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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상처' 치유의 비밀 풀다. 대구 지하철 사고 생존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5년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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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고의 생존자 A 씨는 요즘도 담배 연기를 견디지 못한다. 사고 이후 연기에 민감해진 그는 자동차 매연이나 심지어 튀김 냄새에도 과민 반응을 보인다. 그래도 8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증세가 많이 호전됐다. 지금은 화재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악몽을 꾸지는 않는다.

당시 사고는 참혹했다. 50대 남성이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전동차 안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러 192명이 숨졌다. 148명은 살아남았지만 대부분 A 씨처럼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연기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겼다.

류인균 서울대 의대 교수와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생존자 가운데 30명에 대해 사고 1년 뒤인 2004년부터 5년간 이들의 회복 과정을 꾸준히 관찰했다. 불이 난 전동차에 갇혔지만 몸에 부상을 당하지 않은 생존자들이 연구 대상이었다. 한 번 할 때마다 4시간이 꼬박 걸리는 검사였지만 생존자들은 대구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실험에 기꺼이 참여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사고로 인한 정신적인 후유증을 회복하는 데는 뇌의 전전두엽(前前頭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전전두엽은 얼굴을 정면으로 봤을 때 이마 위쪽 부위에 해당한다. 부정적인 정서(감정)를 키우거나 줄이고 원치 않는 기억을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전두엽은 인간을 포함해 유인원에게 특히 발달해 있다.

연구진은 1년에 한 차례씩 구조성 자기공명영상(structural MRI) 장치로 30명의 뇌를 촬영해 전전두엽의 두께를 쟀다. 2004년 첫 촬영에서는 생존자들의 전전두엽 평균 두께가 3㎜로 나타났다. 정상인의 전전두엽 두께는 평균 2.85㎜. 사고 뒤 생존자들의 전전두엽이 정상치에 비해 5% 정도 두꺼워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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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가 갈수록 생존자들의 전전두엽 두께는 점점 얇아졌다. 2008년 마지막 촬영에서는 전전두엽의 평균 두께가 2.88㎜로 조금 줄어들었다. 김 교수는 “전전두엽이 정상인과 비슷한 두께가 되면 생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거의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쥐 실험으로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나 해마가 외상 후 스트레스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발표됐다. 김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전전두엽의 영향을 연구하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뇌 촬영 외에 생존자들의 신경심리검사도 병행했다. 유전자를 분석해 뇌 기능과의 연관성도 찾았다. 이 과정에서 BDNF라는 유전자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의 관계도 찾아냈다. BDNF라는 유전자가 같은 이름의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낼수록 전전두엽도 많이 두꺼워졌지만 그만큼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짧았다.

김 교수는 “BDNF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전전두엽의 두께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런 단백질을 이용해 전전두엽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치료제를 개발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정신과 및 신경과학 분야 세계 최고 수준 권위지인 ‘일반정신의학회지’ 7월호에 실렸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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