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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일터에 발암물질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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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할 수 없는 일터의 발암물질!

암에 걸리는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이 전체의 5~1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중 일부가 직업과 주변 환경 등 개인이 쉽사리 바꾸기 어려운 요인이다. 따라서 암을 예방하고자 한다면 일터나 집 주변 환경도 꼼꼼히 신경 써야 한다.

2008년 9월 미국 텍사스대 임상의학과 바랫 애가왈 교수팀이 ‘약학연구’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가족력 등 어쩔 수 없는 유전적 요인 5~10%를 제외한 나머지 90~95%의 암은 후천적인 요인(환경적 요인) 때문에 생긴다. 후천적 요인을 원인별로 분석해 보면 우선 30~35%는 음식이다. 암 환자 3명 중 한 명은 튀긴 요리나 붉은 살코기 등 ‘암에 좋은’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에 병에 걸린다. 그에 못지 않은 문제가 담배(25~30%)다. 이어서 병원체 감염(15~20%), 비만10~20%), 음주(4~6%)가 뒤를 잇는다.



직업(4%)과 환경(2%)은 그 다음이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도 직업성 암 비율을 4%로 추정하고 있다. 비율은 낮지만 암 환자 수를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안연순 동국대 일산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하는 암 환자 수는 17만 명”이라며 “이 가운데 1만 명은 직업성 암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물론 이 가운데 실제로 직업성 암으로 보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83쪽 참조).



직업과 환경 요인은 앞서 언급한 다른 요인과 큰 차이가 있다. 바로 피할 수 없다는 것. 암에 잘 걸리는 음식은 적게 먹으면 되고 술과 담배는 끊으면 된다. 과체중이나 비만을 줄이고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도 대부분 생활 습관을 고쳐서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텍사스대 연구진의 논문도 “식습관과 담배 등 주된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결론 맺고 있다. 하지만 직업이나 환경은 그렇지 않다. 각각 일이나 일상생활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이나 작업장은 유독 물질을 많이 쓰기도 하고, 그런 물질을 직접 만들 때도 있다. 평소 발암물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던 의외의 요인이 암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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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도사린 숨은 위험

비스페놀 A(BPA)와 포름알데히드는 가정과 직장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독성물질이다. 이 중 BPA는 아기 플라스틱 젖병, 음료수통, 물병, 음식 포장용기와 캔의 안쪽 코팅지에 많이 쓰인다. 그런데 영수증을 많이 만지는 가게나 마트 점원의 몸속에서는 BPA가 높은 농도로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2010년 11월 ‘네이처’에 소개됐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받는 영수증 용지에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의대 조 브라운 교수가 이끈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BPA는 입이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몸에 흡수될 수 있다.

BPA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하게 활동해 내분비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유아와 태아에게 해롭다. 따라서 임산부는 영수증을 많이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2010년 1월 ‘네이처’에는 이 물질이 심장병 발병률을 높인다는 데이비드 메즐러 영국 엑세터대 의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포름알데히드는 새집증후군, 새차증후군의 대명사다. 가정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간다. 가구와 나무 마루의 윤택제, 타일 마감재는 물론, 가죽제품, 멜라민 수지 그릇, 목재 접착제, 펄프와 종이 등에 들어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2006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실내 대기에서 검출되는 포름알데히드의 농도는 약 0.02~0.05ppm다. 불량한 건축자재를 쓰면 0.5ppm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거의 사라졌다. 3ppm 정도 될 때 민감한 사람이 천식 증세를 보이고, 0.5ppm 이하는 증세가 거의 없으므로 가정에서 접하는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통해 발암성이 확인돼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오늘날 포름알데히드를 가장 많이 접하는 곳은 가정이 아니라 작업장이다. 가구와 마루 바닥을 시공하는 곳은 2~5ppm으로 가장 높은 농도에 노출된다. 종이를 만드는 노동자도 3ppm 정도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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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위험하다’

작업장에서 가장 위험한 요인은 화학물질일까. 작업환경측정기관과 산업의학 전문의들은 화학물질보다 가루(분진)와 연기를 더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화학물질은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작업장 관리가 잘 이뤄지면서 노출 가능성이 많이 줄었다. 다만 소규모 사업장은 다르다. 박양원 인천 온누리병원 직업 및 환경보건연구소 산업보건실장은 “직접 현장을 다녀보면 영세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 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가루 가운데 대표적인 발암물질은 모래 분진이다. 모래 분진은 ‘결정형 유리 규산’이라고 부르며 모래가 잘게 부서져서 만들어진 미세먼지다. 모래의 주재료인 규산의 분자 구조가 결정형을 이뤄 모서리가 날카로운 형태를 띠기 때문에 몸 안에 들어가면 치명적이다. 폐에 돌가루가 쌓여서 생기는 규폐증이나 기관지염의 원인이며 폐암 발생률도 높인다.

결정형 유리규산은 모래로 금속을 매끄럽게 가는 연마 작업이나 바위를 깨는 발파작업처럼 직접 돌이나 모래를 부수는 작업자에게 위험하다. 또 주물 작업처럼 모래로 틀을 만들어 그 안에 고온의 금속 용액을 넣을 때도 모래의 결정이 깨지며 생길 수 있다. 안연순 교수가 2010년 12월 대안의학학술지(영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물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폐암, 위암, 림프조혈계암 등에 걸린 경우가 일반인이나 사무직 노동자들에 비해 많았다.



이런 곳에서는 바람이 불 경우 주변 지역에도 해를 끼칠 수 있어 흡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이런 장치가 드물다. 미국직업안전보건위원회는 1m3 대기 중에 0.1mg 이하로 규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규제가 없다. 해변이나 학교 운동장처럼 단순히 모래가 많은 환경에서는 큰 위험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건축 자재로 많이 쓰였던 석면, 쓰레기 등의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도금 과정에 쓰이는 크롬 역시 실내외 작업장에서 자주 노출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가죽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죽 분진도 지난해 IARC에서 처음으로 발암물질로 등록됐다. 인체에 확실한 영향이 있다는 뜻의 1급이다. 석면 역시 1급 발암물질로, 지금은 건축자재로 쓸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 지은 건축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석면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암의 일종인 중피종의 60~70%가 석면 때문에 발생한다. 크롬으로 인해 코에 구멍이 뚫리는 ‘비중격천공’ 증세가 흔했는데 지금은 작업환경이 좋아져서 보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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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재료도 발암물질 가능

친환경 재료인 나무는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특히 목공소나 가구점, 가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인 나무 분진(목분진)은 모래 먼지 못지 않게 위험하다. 나무를 직접 가공하는 모든 작업에서 발생하며 집에서 취미로 가구를 만드는 DIY 작업도 예외는 아니다. 안연순 교수는 “취미로 수십 년 목재를 다룬 사람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무 분진은 비강부터 기도까지 점막에 달라붙어 피해를 준다. 미국의 2011년 ‘독성프로그램(NTP) 발암물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름 5μm보다 큰 분진은 비강에, 0.5~5μm 사이의 분진은 기도에 영향을 준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천식이다. 영국 보건안전위원회는 목수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천식 발병률이 4배 높은것이 나무 분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단단한 나무 분진은 비강과 부비동(두개골 안쪽, 콧구멍 끝 부분에 위치한 빈 공간)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영국은 1m3 대기 중에 나무 분진이 5mg 이하로 검출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미국산업위생사협의회(ACGIH)는 1mg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환경부나 식약청 모두 유해물질이나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고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여부를 판단하는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시행령’의 ‘화학물질’ 항목에 나무 분진에 의한 호흡기질환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인정한다는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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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공장도 안심하긴 일러

첨단산업 공장은 깨끗할까. 작업환경이 많이 좋아져 과거보다 위협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100% 확신은 불가능하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우 일반 제조업이나 전자산업에 비해 작업자가 유해물질 피해를 입는 비율이 3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는 통계가 없지만 비슷하리라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추측하게 해 주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 6월 23일 있었던 삼성반도체 백혈병 소송의 결과다.

이 소송은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중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이거나 고인이 된 환자 유가족의 일부(5명)가 냈다. 이들은 2009년 5월 근로복지공단이 내린 산업재해 불승인 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한 해에 산업재해 판정을 받는 인원이 20~30명에 불과할 정도로 인정 기준이 까다롭다. 또 발암물질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원고가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재판 결과 환자 두 명에게 산재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소송을 이끌었던 공유정옥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가(산업보건 전문의)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직업성 암을 인정한 세계 첫 사례”라고 말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조사에서 회사측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벤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벤젠은 범혈구감소증, 재생불량성빈혈, 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 림프종 등 혈액과 관련된 이상 증세와 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벤젠은 석유화학공정 중 만들어지는 고분자 물질 ‘나프타’의 일종이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시너 등에 많이 쓰였고 정유 공장이나 주유소에서도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기 중 농도만 규제하고 있다(1m3 공간에 1p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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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신영 기자 ( ashill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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