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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지구 둘레를 잰다고?


물 마시는 코끼리 / 바람에 나부끼는 갈기를 가진 사자 / 산불을 바라보는 소년 /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로 상처를 입은 여자 / 폐허가 된 경기장 /초록색이 가득한 숲….

8월 1일까지 열리는 ‘지구상상전’에 걸린 사진들을 간단히 소개해 봤습니다. 사진작가 10명이 상상한 지구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이들은 동물이나 생물에 집중하기도 하고, 인간이 만들어놓은 건축물을 담기도 하죠. 이렇게 많은 장면이 살아 있는 지구는 정말 무척 넓고 거대합니다. 땅을 밝고 서 있는 동안은 지구의 전체 모습은 짐작조차 할 수 없죠. 대체 지구의 둘레는 얼마나 되는 걸까요?

지구 둘레는 약 4만 120km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위성으로 지구 사진을 촬영하고, 슈퍼컴퓨터 같은 최첨단 장비로 계산해 얻은 값이죠. 이 정도면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400시간 이상 달려야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머릿속으로 대충 예상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구 둘레를 최초로 잰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일찍 나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에라토스테네스’라는 과학자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인공위성이나 슈퍼컴퓨터처럼 최첨단 기술은 없었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고요. 그러면 에라토스테네스는 어떻게 지구 둘레를 쟀을까요?

에라토스테네스는 수학과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데는 당시 세계 최고의 과학·문화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였죠. 그곳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어느 날, 에라토스테네스는 책에서 새로운 사실을 읽게 됐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남쪽에 있는 ‘시에네’에서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짓날(6월 21일) 정도가 되면 사원의 돌기둥 아래 그림자가 사라지고, 햇빛은 깊은 우물 바닥까지 다다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에라토스테네스는 하짓날 정오가 되면 알렉산드리아에서도 그림자가 사라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하짓날, 알렉산드리아에 막대기 하나를 꽂아놓고 그림자를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정오가 돼도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시간에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의 그림자 길이가 다르다니…. 에라토스테네스는 여기서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같은 시간에 잰 그림자 길이는 어디서든 같아야 할 테니까요.



이어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 둘레를 계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몇 가지를 가정합니다. 먼저 ‘태양빛은 모든 곳에 평행하게 들어온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태양빛이 지구로 들어올 때쯤에는 모두 일직선으로 평행을 이룬다는 것이죠. 여기서 평행이란 두 직선을 아무리 멀리 길게 늘여도 만나지 않을 상태를 말합니다.







사진


그는 하짓날 정오에 시에네 우물로 들어오는 태양빛과 알렉산드리아에 세워놓은 막대기에 들어오는 태양빛을 나란히 그렸습니다. 이때 막대기를 이은 선을 지구 중심까지 길게 늘이면 두 태양빛과 만나는 각이 나옵니다. 이제 그림에는 지구 중심에서 시작하는 부채꼴이 하나 생겼습니다.



지구를 동그란 피자라고 본다면 잘라서 한 조각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조각이 몇 개 있으면 피자 한 판이 완성될까요? 이것은 피자를 자른 각도가 얼마인지 알면 계산할 수 있습니다. 피자 모양의 원은 360°입니다. 따라서 피자를 나눈 각도가 60°라면 6개 조각을 붙여서 한 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360÷60=6). 30°로 나누었다면 12개의 조각이 필요하겠죠(360÷30=12).

피자 조각 모양을 ‘부채꼴’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빵이 있는 바깥쪽 부분은 ‘부채꼴의 호’입니다. 호의 길이는 피자 조각을 자른 각도에 맞춰 달라집니다. 피자를 60°로 잘라 6조각으로 나누는 것과 30°로 잘라 12조각으로 나눴을 때 빵의 둘레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에라토스테네스가 썼던 두 번째 가정이 나옵니다. '호의 길이는 원의 중심각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부채꼴의 각도를 알기 위해 또 한 가지 가정이 필요합니다. ‘직선 하나가 평행선 두 개와 만나서 이루는 사이각의 크기는 같다’라는 것이죠. 이에 따르면 태양빛이 막대기와 만나서 이루는 각도가 곧 부채꼴의 각도가 되는 것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이 각도를 쟀더니 7.2°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생긴 부채꼴 50개가 모이면 원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깁니다 (360÷7.2=50).

부채꼴의 호는 걸음으로 쟀습니다. 사람을 시켜서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에네까지 걸어갔다 오라고 한 것이죠. 이 결과 두 도시 사이의 거리가 5,000스타디아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조금 전에 구해놓은 50에 5,000을 곱하면 2만 5,000스타디아라는 값이 나옵니다. 이것이 최초로 계산된 지구 둘레입니다.



아직 스타디아의 길이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1스타디아가 대략 185m가 된다고 하는 정도만 짐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따라 에라토스테네스가 계산한 값을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로 바꾸면 대략 4만 6,250km가 됩니다. 오늘날 잰 지구 둘레가 4만 120km와 아주 비슷한 크기입니다.

앉아서 지구 둘레를 쟀던 천재 과학자, 에라토스테네스. 그가 지구 둘레를 알아낸 데 사용한 것은 단지 과학적 상상력과 섬세한 추리였습니다. ‘지구상상전’에서 보여준 다양한 지구를 오랫동안 행복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것 또한 과학적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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