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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GMO 기술






최근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생명과학과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가 쓴 ‘동적평형’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후쿠오카 교수는 뛰어난 분자생물학자이면서도 인기있는 대중과학서를 여럿 펴낸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일본의 최재천 교수라고 해야 할까.

동적평형이란 독일 태생의 미국 생화학자 루돌프 쇤하이머가 쓰기 시작한 용어로 한마디로 정적으로 보이는 생명체가 실상은 동적인 평형상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 만에 만난 친구는 변한 게 없지만 몸을 이루는 생체분자는 상당부분 바뀌어 있다.

후쿠오카 교수는 이 말이 생명의 특징을 요약한다며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글 가운데 GMO(유전자변형생물)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그 자신이 연구를 위해 유전자변형 쥐를 만드는 과학자이면서도 GMO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눈에 띤다.

●GM농작물 보편화 돼

후쿠오카 교수는 GMO 농산물의 대명사인 미국의 몬산토가 무자비하고 이기적이라며 한 사례를 소개했는데 읽으면서도 ‘설마…’라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98년 몬산토가 캐나다의 한 농부를 제소했는데 그 이유가 자기들한테 로열티를 내지 않고 제초제(라운드업) 내성 카놀라(유채)를 재배했으므로 이익을 반환하라는 것이었다.

매년 자기 밭에서 수확한 카놀라의 씨를 이듬해 뿌려 농사를 지어온 농부 퍼시 슈마이저는 뭔 소린가 했지만 그의 밭에서 수확한 카놀라에서 몬산토의 제초제 내성 유전자가 발견됐다. 슈마이저는 인근 GM카놀라밭에서 꽃가루가 날라 왔을 거라고 주장했지만 몬산토는 “어떤 경로이든 우리의 특허권이 침해당했으므로 이에 대해 변상하라”고 반박했다.

놀랍게도 캐나다 하급법원은 몬산토의 손을 들어줬고 슈마이저는 상고했다. 다행히 2004년 대법원은 “제초제 내성 카놀라의 혼입으로 피고가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면제한다”고 슈마이저의 손을 들어줬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고소 할 사람은 몬산토가 아니라 슈마이저 아닐까. 자기 밭이 사람들이 기피하는 GMO에 오염됐으니 '비(非)GMO 카놀라유'라고 표기했다가는 사기를 친 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송이 일단락된 뒤 이번에는 슈마이저 측에서 몬산토를 고소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후쿠오카 교수가 너무 편향적으로 쓴 것 같아 위키피디아에서 ‘몬산토 대 슈마이저 소송’편을 찾아 읽어보니 역시 그의 글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즉 1997년 슈마이저 씨가 농장 주변의 잡초를 없애려고 라운드업을 뿌렸는데 살아남은 카놀라를 발견하고 씨앗을 받은 뒤 이듬해 씨를 뿌렸다고. 따라서 적어도 1998년 GM카놀라 재배는 의도적이라는 것.

2004년 대법원 판결도 5:4로 몬산토가 승소한 것이고 다만 슈마이저는 배상을 면제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슈마이저 측에서 몬산토를 고소한 건 2005년 슈마이저의 밭에서 여전히 GM카놀라가 발견되자 이를 없애는 비용으로 몬산토에 660달러를 청구한 것. 이는 다분히 상징적인 행위로 몬산토는 2008년 돈을 지불했다고 한다.










●GMO 만드는 새로운 기술 속속 등장

최초로 상업화된 GM농작물은 '플레이버 세이버(Flavr Savr)'라는 보관성이 높은 토마토로 1994년 시장에 나왔다. 그 뒤 다양한 GMO가 도입되면서 불과 10여년 만에 농업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콩의 77%, 옥수수의 26%, 목화의 49%, 카놀라의 21%가 GMO다. GMO의 대부분은 북미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개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GMO를 재배하지 않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 7월 21일자에는 ‘성장통’이라는 다소 은유적인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GMO에 대한 법규를 개정해야 할 때가 됐다는 내용으로 그 계기가 된 것이 '켄터키블루그래스(Kentucky bluegrass)'라는 GM잔디다.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를 집어넣은 잔디인데 특기할 점은 기존의 아그로박테리아라는, 식물에 감염하는 세균 대신 ‘유전자총(gene gun)’이라는 방식으로 유전자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농무부가 켄터키블루그래스에 대해 규제한 권한이 없다고 선언해 문제가 됐다. 그동안 미국 농무부가 GMO를 규제하게 된 근거는 식물의 감염시키는 아그로박테리아를 썼기 때문인데(식물병충해법에 근거) 이것 없이 유전자를 도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규제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켄터키블루그래스는 GMO의 안전성과 관련된 여러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법이 제정될 당시 고려하지 않았던 방법이 쓰이면서 미국 정부가 혼란에 빠진 것이다.

참고로 기존 아그로박테리아를 이용한 유전자 도입법을 잠깐 소개하면 먼저 유전자를 벡터라는 원형 DNA에 넣은 뒤 이 벡터를 아그로박테리아에 넣는다. 그리고 식물체에 감염시키면 박테리아가 감염돼 식물세포에 벡터를 토해내고 벡터가 식물의 게놈에 끼어들어가면서 새로운 유전자가 도입된다.

반면 유전자총은 금가루 같은 미세한 금속입자 표면에 벡터를 붙이고 이를 식물세포에 쏘아 침투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아그로박테리아를 쓰는 방법보다 까다롭지만 스코츠 미라클-그로라는 미국의 바이오벤처에서 잔디에 적용하는데 성공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수년 사이 식물에 외부 유전자를 도입하는 새로운 방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미니염색체(mini-chromosomes)’을 이용하면 식물의 게놈과는 별도로 미니염색체가 식물세포 안에 존재하면서 싣고 있는 유전자들을 발현시킨다. 현재 거대 바이오회사인 신젠타가 미니염색체가 들어있는 옥수수를 현장테스트하고 있다. 참고로 미니염색체는 숙주 세포에 침투하면 염색체처럼 뭉쳐지는 특정한 바이러스의 DNA에서 유래했다.

지난 2009년 ‘네이처’에 발표된 ‘징크핑거뉴클레아제(특정 염기서열의 DNA 가닥을 자르는 효소)’를 이용한 유전자 도입법도 주목할 만하다. 식물 게놈의 원하는 위치에 외부 유전자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GMO는 제조제 저항성은 기본이고 씨앗이 불임이 되게 하는 유전자 조작까지 된 상태인 것들도 있다. 슈마이저 씨처럼 씨를 받아다가 몰래 심는 가능성까지 원천봉쇄한 셈이다. 농부들은 해마다 거대 농업회사에 씨앗을 구입해 심어야 한다.

세계 인구가 70억 명이 넘어가는 이때 수확량이 많고 키우기 쉬운(내성이 있는 제초제를 뿌리면 되므로) GMO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럼에도 정말 그런가 라고 질문해보면 대학원 때 식물유전학을 전공하며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 GMO를 만들기도 한 기자로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후쿠오카 교수 역시 책에서 “우리는 그렇게 복잡한 식품에 의존해야만 할 정도로 심각한 영양 문제에 처해 있는 걸까?”라고 반문하고 있다.

토종 품종 또는 이에 기반한 개량종을 친환경 농법으로 키워 수확한 농작물로만 차려진 식탁은 이제 정녕 꿈 꿀 수밖에 없는 광경이 되는 것일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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