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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화학으로 통한다


보통 사람들은 화학물질(chemicals)이라면 막연히 ‘위험하다’, ‘독성을 띤다’, ‘암을 일으킨다’,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연관을 짓는다. 화학물질을 잘못 다뤄 발생했던 사고의 부정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 화학물질의 밝은 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한 비행기를 탈 때,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비행기 사고의 충격적인 장면이 겹쳐지면 불안감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모든 물질은 원자나 분자로 이뤄져 있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화학 물질은 자연산으로 존재하든, 필요에 의해 합성된 것이든 화학물질일 뿐이다.

많은 화학물질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중성을 띠고 있어서 우리가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지만 잘 사용하면 약이 된다. 현대인이 두려워하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과 암을 치료하는 물질 모두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을 어떻게, 얼마나, 어느 곳에 사용할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우리가 내리는 것이다.



 



물, 소중하면서도 무서운 화학물질


우리 몸은 뼈 속까지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다. 몸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원소는 산소다. 그밖에도 수소, 탄소, 질소, 인과 같은 원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비록 작은 양이지만 다양한 금속들도 필요하다. 우리 몸을 이루는 구성요소인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조합으로 이뤄진 거대한 분자다. 아미노산의 종류와 개수에 따라 어떤 단백질은 머리카락이 되고, 다른 종류의 단백질은 중요한 장기가 된다. 아미노산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로 구성된 분자이며, 조합되는 방식에 따라 20가지의 아미노산이 만들어진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미노산은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살 수 있다. 중요한 유전 정보를 담아 대대손손 형질을 전해주는 DNA 역시 거대한 분자다. 각종 병을 진단하는 센서를 연구, 개발, 제조하는 경우는 물론, 신약을 개발할 때 화학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까닭도 이들 연구와 제품이 모두 화학물질이나 그와 관련된 화학반응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진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숨쉬기 운동은 안할 수가 없다. 몸에 필요한 산소는 들여보내고,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는 내보내는 것이 호흡이다. 산소는 체내에서 수많은 화학반응에 사용되지만, 일부는 해로운 활성산소로 변한다. 비타민C를 비롯한 항산화제를 먹는 것도 활성산소의 양을 줄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공기를 제외하고 생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을 꼽으라면 물이 될 것이다. 물은 모든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화학물질이다. 물은 2개의 수소 원자와 1개의 산소 원자로 만들어진 물분자의 집합체다. 물은 온도 변화에 따라 증기(기체), 물(액체), 얼음(고체)로 상(phase)이 바뀐다. 물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으며, 체중의 약 70%를 차지하는 물질이기에 너무나도 친숙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많은 위험을 주는 물질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물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원자와 분자를 이해하는 일은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매일의 생활에서 대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한 이해로 넓혀갈 수 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음식, 의복, 집도 모두 화학 물질이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질은 물론 더 나아가서 우리 주변에 있는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자연산 물질까지도 화학물질의 범위를 벗어날 수가 없다. 진공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에 물질이 있게 마련이므로 화학물질을 빼고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꽃을 보다, 화학에 취하다
우리의 일상 역시 화학물질과 상호작용의 연속이다. 우리는 다양한 분자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발현하는 결과에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계절마다 피는 꽃과 철 따라 식탁에 올라오는 과일, 잠을 깨우는 커피 한 잔에도 수많은 분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것들은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과 건강을 주고 있다.

우리는 이런 분자들을 색과 향기, 질감으로 느끼고 즐기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누, 칫솔, 치약 같은 위생용품으로 몸의 청결을 유지한다. 샴푸로 위생적이면서도 윤기 흐르는 매력적인 두발을 유지하여 멋도 낼 수 있다. 화장품은 물론 위생용품도 화학물질이다. 천연재료로 만든 샴푸를 선전하면서 화학물질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대범한’ 광고는 화학을 아는 사람들을 슬프게 한다. 식탁에 오르는 각종 음식도 화학물질이다. 음식에 포함된 항산화제, 베타카로틴, 오메가3 지방산 같은 분자들은 워낙 자주 뉴스에 등장해 이제는 친숙한 이름이 됐다. 온갖 종류의 채소에 들어있는, 암을 예방한다는 식물성화학물질, 맛있게 구운 고등어 조각에 포함된 아미노산들, 살코기에 포함된 단백질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종류의 분자를 먹고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길거리에 나서면 더욱 더 다양한 화학물질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고 화장을 하고 아름다운 색상의 옷으로 멋을 부린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아이폰일지라도 전지가 없으면 쓸모없는 물건이 된다. 휴대전화에 붙어 있는 전지 안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야 비로소 전기가 흘러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전지의 약이 다 떨어지면 충전기를 사용해서 전지 내의 화학물질을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이 바로 충전이다.

자동차는 휘발유가 있어야 움직인다. 휘발유는 원유를 정제해서 얻는다.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뿐 아니라 각종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료들도 쏟아진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물론 색을 내는 물감도 원유에서 나온 화학물질로 만든 것이다.

겨울철 안전운행을 위해서는 부동액을 넣어줘야 한다. 에틸렌글리콜이 REX주성분인 부동액은 웬만한 영하의 온도에서도 얼지 않는다. 안전유리는 유리 사이에 투명한 플라스틱을 넣어 만든다. 에어백은 화학반응을 통해서 급격하게 생성되는 질소가스가 플라스틱 주머니를 채우면서 탑승자를 보호해 주는 장치다.








[오메가3 지방산-들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에 풍부한 몸에 좋은 지방이다.]



[인체를 이루는 원소들-우리 몸(물 포함)을 이루는 원소를 무게비로 나타내면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순이다. 미량 존재하는 원소들도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하다.]



[페닐에틸알코올-장미꽃 향기의 주성분이다.]



[마늘의 매운 냄새는 마을에서 나오는 냄새 분자가 코로 전달돼 느껴지는 것이다.]
화학의 ‘힘’ 보여준 비아그라
많은 사람들은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닌다. 고어텍스로 만든 기능성 옷도 화학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사실 프라이팬에 음식이 들러붙지 않도록 해주는 코팅물질인 테프론은 고어텍스의 기본이 되는 물질이다. 음료를 담고 있는 페트병으로 섬유를 만들면 멋진 옷을 만들 수 있다. 같은 화학물질이 옷도 되고, 페트병도 된다. 이제 막 시대를 열어가는 전자책의 디스플레이도 플라스틱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것이다.

1998년 출시된 이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아그라도 실험실에서 만든 화학물질이다. 비아그라는 남성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것은 물론 자연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비아그라가 판매되자 정력제로 알려진 코뿔소 뿔의 가격, 물개 생식기의 가격이 폭락해 밀렵의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이익 추구의 대상에서 벗어나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처럼 자연산을 대체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합성해 인간의 수요를 충족시켰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자연산만을 고집했다면 자연은 이미 황폐화됐을 것이다.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의 대량생산에 필요한 비료를 비롯한 많은 화학물질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화학과 그 활동의 결과인 화학물질은 실용적이고 생활에 필요한 것이다. 물론 우리 자신도 화학물질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모두 화학물질의 본질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공동의 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끝으로 젊은이들이 화학을 젊음, 열정, 시간을 투자해 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식해, 화학을 통해서 인류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








[테프론-달걀 프라이가 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비밀은 테프론 코팅에 있다.]

 

 

 



글 : 여인형

이미지출처 : 동아일보,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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