에 대한 임상을 허용했다.



“지금 만반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각각에 대해 12명씩 환자를 확보했고 LA의 병원에서 수주내 임상을 개시합니다.”

란자 박사는 최근(4월 27일) 우리나라에서도 임상이 허용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양국의 임상결과가 합쳐지면 좀 더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좋아했다. 란자 박사는 차병원에서 설립한 스템인터내셔널사의 최고과학고문(CSA)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미분화한 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또 면역거부반응은 일어나지 않을까.






“저희는 분화된 세포 100만개에 들어있는 미분화 세포 하나를 찾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보통 치료에는 세포 5만개 정도가 쓰입니다. 세포를 주입받은 실험동물 200마리 가운데 암이 발생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죠.”

란자 박사는 망막의 경우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다며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앞으로 배아줄기세포주를 계속 늘려나가 면역타입별로 세포은행을 만든다면 다른 많은 영역으로도 배아줄기세포 치료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란자 박사의 또 다른 주요 관심사는 줄기세포로 만든 혈액. 이 역시 우리나라 바이오벤처 차바이오&디오스텍과 협력하고 있다. 란자 박사는 “줄기세포가 적혈구로 분화하면 세포핵이 퇴화하기 때문에(적혈구는 세포핵이 없다)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BT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멜라닌형성세포가 퇴화해 깃털이 하얀 닭의 배아에, 깃털이 검은 닭의 열흘 된 배아에서 장차 깃털이 될 조직을 찾아낸 뒤 DNA를 추출해 넣어줬다. 그 결과 깃털이 검은 병아리가 태어난 것.

당시를 회상해달라는 집요한 요청에 란자 박사는 “이 결과를 갖고 인근의 하버드대를 찾아갔지만 정문에서 수위가 저지해 들어가지 못했다”며 “나오는 길에 청소부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어 자초지정을 얘기하며 투덜거렸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이 하버드대 교수였다”고 말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그의 논문은 1974년 12월 13일자 ‘네이처’에 실렸다. 그 무렵은 보스턴대에 입학한 상태여서 논문에는 보스턴대 소속으로 나온다.

이랬던 괴동(怪童)이 끊임없이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어 마침내 빛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빛을 안겨주는 상황 직전에 이른 것이다. 오늘날 세계 IT와 BT를 선도하는 미국의 배경에는 IT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처럼 BT에도 로버트 란자 같은 천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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