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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말해주는 ‘엄마의 소중함’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첫 문장부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 28개국 언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한국에서만 17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이스라엘과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호주의 ‘브리즈번 작가 페스티벌’은 다음 달 열리는 페스티벌에 신 씨를 초대하면서 엄마를 부탁해를 “한국의 살아있는 국보”라고 소개했다.

엄마를 부탁해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세계인의 눈물을 적실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갖고 있는 소중함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엄마의 존재는 특히 아이에게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아 때 엄마가 받은 스트레스는 아이가 자란 뒤에도 영향을 줬으며 엄마가 없이 원만한 어린 시절을 보낸 원숭이도 성인이 된 뒤 불안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산모가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아이의 유전자에 변형 일어나



독일 콘스탄츠대 심리학과 토마스 알버트 교수 연구진은 산모가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아이의 유전자에 변형이 일어나 정신적, 신체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환 심리과학(Translational Psychiatry)’ 온라인판 7월 1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0~19세의 아이를 가진 25명의 독일 여성이 임신 기간 받은 스트레스의 크기와 아이의 유전자를 조사했다. 임신 기간 배우자로부터 폭력이나 협박으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산모의 아이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GR)’ 유전자에 변형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GR에 이상이 생기면 호르몬 조절이 어려워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알버트 교수는 “유전자가 변한 태아는 자라면서 충동적인 성격을 갖게 되거나 감정 변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신 기간 배우자의 폭력으로 엄마의 감정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태아에게 바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우울증 엄마와 자란 아이… 뇌의 편도체가 커 스트레스에 민감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에도 엄마는 큰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소아심리학과 소니아 루피엔 박사 연구진은 우울증을 갖고 있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분석한 결과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 부분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15일자에 발표했다. 편도체가 크면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노출됐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우울증 증세를 갖고 있는 엄마와 함께 자란 10세 17명의 뇌를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엄마와 함께 자란 21명의 아이와 비교했다. 정상적인 아이의 편도체 크기는 좌우 모두 약 800㎝3으로 나타났지만 우울증을 갖고 있는 엄마와 함께 자란 아이의 편도체는 이보다 200~300㎝3 큰 것으로 나타났다.

루피엔 박사는 “편도체가 크면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며 “실제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를 조사했더니 우울증 엄마를 갖고 있는 아이가 약 1.5배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태가 심해지면 정서불안과 같은 행동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엄마와 떨어져 살더라도 엄마가 있는 아이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면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원만한 삶을 살더라도 엄마와 떨어져 자라면 성인이 되었을 때 불안 증세와 같은 이상행동을 자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와 떨어져 자란 원숭이… 불안증세 자주 보여



중국과학원 뇌인지연구소의 샤오리 펑 박사 연구진은 태어났을 때 어미와 분리시킨 붉은 털 원숭이가 평탄한 삶을 살았더라도 어미와 함께 자란 원숭이에 비해 스트레스에 민감하며 불안 증세가 자주 나타난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달 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붉은털 원숭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격리시킨 그룹과 어미와 함께 자란 그룹을 3년 동안 관찰했다. 어미와 떨어트린 새끼는 동료들과 함께 지내며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했다. 3년이 지났을 때 두 그룹을 비교했더니 어미와 떨어진 원숭이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코르티솔의 농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펑 박사는 “어미와 함께 산 원숭이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20~30분 내에 코르티솔 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어미와 떨어져 살아온 원숭이는 30분이 지나도록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물들이 우리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의미 없는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정형행동’의 횟수도 어미와 떨어진 그룹의 원숭이들에게 자주 관찰됐다. 원숭이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빨거나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자주 장소를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펑 박사는 “어미와 떨어진 원숭이의 정형행동은 일반 원숭이에 비해 4배 이상 많이 나타났다”며 “어미와 떨어진 효과는 상당히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으며 원만한 삶을 살더라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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