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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은 열린 연구, 여성도 잘 할 수 있다”






밤새 불 켜진 연구 단지를 오가던 여고생은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에 몰두하는 연구자를 꿈꿨다. 화학과로 진학했다가 표면연구를 하던 선배를 보고 표면 연구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미국에서 화공과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으면서 기계공학과 교수들과 매우 활발히 공동연구를 하는 지도교수를 보고 한국기계연구원에 지원하게 된다. 그녀는 2003년 ‘기계연 최초의 여성 연구원’이, 8년 뒤에 ‘기계연 최초의 여성 보직자’가 된 임현의 자연모사연구실장이다. 보직자와 연구자로서, 아내와 엄마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임현의 실장을 만났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 사람들이 식수를 해결하도록 돕는 ‘아름다운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막의 딱정벌레나 거미줄 표면을 연구하면 물을 쉽게 모을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거든요.”

임현의 실장은 자신의 연구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고 싶은 ‘아름다운 과학자’다. 보직을 맡은 뒤 연구 외적인 일이 늘어났지만, 연구도 포기할 수 없다는 그녀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물었더니 “딱정벌레나 거미줄 표면을 연구해 물을 쉽게 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아침 안개를 물로 바꿔 먹는다. 등에 난 수많은 돌기와 도랑의 특징 덕분이다. 돌기는 안개를 모아 물방울을 만들고 도랑은 물방울이 잘 흘러내리도록 도와주어 딱정벌레의 입으로 물이 모아지도록 한다. 거미줄도 자세히 보면 중간에 불룩하게 나온 부분이 있어 물을 모은다. 두 경우 모두 표면 성질만 이용한다. 이런 지혜를 배운다면 물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임 실장은 “자연은 오랫동안 환경에 적응하면서 최적화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가 배울 과학기술이 매우 많다”며 “과학자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중요하며, 이런 트렌드가 인류에게 퍼져나가도록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유리창’도 자연에서 배운 기술로 만들었다. 연꽃잎의 표면과 나방 눈의 구조 등을 모방, 비에 젖지 않는 유리와 눈부심이 없는 유리를 개발한 것이다. 특히 물과 기름에 모두 젖지 않는 표면구조는 해외논문집(고분자 물질공학)의 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단순히 자연모사뿐 아니라 지금 있는 최첨단 기술과 자연모사를 접합해서 새로운 연구를 할 것”이라며 “출연연의 조직력과 인프라를 이용해 10년 후 먹을 거리를 내다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계공학과 여성, 단점보다 장점 많아…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계속돼야



기계공학 분야는 남성 위주의 연구 분야로 알려져 있다. 대학교의 기계공학과에는 한 학년에 여학생이 10명이 안 되는 경우가허다하다. 아무래도 분위기나 학문의 특성상 남성 위주로 흘러갈 것 같다. 하지만 임 실장은 “지금까지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이 소수이다 보니 같은 일을 해도 더 주목 받았다는 것이다.

“연구하는 데 남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에는 융합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여성 연구원도 차츰 늘어나고 있죠. 특히 기계공학은 생각보다 굉장히 열린 학문이어서 다양한 학문 분야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기계공학은 규모가 커 남성스러움이 많은 반면 화학이나 생물은 연구 대상이 미세해 섬세함과 유연함이 더 부각되죠. 융합연구에는 이런 요소가 모두 필요합니다. 결국 여성도 기계공학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임 실장은 여성과학기술인 전체의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지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아무래도 여성은 출산과 육아 부분에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10개월 동안 아이와 한 몸이 되어 생활하다 출산을 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출산과 육아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적 통념이 아쉽다”고 말했다.

매일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고 이를 따라가야 하는 과학기술인의 특성상 육아휴직이라는 제도가 있어도 사용하기 부담스럽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한 뒤에는 무조건 최하위 평가를 받게 된다. 연구를 아예 하지 못한 것과 연구 성과가 나쁜 것은 다르지만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지어진 어린이집도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임 실장도 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려난 후보다. 여러 면에서 아직 여성과학기술인의 복지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인다. 임 실장은 “선배 여성 과학기술인이 노력한 결과 많은 것이 좋아졌다”며 “후배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출연연 장점 살려 ‘행복한 과학기술인’ 만들어야…



“대학과 출연연의 차이는 조직력에 있습니다. 교수는 개인만의 독특한 연구를 진행하는 데 유리하고, 출연연은 여러 명이 같이 하는 큰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죠. 조직의 힘을 이용해 연구기획과 운영, 진행, 기술이전, 상용화 등의 역할을 나눠 맡는다면 출연연만의 장점을 살리고 연구자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임 실장이 생각하는 ‘행복한 과학기술인’도 평생 즐겁게 연구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출연연은 젊은 연구원에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40대 이후에는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찾아주면 좋겠다는 게 임 박사의 의견이다. 그녀는 “연구원이 단계별로 연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정비되면 과학기술인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실장은 과학기술인를 위한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구에 몰두하다보면 재테크에는 신경을 못 쓰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연구자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은퇴 후에도 ‘행복한 과학기술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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