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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서 상추기른다… 토종 식물공장 ‘알제리’ 진출


5년 후인 2016년, 한국형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를 아프리카 알제리에 건설하기 위해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전력 직원 김현혁(가명) 씨. 식사시간이 되자 팀장으로부터 ‘농장에 가서 채소를 좀 따오라’는 말을 듣고 건물 밖으로 나섰다. 주변은 온통 사막뿐인 덥고 황량한 풍경. 뜨거운 태양빛을 뚫고 3~4분 정도를 걸어 창고 같아 보이는 옆 컨테이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서늘한 기운이 훅~ 하고 올라왔다. 온도는 영상 20도. 내부는 대형 마트 채소 판매점 같았다. 사람 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좁은 통로 양쪽으로 4층 선반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선반 위쪽으로는 붉고 푸른 조명이 켜져 있어 눈이 어지러웠다.

박 씨는 컨테이너 내부를 몇 분 정도 두리번거리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12월 8일, 아. 여기 있군.” 그는 오늘 날짜가 적혀 있는 모판을 찾아내더니 상자를 그대로 뽑아냈다. ‘촤악~’ 물 튀는 소리가 들리자 배양액속에 뿌리를 담그고 무럭무럭 자라던 식물들이 그대로 담겨 올라왔다. 상추, 케일, 겨자채, 치커리, 근대 등 8종류의 작물이 빼곡하게 심겨 있었다. 50여명의 한국 직원들이 한 끼 식사를 하는데 부족하진 않을 것 같았다.

박 씨는 허리를 굽혀 발 밑 맨 아래 칸에 있는, 씨앗만 꼽혀 있는 모판을 들어 빈 자리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는 매직펜을 들어 푯말에 정확히 8 주후의 날짜를 적어 두었다. 두 달 후면 이 모판도 각종 채소로 한 가득 채워질 것이다.

현실은 아니다. 하지만 몇 년 후면 조만간 중동과 아프리카 사막 현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이나 군인들은 이렇게 현지에서 싱싱한 채소를 길러 먹는 일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렇게 사막 같은 극한 환경에서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컨테이너 식물공장’ 기술이 이미 현실화 돼 있다.

이 식물공장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하 특작원)이 개발했다. 이미 2010년 1월 남극 세종기지에 비슷한 시설을 설치해 1년 반 이상 현지 대원들에게 싱싱한 채소를 공급해 왔다. 이 시설을 사막형 장비로 개조해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없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막 현지에서 실증실험을 거쳐 실제로 채소 생산이 가능한지를 입증할 계획이다.






●2~3개월 안에 알제리 현지에 실증연구시설 설치
최초의 사막형 컨테이너 식물공장은 아프리카 알제리에 설치된다. 특작원은 원예작물부 채소과는 이미 알제리 정부와 협약을 마치고 앞으로 2~3개월 안에 ‘컨테이너 식물공장’을 알제리 수도 ‘알제’에 자리한 국립농업연구소(INRRA) 옥외 공간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알제리의 수도 현지에 진출해 있는 농진청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 직원들이 실증연구를 담당한다. 특작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사막지역에서 식물공장을 운영할 때 필요한 요소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작원은 현재 알제리로 보낼 컨테이너와 유사한 시설을 연구소 내부에 설치해 최종 점검을 진행 중이다. 검증이 끝나면 알제리 정부와 논의해 앞으로 2~3개월 안에 사막 현지에 식물공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식물공장은 국내에서 제작한 컨테이너 식물공장을 화물선으로 알제리까지 실어 나른 후, 통관을 거쳐 설치한다. 화물용 컨테이너 크기의 공장 1개, 같은 크기의 발전시설 1개로 구성돼 있다. 총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제작비, 배송비, 사막기후에 적합한 특수시설 설치비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컨테이너 식물공장을 만드는 비용의 4배(약 2억 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진청은 사막국가인 알제리를 비롯한 해외 여러 국가에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설치해 현지 농업발전을 지원해 왔다. 현재 특작원 내부에 컨테이너를 만들고 최종 실험이 한창이다.






●컨테이너 운송 가능한 곳 어디든 설치 가능



식물공장이란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인공적으로 꾸며 일년 내내 안정적으로 채소를 생산하는 공장형 농업 시설이다. 배양액과 인공조명을 써서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식물을 기르기 때문에 국내에선 농약이나 제초제 등도 필요 없는 친환경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식물공장을 화물용 선박에 흔히 쓰는 컨테이너와 똑같은 크기로 만든 것이 특작원이 개발한 ‘컨테이너 식물공장’이다. 보통 컨테이너와 크기가 똑같아 선박과 차량으로 실어 나를 수 있고, 알제리 같은 사막국가는 물론 식물을 키우기 어려운 혹서지역 국가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사막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이라크 등에 파견된 군부대원 들에게도 ‘컨테이너’만 운송해 주면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컨테이너 식물공장 안에는 3~4단으로 나눠진 큰 선반이 설치된다. 아래쪽으로는 무기질영양소가 포함된 배양액이 들어 있고, 윗 쪽으로는 식물에 가장 적합한 파장을 가진 인공조명을 켜 준다. 배양액의 농도만 유지해 주면되는데다 내부 습도가 높은 상태로 밀폐돼 있기 때문에 많은 물이 필요 없다.

문제점은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 공장의 내부는 영상 20~23도 정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항상 높은 열을 내는 인공조명이 설치돼 있어서 바깥이 아무리 추운 날씨여도 내부는 영상 30도를 훌쩍 넘어선다. 결국 식물공장 내부에 에어컨을 설치해 실내 온도를 다시 내려주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장과 같은 크기의 발전시설을 옆에 설치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이 실용화 걸림돌… “사막선 태양광 발전으로 해결”










결국 컨테이너 식물공장의 성공여부는 에너지 수급에 달려있다. 식물공장 연구를 맡고 있는 엄영철 특작원 농업연구관은 “남극 실험 결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실용화의 걸림돌이 됐다”며 “실험 목적이기에 운행이 가능했지, 실제로 채소공급을 위해서는 설치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막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기술개발 여부에 따라선 사막의 강한 햇빛을 이용해 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식물공장을 한 층 더 값싸게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햇빛이 강하면 날씨가 더워져 냉방전력만 더 많이 들어갈 것 같지만, 단열효과를 고려해 설계 하면 밀폐된 내부공간은 크게 온도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작원은 남극 실험 결과 기존이 형광등 조명을 LED로 바꾸면 사용전력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작원은 알제리에 설치되는 컨테이너 식물공장에도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치하고, 조명도 효율이 높은 LED 위주로 설치할 예정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초기 설치비 문제로 비교적 작은 크기의 발전시설을 달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할 수 있다. 특작원은 이번 연구결과로 본격적인 농업생산용 컨테이너 식물공장을 만들때 참고할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 시설은 초기비용만 확보되면 사막지역에선 얼마든지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환경오염도 만들지 않는다.

엄영철 특작원 농업연구관은 “식물공장은 우주공간에서도 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들릴 만큼 첨단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특작원도 원격화상을 통해 식물 생육상태를 확인하는 첨단 IT기술 도입하는 등 더 발전된 모습의 식물공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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