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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만 했을 뿐인데… 돌아보니 ‘돈 벌고, 사회도 돕고’


흔히 과학기술인과 돈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연구실에서 실험하고 분석하는 그들의 생활을 보면 많은 돈을 벌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우물만 파던 과학기술인이 많은 기술이전료를 받는 뉴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돈만 버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연구 하나로 돈도 벌고, 세상에 공헌하는 과학기술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터치 방식의 혁신 가져오다

“이 기술이 이렇게 발전할 줄 몰랐어요. 2001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입사해서 맡게 된 게 ‘촉각센서’인데, 이 주제를 9~10년 정도 꾸준히 연구하다보니 기술이전도 되고, 제품화까지 간 것 같아요.”

표준연 기반표준본부 김종호 박사의 말이다. 그는 2008년 ‘초소형 마우스와 터치스크린 기술’을 개발해 (주)미성포리테크에 기술이전했다. 당시 그가 계약한 기술이전료는 325억원. 정부출연연구소에서 나온 기술이전료 규모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참고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가 3,3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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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가 맡은 연구는 로봇에 들어가는 촉각센서다. 정부의 프론티어사업(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사업)에 참여하긴 했지만 워낙 소규모라 센서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것을 혼자 도맡아야 했다. 연구비가 많은 분야로 눈을 돌릴 기회도 있었지만, 김 박사는 오직 촉각센서만 바라봤다.

그는 “몇 년간 한 연구에 매달리다 보니 오기 같은 게 생겼다”며 “2006년 말에 휴대폰 마우스, 터치스크린에 활용할 수 있겠다 싶더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연구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그가 만든 데모가 보도되자 시장에서 반응이 왔다. 20개 정도 업체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발전된 마우스와 터치스크린이 나온 것. 이 기술은 표준연의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의 도움을 받아 기술이전 됐다.






●‘마르지 않는 바다 리튬광산’을 꿈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정강섭 박사도 10년간 한 우물을 판 연구자다. 그는 2000년부터 10여 년 동안 바닷물에서 자원을 뽑아내는 연구를 했다. 미량의 자원을 추출하는 일이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2009년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리튬은 노트북용 배터리나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중요한 원료다. 하지만 중국이나 칠레에서 90%가 생산될 정도로 부존량이 편중돼 있다.

정 박사가 개발한 원천기술은 2009년 포스코에 기술이전됐다. 지질자원연과 국토해양부, 포스코가 ‘해양 용존 리튬 추출기술 상용화 공동연구 협정’을 체결하고 5년간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 이 과정에서 지질자원연은 ‘기술실시허역권’으로 40억 원의 기술료를 추가로 받았다.

그는 “기술실시허역권은 지난 10년간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며 “통상 해당 기술만 일정한 금액에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기술은 그간의 연구 성과에 대한 기술료를 따로 지불한 것이라 특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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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출연연의 기술이 산업체로 이전돼 기술이전료를 받는 사례는 많다. ETRI 김현탁 박사도 ‘절연체 전이’ 기술을 2009년 동원시스템즈에 기술이전해 착수기술료 20억 원을 받았다. 또 특허가 끝나는 20년 동안에 매출의 4%를 러닝 개런티로 받을 예정이다. 그는 “기술이전은 성공 단계가 아니라 시작 단계이고, 지금은 정신없이 연구해 상용화와 제품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돈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이 제대로 양산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원자력 연구개발 사상 최고액을 받고 기술이전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권기춘 박사팀도 있다. 권 박사팀은 지난해 원전 계측제어시스템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원자로 안전계통’과 ‘안전등급 제어기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각각 공동개발에 참여한 두산중공업과 포스코 ICT에 이전됐고, 합쳐서 72억 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해외로 판매되면 3%의 경상 기술료도 받기로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에코공정부의 김세광 박사팀도 ‘친환경 합금기술’로 282억 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이는 출연연 기술료에서도 3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특히 생기연은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기술료 비율을 60%로 정해 김 박사팀이 받는 기술료는 169억 원에 달한다.

●‘대박은 깊이에서 나온다’…한 가지 연구 꾸준히 하는 환경 절실

소위 ‘대박’난 기술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술료를 많이 받아 연구자 개인에게 도움이 된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 발전에 보탬이 된다는 점이다. 정강섭 박사는 “바다에서 추출한 자원은 친환경적이고 무한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 기술이 상용화가 되면 우리나라는 ‘마르지 않는 리튬광산’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종호 박사도 “기술이 제품화되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이들 과학기술인들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팠다는 점이다. 김현탁 박사는 “모트 가설(절연체에도 전기가 흐를 수 있다)을 20년간 붙들었고, 연구원에서도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 모트 절연체 분야 최고가 됐다”며 “기초기술을 꾸준히 연구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정강섭 박사도 “10년 넘게 바닷물에서 자원을 뽑는 일에 매달리면서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며 “연구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호 박사도 “한 가지 주제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깊이 연구하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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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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