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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오리가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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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가 잘하는 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못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어릴 때 기자는 종이접기를 어려워했다. 비행기나 배 정도는 접을 수 있었지만 학만 해도 배웠다 까먹기를 반복했다. 물론 지금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남이 다 해놓은 걸 외우기도 어려운데 정사각형 종이를 이리저리 접어서 그럴듯한 학 모양으로 만드는 과정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천재일까. 일본말 오리가미로 세계에서 통용되는 종이접기는 2차원의 재료를 접어 3차원의 형상을 만드는 과정이다.





●바이러스 게놈을 재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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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깜짝 놀랄만한 논문이 실렸다. 생명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생체분자인 DNA를 오리가미 재료로 써 다양한 형태의 나노구조물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미국 칼텍(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과학과 폴 로데문트 교수 단독 저자로 발표된 논문에는 DNA로 만든 정사각형, 별, 웃는 얼굴 등 다양한 나노구조물의 전자현미경 사진이 실려 있다.

그는 이 과정을 DNA 오리가미라고 불렀는데 1차원인 DNA가닥을 가지고 2차원 형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논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저자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게 된다.

로데문트 교수는 7000여개의 염기 길이의 DNA 단일가닥으로 된 한 바이러스의 게놈을 주재료로 이용했다. 예를 들어 나노 사각형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DNA 가닥을 밧줄, 나노 사각형을 농구장 코트라고 하자. 밧줄로 코드를 채우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쉬운 건 맨 끝에서 라인을 따라 밧줄을 놓고 끝에 다다르면 180도 꺾어 반대방향으로 가고 또 반대 끝에 다다르면 180도 꺾어 가고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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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코트를 다 채웠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언제든지 줄을 당기기만 하면 다 풀려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줄 사이사이를 짧은 밧줄로 묶어야 코트를 덮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로데문트 교수의 아이디어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주어진 형태의 면을 채우게 DNA 단일가닥을 배열한 뒤 그 상태를 고정하기 위해 짧은 DNA 가닥들을 배치할 위치를 설계했다. 긴 DNA 단일가닥은 상보적인 염기를 지닌 짧은 DNA 단일가닥과 결합해 이중가닥을 형성하므로 따로 풀칠을 하거나 묶어줄 필요가 없다.

그가 컴퓨터의 도움으로 설계한 30여개 염기 길이의 DNA 조각들과 긴 DNA가닥을 섞어주자 구상한 모양의 2차원 나노 구조물이 만들어졌다. 놀라운 건 코트에 밧줄을 깔 듯 먼저 긴 DNA 가닥을 모양에 맞게 배열한 게 아니라(이렇게 할 수도 없다!) 작은 DNA 조각들이 긴 DNA 가닥의 상보적인 부분에 달라붙으면서 스스로 나노 구조물의 형상을 만들어간 것. DNA의 자기조립인 셈이다.

사실 전자현미경으로 다양한 모양이 만들어진 게 찍혔으니까 그렇구나 하지 만일 이런 증거 없이 그의 아이디어를 들었다면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무려 7000여 염기 길이의 DNA가닥이 작은 DNA 가닥들의 가이드를 받아 차곡차곡 채워져 특정한 형태가 된다고는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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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타일로 만든 나노 구조물


2009년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자들은 DNA 오리가미를 3차원 형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역기 긴 단일가닥에 짧은 단일가닥들이 교묘하게 결합해 3차원 구조물을 형성하게 디자인 한 것. DNA가 나노기계의 부품으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화학’에는 2차원 DNA 오리가미를 타일로 써서 마이크로미터 크기에 이르는 구조물을 만든 연구결과가 실렸다. 로데문트 교수와 박사과정학생인 우성욱 씨의 연구결과다.

이들은 마치 조각퍼즐처럼 요철이 있는 DNA 오리가미를 만들어 서로 섞어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퍼즐을 맞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오리가미들이 원하는 구조로만 맞물리게 하려면 ‘DNA 쌓임(DNA stacking)’을 고려한 다소 테크니컬한 조정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나노 재료로서의 DNA의 유용성에 대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안정한 분자인데다 염기서열이라는 정보에 기반한 물리화학적 수단(다른 분자와 풀처럼 달라붙을 수 있는)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생명정보를 담는 물질로 DNA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필연이 아니었을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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