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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잠수함, 얼마나 깊이 내려가야 할까



잠수함


중국이 또 한 번 일을 벌였다. 유인우주선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스텔스기로 세계를 위협했던 중국이 이번엔 잠수함을 들고 나왔다.

7월 26일에 자체 개발한 심해 유인 잠수함 ‘자오룽(蛟龍: 홍수를 부른다는 전설상의 동물)’호로 해저 5038m까지 파고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 탐사로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해저 3500m 이하를 탐사한 나라가 됐다.

중국 해양국은 “내년에는 7000m 기록을 세울 예정”이라며 “그 때가 되면 세계 해저 자원의 99.8%를 탐사할 능력을 갖추겠다”고 호언했다. 해저 7000m까지 내려가는 유인 잠수함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해양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한 번 내려가 보는 것’과 ‘제대로 된 탐사 능력을 갖추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세계최초의 심해잠수함은 바티스카프



20세기 초, 벨기에 브뤼셀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어거스트 피카르 박사는 다시없는 괴짜였다. 그는 당시로선 미지의 세계였던 성층권에 도전하고 싶어 기구를 제작했다.

높은 곳에서도 숨을 쉴 수 있도록 밀폐된 공간이 달린 기구 ‘FNRS 1’호를 개발해 수차례 실험한 결과 2만 3000m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이 기구는 철로 만든 둥근 공처럼 보였고,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둥근 유리창이 달려 있었다.

피카르 교수는 하늘을 정복하자 이번엔 바다로 눈을 돌렸다. 방법은 간단했다. 기구를 만들던 기술을 응용해 바다 속 탐사를 나선 것이다. 그가 만든 FNRS 2호기는 잠수함이었다.

FNRS 시리즈의 잠수함은 점차 발전하더니 1953년에는 2100m, 그 다음해에는 4050m를 내려갔다. FNRS 시리즈의 잠수함에 붙인 별명이 심해잠수함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바티스카프’다.

피카르 교수는 여기서 중단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바티스카프의 다음 모델인 ‘트리에스테’를 개발했다. 이 잠수함은 1953년 4049m까지 잠수하는데 성공했다.

1957년 미국 해군연구소는 피카르 교수로부터 트리에스테 호를 사들여 여러 곳을 개조해 트리에스테 2호기를 만들었다. 결국 미 해군은 1960년 세계최초로 바다 속 1만 916m 깊이까지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어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잠수함

 




●최신형 잠수함이 1만m 못 들어가는 이유



만약 트리에스테 2호기를 현대 해양과학자들에게 넘겨준다면 얼마나 많은 과학실험을 할 수 있을까. ‘할 것이 거의 없다’가 정답이다. 트리에스테호는 자체 동력이 없고, 무게추를 달아 바다 속 깊이 들어간 후 추를 버리고 다시 조용히 물 위로 떠 올라오는 것이 전부다. 물론 이런 부력조종에도 적잖은 기술이 필요하지만 현대과학기술로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대에는 기록을 세우기보다는 ‘연구’가 목적이라 설계 자체가 달라진다. 바다 속 깊은 곳에서도 엔진에 시동을 걸어 이곳저곳을 누벼야 하고, 압력에 취약해 지더라도 유리창을 꼭 달아야 한다. 탑승한 해양과학자가 외부를 내다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각종 탐사장비와 조명장치, 로봇팔도 붙이고 다닌다. 바티스카프나 트리에스테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그렇게 깊은 바다를 들어갈 이유도 찾기 어렵다. 큰 의미가 없어진 ‘깊이’를 놓고 다투기 보다는 인근 바닷가를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안전하고 활용도 높은 잠수함을 개발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6000m 잠수정만 있어도 전 세계 해양의 98%를 조사할 수 있다. 그러니 애써 많은 비용을 들여 그 이상 잠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해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탐사장비연구사업단의 이판묵 단장은 “국제 학회 등을 방문하며 중국이 새로 개발한 자오룽 호에 대한 정보도 여러 차례 접했다”면서 “객관적으로는 일본이나 미국의 3000~4000m 급 심해잠수함이 모든 면에서 성능이 더 뛰어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현재 알려진 가장 뛰어난 성능의 유인 심해잠수함은 최대 6500m까지만 잠수하도록 만든 일본의 ‘신카이 6500(深海 6500)’일 것”이라며 “안전문제로 제한수심을 설정해 둔 것이지 기록을 세우려 든다면 최대 잠항 기록을 갱신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두 번 깊은 바다를 ‘들어가 보는’ 수심과, 안전하게 연구 활동을 펼 수 있는 수심은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심해잠수함 어떻게 만들까

그렇다고 중국의 자오룽 호를 과소평가하긴 어렵다. 심해잠수함을 개발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수압인데, 5000m 깊이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이 정도 깊이에 맨몸으로 들어가면 머리 위에 중형 버스 한 대를 올려놓은 것과 같은 압력이 온몸을 짓누른다. 심해용으로 특별히 만든 잠수함이 아니라면 넘보지 못할 수심이다. 일반 잠수함의 잠항 깊이는 150m 이하, 최첨단 핵잠수함도 500~700m가 한계다.

심해잠수함들은 일반 잠수함과는 달리 몇 가지 특별한 설계가 뒤따른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버티기’다. 아예 튼튼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티타늄 같은 고강도 소재를 쓰고, 최대한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압력을 분산시켜 준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도 있다. 잠수함 내부에서도 높은 압력을 만들어 외부 수압을 막아주는 ‘수압상쇄’ 방법이다. 외부 수압을 센서 등으로 감지한 다음, 모터를 이용해 물이나 기름 같은 액체를 잠수함 안쪽에 부어 넣어 안쪽에서도 높은 압력을 만들어 준다. 이 방법을 쓰면 이론상으로는 종잇장처럼 얇은 철판으로도 외부의 수백 기압을 견딜 수 있다.

내부에서 압력을 걸어 줄때는 물보다 주로 기름을 쓴다. 같은 압력이 걸려도 물보다 조금 더 가볍기 때문에 혹시 동력이 끊어질 경우, 가지고 있던 무게추만 바다 속에 던져 버리면 잠수함을 천천히 위로 떠오르게 만들 수 있다.

압력에 따라 부피가 변하는, 탄성이 좋은 변형 소재로 잠수함의 일부분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보통 플로트(부력장치) 등에 이런 소재를 쓴다.

수압상쇄 방법이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유인 잠수함을 만들려면 사람이 탑승할 공간은 공기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 무인잠수함도 정밀한 실험장비가 있는 곳은 마찬가지로 공기로 채워야 한다. 결국 최소한의 공간은 반드시 버티기 수법을 써서 설계해야 한다.

이판묵 박사는 “잠수함 부위에 따라 다양한 설계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며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면서 최적의 비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다 속은 에너지, 식량, 생물자원 보고

 

잠수함



바다 속을 탐사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상에는 찾을 수 없는 심해 생물자원, 에너지 자원 등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깊은 바다 속을 들어갈 수 있다면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숫자는 그만큼 늘어난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트리에스테 탐사의 예를 보더라도 과거 심해탐사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잠수함 ‘알빈’호는 해저 4500m까지 내려갈 수 있다. 1985년에는 침몰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찾기도 했다. 현재 5000여 차례 심해 잠수 기록을 갖고 있다.

일본은 현존하는 최고성능의 심해잠수함을 가지고 있다. 1989년에 건조된 신카이 6500은 해저 6492m까지 내려가 심해 해양 경사면과 대단층면을 조사했다. 지진, 쓰나미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1000여 차례 잠수 실적을 갖고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1987년에 만든 심해잠수함 ‘미르’ 호는 해저 6000m까지 잠수할 수 있다. 특히 활동시간이 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해저에서 20시간까지 추가보급을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프랑스도 심해 탐사에 열심인데, 심해잠수함 노틸은 해저 6000m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해저생태계와 심해광물 조사에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1500여 차례의 잠수 실적을 갖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도 6000m 해저를 탐사할 능력은 갖추고 있다. 2006년 완성한 과학실험용 무인 잠수정(소형잠수함)인 ‘해미래’ 덕분이다. 한반도 주변을 탐사하려면 3000m급으로 충분하지만 우리나라가 광구권을 갖고 있는 태평양 해역은 수심 5000m가 넘어 고성능 잠수정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 한국해양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인 심해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은 무인 잠수정과는 별개의 문제다. 국내에서도 필요하다면 심해잠수함을 개발할 기술력은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수심이 얕은 남해, 서해는 심해잠수가 필요 없고, 동해를 통해 태평양 탐사에 나서야 하는데 주변국가들과 영해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한국이 독자 개발한 과학실험용 유인 잠수함은 1987년에 개발한 ‘해양 250’이 유일하다. 탑승인원 3명으로 해저 250m까지 탐사할 수 있으며 수중카메라와 비디오, 로봇팔 등을 탑재하고 있다. 서해 앞바다 탐사용으로 낮은 수심에 적합하게 개발했지만 서해의 혼탁함 때문에 그리 자주 운용되지는 못했다.

석유, 광물 자원의 고갈에 따른 해저탐사의 중요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미래의 뒤를 이을 한국의 유인 심해잠수함이 순수한 국내 기술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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