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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오토바이, 뭐가 더 위험할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핵은 정말 위험하다는 사실과 함께 인간이 핵을 완벽하게 다루는 데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정부와 원자력 전문가 집단이 ‘비밀주의’ 성향이 강해 소통이 부족하고, 이 때문에 신뢰가 떨어져 대중이 느끼는 위험이 더욱 커졌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전문가 집단과 대중이 핵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크게 차이 난다는 것도 명확해졌다.

대중이 당장 피부로 느끼는 위험은 피폭 때문에 건강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또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먹거리나 식수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것은 생태계의 전면적 파괴가 가져올 사회 전체의 고통과 경제적 피해다.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토양과 바다, 하천, 지하수 등 생태계를 오랫동안 황폐하게 만들어 원전 주변의 넓은 지역을 인간과 동물, 식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생기는 피해는 원전 주변이나 일본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 등 세계 많은 국가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 지구적인 문제인 셈이다.

현대 사회에서 위험은 피할 수 없다. 현대 사회는 지진이나 전염병 등 전통적인 위험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사고, 자동차·비행기 사고 같이 과학기술 발전 때문에 생기는 새로운 위험까지 떠안고 있다. 과거보다 평균수명이 훨씬 더 늘어나고 건강해졌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대중의 위험인식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 가운데 핵이 주는 공포감과 두려움은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핵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낮고, 실제 원전 방사능 누출이 일어나더라도 생명·건강 손실이 흡연이나 알코올, 만성병, 심장병, 뇌졸중, 암 등에 견주면 별 것 아니라고 말한다(체르노빌 사고를 포함해서도).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맛도 냄새도 없고, 노출이 된 줄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진저리를 친다. 핵 또는 원자력은 각종 위험 가운데서도 매우 독특한 존재다.





왜 원자력이 유독 두려울까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위해성분석센터는 2002년 실내공기 오염, 대기오염, 석면 등 환경 위험과 주요 전염병, 만성질환과 각종 유형의 사고, 식품 유해물질, 의료기술, 약 등 48종의 위험을 선정했다. 그 뒤, 그 위험 때문에 피해가 생길 가능성과 발생할 희생자 수 등 실제 피해 정도를 파악해 위험 측정계(risk meter)를 만들어 ‘리스크(RISK)’란 책에 발표했다. 여기에는 노출, 즉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한 위험도 있다. 또 발생 가능성은 높지만 그 위험이 별 것 아닌 것이 있다. 방사선조사식품처럼 발생가능성과 실제 피해를 ‘제로’로 보는 대상도 있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해서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았으며 이로 인한 피해도 상, 중, 하 가운데 중과 하의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다른 47종의 위험에는 없는 항목이 원전 사고에만 하나 더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인간에게 끼치는 심리적 영향과 사회·경제적 영향이 엄청나게 높다’는 위험 측정 지표다. 위험 인식을 증폭시키고 분노를 일으키는 요소에는 신뢰, 두려움, 친밀성, 자발성 등 20가지가 있는데 원전 사고는 이 대부분과 관련이 있었다. 이 때문에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할 경우 대중은 엄청난 분노를 폭발시킨다. 따라서 원전 사고의 경우 그 어느 위험보다도 솔직하고 빠른 위험소통(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터를 결동아일보정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분노 폭발을 경험했다. 정부는 1986~1989년에 영덕, 울진, 영일 등 동해안 지역 조사를 시작으로 19년 동안 방폐장 터 선정과 관련해 모두 9차례의 지역갈등을 빚었다. 특히 안면도, 굴업도, 부안 등에서는 폭동에 가까운 극한 갈등이 벌어져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주민투표로 중·저준위 방폐장이 경주로 결정됐지만, 더 민감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할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험소통학, 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학은 방폐장 건설과 관련해 가장 먼저 연구가 이루어졌다. 인간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가공할 위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핵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위험과 비교가 안 된다. 인간은 역사적 경험을 한 위험에 대해서는 더욱 두려워하는 심리가 있다. 예를 들어 흑사병이나 스페인독감과 같이 지구 재앙을 겪은 팬데믹(대유행병)이 다시 유행한다면 해당 지역주민은 두려움에 떨 것이다. 인류는 중세 때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의 제물이 됐고, 1918~1919년 1차 대전 때 스페인에서 시작된 독감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2008년 신종플루 유행 때 새로운 슈퍼독감이 찾아온 게 아니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꼽은 것은 원전이 아니라 자동차 사고다.]

 

 




그래프
[이상규 단국대 의대 교수와 함명일 순천향대 의대 교수 등이 2009년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30개 위험 지표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격차가 가장 큰 것은 원자력 발전이었다.]
왜 대중은 전문가를 믿지 못할까
지난 4월 7일 전국에서 봄비가 제법 내렸다. 봄 가뭄에 산불이 잦던 때에 내린 비였다. 봄 채소를 키워야 하는 농민들에게도 단비가 될 만했다. 하지만 농민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기류를 타고 일본 남쪽으로 내려간 뒤, 다시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는 바람에 실려 날아와 제주도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을 덮는다는 국내외 기상기관의 예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에서 방사성 세슘이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최고 농도로 검출되면서 수도권에서도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방송은 이 때 내린 비에는 인체에 악영향을 줄 만한 양이 들어 있지 않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와 정부의 견해를 적극 알렸다. 하지만 한편으론 되도록 비를 맞지 말 것을,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는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경기교육청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임시휴교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왜 이처럼 하나의 위험(또는 잠재적 위험)을 놓고 느끼는 위험 정도가 크게 다른 걸까.

위험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인종별로도 다르고, 학력별로도, 남녀 간에도 다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가와 대중의 위험에 대한 인식 차이다. 전문가는 매우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일반 대중은 별로 위험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있고 정반대도 있다. 대체적으로 전문가는 위험의 특성과 그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 그리고 그 위험으로 인한 실제 사망 정도와 위중도를 따진다. 반면 대중은 객관적인 통계수치나 연구 결과보다는 직관적이고 심리적인 위험 인식을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위험 인식의 차이 때문에 위험소통을 해야 하는 규제기관이나 정부 기관, 기업 등은 곤란을 겪는다. 하지만 전문가의 위험인식이 올바르고 대중의 위험인식이 잘못됐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정말 큰 문제다. 2008년 미국 쇠고기수입 협상과 관련한 인간광우병 위험 촛불시위의 배경에는 이런 위험 인식 차이와, 그 차이를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있었다.

대중과 전문가들의 위험 인식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잘 드러나 있다. 미국의 비영리 공공 정책 연구소 ‘디시전 리서치’사의 대표이자 ‘위험인식(risk perception)’ 전문가인 폴 슬로빅 박사는 원전과 자동차, 권총, 오토바이, 흡연, 술, 수술, 자전거, 예방접종, 수영, 스키, 엑스(X)선 촬영, 색소 등 모두 30가지 위험에 대해 위험 인식 정도를 조사했다. 위해성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은 원전을 20위(19위는 기차 사고, 21위는 식품색소)로 꼽았다(왼쪽 아래 표). 반면 대중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유권자 연맹과 대학생은 모두 원전을 가장 위험한 것으로 꼽았다. 기업인들은 8위로 꼽았다. 전문가집단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꼽은 것은 자동차 사고였고 흡연, 술, 권총, 수술, 오토바이가 뒤를 이었다.







표
[폴 슬로빅 박사가 1987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 ‘위험인식’의 결과를 보자. 원자력 발전은 여성과 대학생들 모두에게 가장 위험한 대상으로 꼽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0개 중 20번째로 위험한 대상으로 꼽았을 뿐이다. 전문가들이 뽑은 위험도 1위는 자동차였다.]
체르노빌엔 아무도 사람이 살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전문가(자연과학·공학 전공 교수와 연구원)와 일반인(대학생)을 대상으로 원전과 방폐장, 원자력, 핵폐기물 등의 원자력 관련 위험과 자전거, 흡연, 에이즈, 유전자변형식품, 외과수술, 백신, 테러 등 모두 30가지 위험에 대해 조사한 연구가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유독 원자력 관련 위험에 대해서만 큰 차이를 보인 점이다. 에이즈, 흡연, 범죄, 수입식품 따위에 대한 위험 인식은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엑스선, 식품첨가물,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서는 위험인식이 엇비슷했다. 반면 원전은 3.4(일반인) 대 2.5(전문가)(여기에서 5는 매우 위험하다, 4는 위험하다, 3은 그저 그렇다, 2는 별로 위험하지 않다, 1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이다), 방폐장은 4.0 대 2.3, 핵폐기물은 4.4 대 3.2, 원자력은 3.7 대 2.6이었다. 한결같이 전문가들은 일반인에 견주어 위험 인식 정도가 낮았다. 슬로빅의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인식 차이와 달리 재앙적인 원전 사고가 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 특히 사고 인근 지역 오염과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심각하게 말한다. 방사능 물질 가운데는 반감기가 8일인 요오드처럼 매우 짧은 것이 있는가 하면 세슘이나 스트론튬처럼 수십 년 되는 것도 있으며 플루토늄처럼 2만 4000년이나 되는 것도 있다. 만약 체르노빌이나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스트론튬과 플루토늄이 생태계에 방출되면 그 양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 체르노빌의 경우 사고 뒤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반경 30km 안에는 사람이 사는 것은 물론이고 외지인의 통행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200명 가량의 일부 극소수의 노인만이 고향 마을을 떠나기 싫어 20km가량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일본 후쿠시마도 비슷한 길을 따라 걷게 될지 누가 알까.








[저널리스트가 방호복을 입은 채 서 있다. 이 지역은 후쿠시마에서 60km 떨어진 곳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어떻게할것인가


글 : 안종주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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