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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뇌종양 위험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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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정말 뇌종양을 일으키는 걸까? 세계보건기구(WHO)는 휴대전화가 뇌종양 발병율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 사실을 부정하는 연구도 적지 않다. 과연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자세히 살펴보자.

3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5월 31일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 (glioma) 발병률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최고 권위기구의 발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걱정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휴대전화는 ‘2B등급’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WHO/IARC 회의에 참석해 이번 결정 과정에 참여한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2B등급은 아직 사람에게는 영향이 없는 물질이라는 뜻”이라며 “휴대전화가 암을 일으키는지 아직은 모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번 WHO의 발표는 단지 ‘휴대전화가 뇌종양을 일으키는지 아직 모르니 좀 더 유의해 지켜보고 연구하자’는 뜻이다. 김 교수는 “2B등급이 5개 등급 중 중간이라 마치 휴대전화가 중급 발암물질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분류체계 중 확실히 암을 일으키는 물질은 1등급에 속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10년 연구에도 여전히 아리송

이안 올버 호주 아델레이드대 의대 교수는 “암은 DNA에 돌연변이가 생겨야 발생하는데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DNA를 망가뜨릴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외선의 에너지는 480kJ/mol로 피부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일으킨다. 자외선보다 에너지가 큰 X선과 감마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자파의 에너지는 0.001kJ/mol로 자외선의 48만분의 1에 불과하다. 심지어 우리가 매일 보는 가시광선인 녹색파장의 24만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존 올슨 교수는 “전자파가 DNA를 손상시킬 수 없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DNA를 직접 망가뜨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기작으로 암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어떤 연구 결과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자파가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기작을 확실하게 증명하면 논란을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없어 연구자 역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장비의 선진화와 정밀한 생물학 연구가 뒷받침돼 더욱 확실한 모델이 정립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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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 역시 휴대전화와 뇌종양의 관계를 확실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1994년 미국건강재단의 조수아 머스캣 박사는 5년간 미국 북동부 지역 5개 대학병원에서 총 891명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와 뇌종양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와 암 발생에 관한 연구논문 45개 중 31개는 이들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14개 논문은 여전히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보고했다. 휴대전화가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학설이 우세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됐던 것이다.
2000년 IARC는 이 논란을 종식시킬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 암학회의 지원으로 호주, 캐나다, 덴마크 등 13개 국가가 참여한 다국적 연구인 ‘인터폰 연구(INTERPHONE STUDY)’가 조직됐다. 인터폰 연구팀이 각국의 뇌종양 환자 6420명과 건강한 사람 7658명을 10년간 추적해 조사한 결과, 하루에 30분 이상 통화하는 경우에는 신경교종에 걸릴 확률이 높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뇌종양 발생률은 낮았다. 2010년 크리스토퍼 와일드 IARC 소장은 “인터폰 연구 자료로는 휴대전화 사용이 뇌종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학술지 ‘국제유행병학저널’ 2010년 5월 18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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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통화 뇌종양 유발한다

인터폰 연구가 한창 진행되던 때 스웨덴 오레브로대 의대의 레너트 하델 교수도 동일한 역학조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휴대전화 사용이 뇌종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폰 연구와 상반되는 결과다.

김 교수는 “두 그룹의 연구 결과가 다른 것은 역학조사의 한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경교종은 전 세계 1만 명 중 1명이 걸리는 병으로, 역학조사를 하기에는 표본의 수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 휴대전화 통화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지 않고 질문지로 조사했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 업체가 환자의 통화정보를 제공하면 더 정확한 연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그룹의 연구 결과에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휴대전화로 장시간 통화할 때 신경교종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터폰 연구에서는 10년간 하루 30분 이상 같은 방향으로 통화하면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40%나 증가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하면 뇌종양이 증가한다는 것은 두 그룹이 모두 인정하는 결과로 신뢰할 수 있다”며 “이번 WHO 회의에서도 바로 이 연구 결과를 인정해 휴대전화를 2B등급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ARC의 의견에 휴대전화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는 “이번 조사는 제한된 증거를 토대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편견과 오류가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CTIA는 또 “이미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휴대전화 사용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반박했다.

IARC가 많은 논란 속에서도 이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김덕원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이미 세계적으로 50억 명이 넘게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뇌종양을 발생시킨다고 확실히 판명될 경우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미리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특히 면역 시스템이 불완전한 어린이는 전자파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이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최근 선진국에서는 초·중등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려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휴대전화 아이들에게는 더 위험해

김덕원 교수는 지난 2006년 휴대전화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10대 청소년과 성인을 비교해 조사한 적이 있다. 청소년의 경우 휴대전화를 사용한 뒤 손의 땀이 증가했다. 휴대전화 전자파가 땀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WHO에서 발표한 신경교종도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발생하는 종양이다. 이 연구 결과는 ‘생체전자파학회지’ 2006년 10월 27일자에 실렸다.

어린이가 전자파를 더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5월 23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자파환경연구팀의 이애경 박사와 최형도 박사가 어른과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을 비교한 결과 어린이가 어른보다 전자파를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세 남자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은 20세 성인 남성의 흡수율보다 1.5배 높다. 1세, 3세, 7세 남자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도 각각 117μW/kg, 119μW/kg, 119μW/kg으로 모두 20세 남성(83μW/kg)의 1.4배 이상이었다.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운지는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았다. 그러나 영장류를 포함한 동물 실험에서 전자파 노출이 많으면 일반적으로 조직의 온도가 올라가 각종 기능에 장애가 온다. 따라서 성인보다 전자파 흡수율이 높은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비전리방사보호위원회(ICNIRP)는 동물실험 등을 토대로 100kHz~10GHz 주파수 대역의 전자파 흡수율 기준을 전신 0.08W/kg, 머리·몸통 2W/kg, 팔다리 4W/kg로 정해 두었다. 그러나 ICNIRP 권고기준은 어른과 어린이를 따로 구분하지는 않았다. 최 박사는 “앞으로 어른보다 전자파 흡수율이 높은 어린이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 전자파 흡수율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TRI의 연구에서 어린이가 특히 1GHz이상의 주파수 대역에서 ICNIRP 권고치보다 많은 양의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이 주파수 대역은 휴대전화 전자파의 주파수 대역도 포함한다. 즉 어린이는 어른보다 휴대 전화 전자파를 더 잘 흡수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2011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자파적합성(APEMC)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안전한 휴대전화 개발도 가능

그러나 아직 어린이의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는 단 한 건도 없다. 인터폰 연구를 비롯한 모든 연구가 오로지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따라서 WHO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휴대전화가 뇌종양을 일으키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진을 새로 꾸렸다. 이미 2008년부터 세계 14개국이 참여해 2년간 실험방법을 논의하고 실험준비를 마쳤다. 지금은 활발히 데이터를 모으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 연구에 참여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담배나 석면 같은 암유발물질에 노출되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에는 실제로 암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다.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발암성이 문제 됐다. 휴대전화 전자파도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발암 인자로 밝혀질 수 있다. 특히 뇌종양은 잠복기간이 15~30년 정도로 길기 때문에 더 오랜 연구가 필요하다. 김덕원 연세대 의대 교수는 “최근에는 무선 인터넷이 안 되는 장소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전자파에 노출되고, 사용하는 전자파의 종류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는 휴대전화 전자파를 비롯한 각종 전자파가 뇌종양 같은 암을 일으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휴대전화 전자파가 신경계에는 영향이 없는지도 알아보고 있다. 하미나 단국대 의대 교수는 “어린이의 휴대전화 사용이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와 관계 있는지를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하 교수는 임산부의 휴대전화 사용이 태아의 신경인지발달에 영향을 주는지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더 안전한 휴대전화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있다. 이중근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안전한지를 조사하는 연구도 추가돼야 한다”며 “정확한 수치를 정하고 그 이상의 전자파가 나오지 않는 휴대전화를 생산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연구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더 안전한 휴대전화를 개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지금 쓰는 내장 안테나 앞에 반사판을 달아 전자파가 머리 반대쪽으로만 나가도록 지향성을 주면 뇌가 받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글 : 신선미 기자 ( vami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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