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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미라 2구 첫 동시 검진 조선시대 여성질환 밝혀질까






4일 오후 10시경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실. 두 구의 미라가 한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피부는 검붉게 변했지만 치아도, 모발도 그대로다. 두 미라는 조선시대 한 남자의 전처와 후처가 500여 년 만에 나란히 첨단 검진을 받은 것이다.

고려대 의대 병리학과 김한겸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4월 경기 오산시에서 발굴한 미라를 보관해 오다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5일 오전 2시 30분까지 4시간에 걸쳐 정밀 조사 작업을 벌였다. 미라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수차례 있었지만 두 구의 가족 미라를 한꺼번에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굴 당시 조선시대 묘제 전문가인 김우림 울산시립박물관장은 “묘에서 발견된 명정을 보면 두 미라는 남편의 직위에 따라 각각 정9품, 정6품 품계를 받았다”며 “승진기간을 고려하면 한 남편이 7년 만에 두 아내를 모두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64채널 초정밀컴퓨터단층촬영기(MD-CT)를 이용해 미라 전신을 촬영했다. MD-CT 촬영 데이터를 처리하면 내장기관을 포함해 몸 전체를 3차원(3D)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몸 곳곳을 X선으로 찍어 골격상태도 확인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논의 결과 포기했다. 수분이 적어 영상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연구팀은 이날 확보한 데이터를 영상의학과, 치과 등 전문 의료진과 함께 분석해 사망 원인 등을 알아낼 예정이다. 미라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광호 원장(치과개업의)은 조사에 참여해 “CT영상을 이용해 치아의 마모도를 확인하면 미라의 사망연령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미라는 관을 부검실로 옮겨 와 해포(시신을 염한 부장품을 벗기는 작업)과정부터 산성도, 세균배양 검사 등을 진행한 유일한 미라다. 이번 추가 연구를 통해 미라가 만들어지는 과학적 원인 등을 가장 정확하게 밝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첫째 부인 미라는 연구팀의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아랫배가 나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사망 당시 임신 중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화면으로도 둥근 물체를 확인했지만 태아라는 사실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추가로 내시경 검사나 부검을 시행할 예정이다. 태아가 확인되면 2002년 발견된 ‘파평윤씨 미라’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임신부 미라가 된다. 둘째 부인 미라는 한쪽 다리가 썩어 뼈가 드러난 ‘반(半) 미라’지만 내장기관은 온전히 보존돼 있어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다.



김한겸 교수팀은 서울대 의학연구원 법의학과 신동훈 교수팀과 함께 국내 양대 미라연구팀으로 꼽힌다. 특히 조선시대 여성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관심이 많다. 김 교수는 “우연찮게 지금까지 검사했던 8구의 한국 미라가 모두 조선시대 여성”이라며 “다양한 미라를 조사해 조선 여성의 사망원인을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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