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연구소

척척박사 연구소과학이야기제목별로 보기해설이 있는 과학

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돌고래와 개 목줄, 그리고 줄기세포






작년 이맘때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있었던 한 학회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점심으로 도시락이 나와 바다가 보이는 밖에서 먹고 있는데 저 멀리 바다 위로 뭔가 퐁퐁 솟아올랐다. 유심히 보니 돌고래 무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자연상태의 돌고래를 처음 보면서 TV 동물 다큐멘터리에서처럼 가까이에서 보면 굉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기자는 신경과학 대학교재를 보다가 돌고래를 다시 생각하게 됐는데 포유류의 뇌크기를 비교하는 그림이었다. 놀랍게도 돌고래는 사람보다 뇌가 더 클 뿐 아니라(사람이 1300cc인데 비해 돌고래는 1600cc) 뇌의 표면적을 결정하는 주름도 비슷하게 많았다. 뇌무게를 몸무게로 나눈 값도 사람 다음이 돌고래라고 한다.





●돌고래 뇌 > 사람 뇌


돌고래가 똑똑하다는 건 다 알고 있지만 돌고래 연구자들에 따르면 인류의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나 고릴라보다도 더 지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돌고래는 상당히 복잡한 언어시스템을 갖고 있고 거울을 보면 자기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사람이 손으로 가리키는 것, 즉 ‘지시’의 의미도 알고 있다고 한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4월 29일자에는 돌고래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논쟁이 실렸는데 “이렇게 똑똑한 동물을 어떻게 수족관에 가둬둘 수 있느냐?”에 대한 찬반이다. “모든 돌고래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주장을 대표하는 과학자는 미국 에모리대의 생물심리학자인 로리 마리노 박사다.

마리노 박사는 자연상태에서 활동반경이 수백 평방킬로미터인 돌고래를 1만분의 1도 안 되는 수족관에 가둬둔다는 건 ‘지적인’ 돌고래로서는 견딜 수 없는 없는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수족관의 돌고래는 평균 수명이 20살로 야생 상태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이 돌고래가 똑똑한 동물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수족관의 돌고래를 연구한 결과라는 것. 또 야생의 돌고래들 다수가 몸에 상어에 물린 흔적이 있을 정도인데 살아남은 녀석들로만 평균 수명을 따지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것.

미국 플로리다대서양대 데니스 헤르징 교수는 그 대안으로 야생 상태의 돌고래를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제인 구달이 야생의 침팬지를 연구하듯 돌고래 집단을 연구해오고 있는데(서서히 접근하다보면 어느 순간 돌고래들이 사람을 무시하고 평소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그 결과 2008년에는 어미 돌고래가 새끼에게 물고기를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을 밝히기도 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서커스에 동물 안 나와


사실 동물의 ‘존중받을 권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나 논란은 돌고래나 침팬지에 국한돼 있지 않다. 그 결과 최근 ‘동물법(animal law)’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에서 동물법 강좌가 개설돼 있는 대학이 120여 곳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동물법의 취지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행동을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 동물을 학대하면서도 “사람도 아닌데 무슨 죄가 되냐? 잡아먹기도 하는데…”라고 항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동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이 2007년 전면 개정돼 동물학대나 방치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동물의 기본권에 대한 보호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인데 뉴질랜드는 지난 2000년 처음으로 연구용으로 대형 영장류를 쓰지 못하게 명문화했고 남미의 볼리비아는 2009년 서커스에 동물을 등장시키지 못하도록 법제화했다고 한다.

사실 법이 아니더라도 요즘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배려’가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개를 데리고 다닐 때도 목줄 대신 가슴줄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목줄을 쓰면 개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수년전 한여름 더위에 졸고 있는 개를 스케치한 적이 있는데 바짝 조인 목띠 부분을 그리면서 기자의 목이 다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작 개 조련사들은 가슴줄을 쓰지 말고 목줄을 쓰라고 한다. 가슴줄을 쓰면 개가 말을 안 듣고 오히려 우두머리 행세를 하려 한다는 것. 개줄 매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닌 세상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대안?




이처럼 동물의 권리에 대한 각성이 높아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집단이 바로 과학자들이다. 영장류를 실험에 쓰지 못하게 하는 나라들이 늘면서 영장류를 대상으로 실험해온 과학자들은 이미 큰 타격을 입었고 최근에는 생쥐 같은 전형적인 실험동물에 대해서도 규제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9년부터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의 생산과 유통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인류의 생존에 중요하지도 않은 제품을 개발하는데 동물을 희생시킨다는 건 비윤리적이라는 철학이 담겨있다. 사실 의약품조차도 동물실험의 대안을 찾으라는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줄기세포가 실험동물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줄기세포도 윤리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006년 일본 연구진들이 발표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가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체세포에 유전자 몇 개를 넣어줘 줄기세포 같은 특성을 갖게 한(이를 역분화라고 한다) 세포다. 그 결과 수정란 파괴라는 배아줄기세포의 비윤리성이 없으면서도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를 갖게 된 것.

과학저널 ‘네이처’ 5월 12일자에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체세포(섬유아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킨 뒤 이를 다시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정상세포와 차이를 규명하고 약물의 효과를 검증한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연구결과 이렇게 만든 정신분열증 환자의 신경세포는 정상인의 신경세포에 비해 세포 사이의 연결(시냅스)망이 덜 촘촘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동물실험은 윤리문제 말고도 동물에서의 결과가 과연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어왔고 실제로 동물실험에서는 문제가 없던 약물이 사람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줄기세포 기술로 원하는 유형의 사람세포에 직접 약물을 처리해 그 결과를 볼 수 있게 된 것. 게다가 환자 개개인의 체세포를 떼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 뒤 분화시켜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찾은 뒤 환자가 이를 처방받는 ‘맞춤형 진료’의 시대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수억 마리씩 희생되는(통계는 없지만 미국에서만 1억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실험동물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사람 문제는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자’는 경향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내과학상자담기  E-MAIL 프린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RSS

나도 한마디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목록


내 당근 보러가기

내 뱃지 보러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