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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상용화 위한 2차 리그...우승은 어느 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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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리그 1위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두 팀은 서로를 꺾어야 우승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경기에서는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가 쉴 틈이 없을 정도로 거친 몸싸움이 이어지지만, 경기가 끝나면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서로의 등을 두드린다. 두 팀의 경쟁 덕분에 영국 축구는 수준이 한 단계 상승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선의의 경쟁은 과학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영국 맨체스터 사단과 김필립 교수가 이끄는 미국 컬럼비아 사단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그래핀의 기초 물성과 상용화 연구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핀 연구의 양대 산맥, 영국 맨체스터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그래핀 제작이라는 1차 리그에서 우승은 맨체스터대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가임 교수는 2004년 10월 그래핀을 처음 만들어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1차 리그는 우연히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킨 가임 교수의 골 결정력이 승부를 갈랐다.

과학자들은 탄소 원자가 한 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을 만들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해왔다. 김필립 교수가 이끄는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흑연을 얇게 벗겨내면서 탄소 원자층을 10개 이하로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리그 1위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지만,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카치 테이프’로 흑연을 떼어내어 접었다 폈다 하는 방식으로 단숨에 탄소 원자 1개 층을 분리해 내는데 성공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김 교수는 2009년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래핀 10개 층 정도 두께를 한 번에 분리할 수 있게 됐는데 가임 교수팀이 그래핀 한 층만 분리하는 데 먼저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몇 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많이 솔직히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가임 교수가 논문을 낸 다음해인 2005년 11월 10일 ‘네이처’에는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입증해 전자소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논문 두 편이 나란히 게재됐다. 가임 교수와 김 교수의 논문이었다. 그래핀 제작에는 한 발 늦었지만 이 논문의 게재로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상용화를 위한 기초 연구에서 동일 선상에 서게 됐다.






●1차 리그 우승은 맨체스터대, 2차 리그 첫 골은 컬럼비아대



현재 그래핀 연구는 상용화를 위한 2차 리그가 한창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컬럼비아대 연구진이었다. 김 교수와 함께 컬럼비아에서 탄소재료를 연구한 홍병희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와 김근수 세종대 물리학과 교수는 2009년 2월, 가로 세로 2㎝의 휘어지는 대면적 그래핀 제작법을 개발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래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 그래핀이 필수적인데 당시 가임 교수가 개발한 스카치 테이프 방법으로는 수 마이크로미터(μm) 수준으로 그래핀을 분리해 낸 뒤 현미경을 이용해 대면적 그래핀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컬럼비아 팀의 대면적 그래핀 제작 방식이 그래핀 합성과 상용화에 주목을 받게 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근수 세종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래핀 조각을 이어 붙이면 전기적, 광학적 특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탄소가 포함된 가스를 가열시켜 탄소원자를 레고처럼 붙이는 방식으로 넓은 면적의 그래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만질 수 없었던 그래핀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것이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의 넓은 시야가 만들어낸 수확이었다. 김근수 교수는 “대면적 그래핀 역시 스카치 테이프로 분리해 낸 그래핀의 특성과 유사한 우수한 물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맨체스터 팀과 컬럼비아 팀은 그래핀 상용화를 위한 논문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맨체스터 사단의 가임 교수는 그래핀을 두 겹으로 쌓은 이중층 그래핀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해 12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가임 교수의 제자로 노벨상을 함께 수상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는 “그래핀 생산 기술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으며 그래핀의 응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자 사이언스에는 김필립 교수와 김근수 교수가 함께 참여한 컬럼비아대 연구진의 논문이 게재돼 ‘장군 멍군’을 주고 받았다. 그래핀에 있는 탄소 원자를 질소로 바꿔 물성 변화를 시각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김근수 교수는 “스포츠 선수들이 약물복용(도핑)을 하면 신체적 특성이 향상되는 것처럼 그래핀에 질소를 도핑해서 특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상용화 가능성을 위한 도핑된 그래핀의 기초 물성변화를 확인한 것”이라고 연구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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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연구를 위한 선의의 경쟁



2차 그래핀 리그에서 1위를 위한 다툼은 치열하지만 두 팀은 단지 서로 앞서기 위한 경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핀의 양대 산맥인 가임 교수와 김필립 교수는 2008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그래핀의 연구 흐름을 이야기한 논문 리뷰를 함께 작성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가임 교수는 지난해 12월 스웨덴 왕립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필립 교수가 중요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며 기꺼이 노벨상을 그와 나눌 것이다. 김필립 교수는 노벨상 시상식에 나의 초대 손님으로 참석한다”며 김 교수와의 돈독한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김필립 교수 연구팀 출신인 홍병희 교수와 가임 교수 연구팀 출신인 노보셀로프 교수는 공동연구를 하는 등 그래핀 상용화를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이 때문에 2차 리그가 두 팀의 공동 우승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근수 교수는 “맨체스터대 연구진과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오래 전부터 그래핀 연구를 해왔다”며 “서로의 존재는 그래핀을 위한 경쟁자이자 동반자이기 때문에 그래핀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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