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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태양을 도는 행성 첫 발견’은 ‘우리나라’



모식도


“두 개의 태양을 도는 행성을 처음 발견한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최근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려 화제가 됐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논문보다 2년 7개월 일찍 발견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본보 2009년 2월 6일 A2면 보도)

과학에서는 ‘누가 먼저인가’가 중요하다. 최초 발견이 씨앗이 되어 이를 확증하거나 뒤집으면서 인류의 지식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노벨상도 최초 발견자에게 영예를 준다.



● NASA 최초 발견 주장…그러나 진실은?



NASA는 이달 16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쌍성계의 두 별의 표면을 통과하는 외계 행성’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서 NASA 연구진은 케플러 망원경을 이용해 두 별을 동시에 돌고 있는 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케플러 망원경은 지구와 닮은 외계 행성을 찾기 위해 2009년 우주로 올라갔다.

이날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SF영화 ‘스타워즈’에서만 볼 수 있었던 2개의 태양이 뜨는 행성이 과학적으로도 사실이 됐다”면서 “두 별을 동시에 공전하는 행성이 있다면 그만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세계 각국의 언론에 실리면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 발표가 있기 2년 7개월 전, 흡사한 내용의 논문이 이미 발표됐다. 박병곤 천문연 광학망원경사업센터장은 “천문연 박사들로 구성된 순수 국내 연구진이 두 별을 동시에 도는 행성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2009년 ‘미국천문학회지’ 2월호에 논문을 게재했다”면서 “이 논문은 그해 최다 인용 횟수를 기록했고, 올해 1월에는 미국천문학회가 최근 2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5편 중 하나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의 제1 저자인 이재우 선임연구원은 “지구에서 590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별을 돌고 있는 행성을 발견해 당시 세계 천문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며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흥미롭게도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의 제1 저자인 NASA의 로렌스 도일 박사 역시 당시 이 연구원에게 e메일을 보내 “굉장한 일(Great Work)을 해낸 걸 축하한다”고 격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 서로 ‘최초’ 주장…관측 방법에 대한 견해차 탓



그렇다면 도일 박사를 비롯해 NASA 연구진은 한국 측의 최초 발견 사실을 알면서도 왜 이번 발견이 처음이라고 주장했을까. 세계적으로 같은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격려 e메일까지 보내는 등 서로 존재를 아는 처지여서 의아해진다.

이는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데 사용한 관측 방식이 서로 다른 데서 나타난 견해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천문연 연구진은 ‘시간의 변화’를 이용해 두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발견했다. 한 별이 다른 별을 가리는 현상을 ‘식(蝕)’이라고 한다. 두 별이 서로 식을 일으키며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을 ‘식쌍성’이라고 하는데, 만약 행성이 이런 식쌍성 주위를 공전하면 식이 일어나는 주기가 변한다. 천문연은 이 주기를 측정해 두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찾아냈다.

이에 비해 NASA는 행성이 별 주변을 지날 때 별빛이 감소한다는 점에 착안해 케플러 망원경으로 이런 ‘빛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지구에서 2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별을 돌고 있는 ‘케플러-16b’를 찾아냈다. 도일 박사는 논문에서 천문연 측 연구 결과를 거론하며 “이전 연구는 두 별을 동시에 도는 행성이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었다”면서 “빛의 변화를 정확히 측정한 만큼 이번 발견이 직접적인 증거에 기반한 첫 발견”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우 연구원은 “두 방법 모두 천문학에서 행성을 찾을 때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것”이라며 “NASA가 케플러 망원경을 사용해 발견한 게 처음이라는 내용을 강조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하튼 최초 발견 논란으로 천문연 연구진은 우주 연구의 세계 최강인 NASA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케플러 망원경도 없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동일한 발견을 먼저 해냈기 때문이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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