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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틀렸다?”…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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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2시 59분 33초(한국 시간).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 사이트(ArXiv.org)에 ‘오페라(OPERA) 검출기로 측정한 중성미자(neutrino)의 속도’라는 제목의 새 논문이 한 편 올라왔다. 논문 제출자는 오페라 검출기가 있는 이탈리아 그란사소 국립연구소 소속 파스콸레 밀리오치 박사였다.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이 논문은 전 세계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뒤 과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현대 물리학의 틀을 만들었다. 100년이 지나도록 깨지지 않은 상대성이론은 과학자에게는 종교적 신념이나 다를 바 없다.

연구진의 주장대로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실험 결과가 사실이라면 현대 물리학 교과서는 다시 쓰여야 한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온 것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즐기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 “빛보다 0.00000006초 먼저 도착”



연구진이 내놓은 결과는 한마디로 중성미자가 빛보다 60나노초(0.00000006초) 빠르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얻기 위해 2009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오페라 검출기로 약 1만6000개의 중성미자를 검출해 속도를 계산했다.

연구진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양성자가속기에서 양성자끼리 충돌시켜 중성미자를 얻어냈다. 이렇게 확보한 중성미자를 마치 총을 쏘듯 732km 떨어진 이탈리아의 오페라 검출기로 튕겨 보낸다. CERN 가속기와 오페라 검출기 모두 지하에 있기 때문에 중성미자는 땅속을 뚫고 지나간다.

이렇게 얻은 중성미자 1만6000개는 732km의 거리를 평균 0.00243초 만에 주파했다. 초당 약 3억 m를 달려 빛보다 0.00000006초 일찍 목적지에 도달했다. 빛의 속도는 초당 2억9979만2458m이다.

실험대로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면 과거나 미래로 정보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빛보다 빨리 메시지(정보)를 보낼 수 있다면 과거로 전보를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상대성이론의 틀을 유지하면 질량이 있는 물체는 빛보다 빨리 갈 수 없다. 시간여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중성미자가 실제로 빛보다 빠르다면 상대성이론 자체가 ‘폐기’되고 ‘초(超)광속 이론’이 새로운 물리법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오페라 연구에 참여하는 한국 측 책임자인 윤천실 경상대 물리학과 연구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0명에 이르는 오페라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보고도 처음엔 믿지 못해 수차례 확인했다”면서 “각 연구자에게 실험 결과에 동의하는지 확인한 뒤에야 논문 초고를 온라인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 학계는 측정오류 가능성 제기하며 ‘신중론’



그러나 이번 결과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신중론’이 대세다. 과거에도 두 차례나 중성미자의 속도를 측정했지만 빛보다 빠르다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쓰쿠바에 있는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는 250km 떨어진 슈퍼카미오칸데 검출기까지 중성미자를 쏘아 보냈지만 빛보다 빠르다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슈퍼카미오칸데 검출기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중성미자 검출기다. 2007년 미국 시카고에 있는 페르미국립연구소도 약 724km 떨어진 지점에 중성미자를 날려 보냈지만 빛의 속도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결과가 옳은 것으로 판명난다면 이는 태양이 지구 주변을 돈다는 천동설에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로 옮겨갈 때의 충격과 맞먹을 만큼 크다”며 “실험에 오류가 없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창기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대 물리학과 교수도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성미자가 스위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슈퍼카미오칸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미국 측 대변인을 맡을 정도로 중성미자 분야에서는 세계적 전문가다.

이에 대해 오페라 연구진은 중성미자의 ‘비행’ 시간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세슘 원자시계를 사용해 10나노초 미만으로 매우 정밀하게 측정했고, 거리 측정오차도 약 20cm로 매우 작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일로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는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성미자는 ‘작은 중성자’라는 뜻으로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다. 질량을 가진 입자 중 가장 가볍다. 이들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물질과 반응하지도 않는다. 쏟아지듯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는 1cm² 면적에 초당 1000억 개가 우리 몸을 지나가지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표면도 그대로 관통한다. 그래서 ‘유령입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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