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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식간에 내려받는 황금 주파수






‘준비된 4G’, ‘4G로 뛰겠소!’ ‘두 배 더 빠른 4G.’,

요즘 TV광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피들이다.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들이 4세대(이하 4G) 이동통신 시장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면서 이런 공격적인 광고도 쏟아지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3개 이동통신 업체는 저마다 “우리 것이 최고”라고 목청껏 외친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어떤 통신사를 선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주파수’를 먼저 살펴보라고 말한다. 어떤 전파를 쓰느냐가 이동통신의 속도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주파수를 놓고 기업간 혈전이 벌어졌다. 6월 29일 전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최초로 주파수 경매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주파수 경매란 이동통신에 사용할 수 있는 특정 대역의 주파수를 기업이 경매를 통해서 정부로부터 받는 제도다.

결국 법이 개정된 지 두 달 만인 8월 29일 SK텔레콤이 9950억 원을 내고 1.8GHz의 주파수를 휴대전화용으로 할당받았다. 이 기업에겐 주파수란 적어도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셈이다. 당시 신문과 방송에선 ‘황금 주파수’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앞으로 주파수 전쟁은 이동통신 시장이 새로운 기술로 재편될 때마다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에선 기업들에게 주파수를 판매하지 않고 임대한다. 주파수가 공공자원이기 때문에 기업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니 로운 개념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나오면 저마다 좋은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주파수가 뭐길래?

주파수란 ‘전파나 음파가 1초 동안에 진동하는 횟수’다. 1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의 전파는 1초에 1억 번 진동하는 전파라는 의미다. 주파수가 낮은 전파일수록 멀리 퍼져나가는 특징이 있다. 회절성도 높아진다. 장애물을 만나도 휘어 들어가고, 얇은 벽 같은 것은 쉽게 뚫고 나간다. 이에 비해 주파수가 높은 전파는 직진하는 성질이 강해지고,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된다.

따라서 이동통신용 전파는 주파수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주파수가 낮으면 기지국을 적게 세워도 된다. 지하도나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에서 끊어지는 일도 월등히 줄어든다. 하지만 휴대전화용으로 쓸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한정돼 있다. 전파를 쓰는 장비가 휴대전화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주파수별로 다양한 전파기기를 사용해야 하니 국제적으로 쓸 수 있는 주파수의 대역도 서로 약속을 한다. 우선 주파수가 0.3MHz 이하로 낮은 초장파, 장파 등은 비상용으로 많이 쓰인다. 해상통신, 표지통신, 선박이나 항공기의 유도 등에 쓰인다.










[최근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들이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준비하면서 좋은 주파수 대역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0.3~800MHz 정도의 주파수는 단파방송, 국제방송, FM라디오, TV방송 등에 고루 쓰인다. 그러다 보니 휴대전화 몫으로 할당되는 건 보통 800MHz부터다. 3GHz(기가헤르츠, 1GHz는 1000MHz) 이상이면 직진성이 매우 강해져 인공위성이나 우주통신 등 특별한 경우에만 쓰인다. 결국 개인용 이동통신에는 약 800MHz~3.0GHz 사이의 전파만 쓴다.

가장 인기 있는 주파수는 역시 가장 진동수가 낮은 800MHz 대역이다. 1.8GHz나 2.1GHz 등 다른 휴대전화용 주파수에 비해서 기지국을 적게 세워도 되고, 통화성공률도 우수하다. 이 대역을 흔히 황금 주파수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800MHz 대역 주파수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리고 2세대(2G)서비스인 개인 휴대통신(PCS)이 등장하면서 1.6~1.8GHz 인근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했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은 800MHz 대역에서 서비스를 했고, 이후 800MHz 대역을 사용하던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800MHz를 독점해왔다. 1.6~1.8GHz 대역 사업자인 KT나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같은 통화품질의 통신을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기지국과 중계기를 설치해야 했다.

속도 결정짓는 건 ‘대역폭’

인터넷을 살피다 보면 ‘주파수가 높으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속도도 빠르다’는 말을 볼 수 있다. 이 말은 사실일까.

전파란 고속도로와 같다. ‘한 시간에 얼마나 많은 차를 보낼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건 제한속도보다는 도로의 너비다. 16차선 도로와 2차선 도로에 지나갈 수 있는 차량 숫자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라디오 전파는 크게 AM과 FM이 두 종류가 있다. FM라디오는 생생한 스테레오 음질로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AM라디오는 잡음도 많고 음질도 좋지 못하다. FM라디오가 주파수가 더 높아서 좋은 음질을 보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생각은 틀렸다.

원인은 대역폭, 즉 전파의 폭 때문이다. 예를 들어 KBS2 FM라디오는 주파수로 89.1MHz를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89.0~89.2MHz를 쓴다. 즉 0.2MHz의 폭만큼 넓은 길에 전파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AM라디오의 대역폭은 0.009MHz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겨우 사람 목소리 정도만 전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같은 이동통신기기의 데이터 전송속도도 주파수보다는 대역폭이 중요하다. 최근엔 고용량 사진, 동영상 등을 주고받아야 하는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데이터 요구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표


[주파수가 3000kHz 이하로 낮은 초장파, 장파 등은 비상용으로 많이 쓰인다. 3000kHz에서 800MHz는 단파방송, 국제방송, FM라디오, TV 방송 등에 고루 쓰인다. 개인용 이동통신에는 약 800MHz~3.0GHz 사이의 전파만 쓰는데, 진동수가 낮을수록 기지국을 적게 세워도 되고 통화성공률이 우수하므로 800MHz 대역을 흔히 황금주파수라고 부른다.]

어떤 통신사가 가장 좋을까?

이런 이유 때문에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국내 통신사들 역시 대역폭 확보에 열을 올렸다. 주파수 경매 당시 정부는 연말 시작될 4세대(4G) 이동통신의 주파수를 재배치하겠다면서 모두 3종류의 휴대전화용 주파수를 내걸었다. 800MHz 부근에서 10MHz를, 1.8GHz 부근에서 20MHz의 전파를, 그리고 2.1GHz(2100MHz)에서 20MHz의 전파를 내놨다.

KT는 4G 이동통신망을 위해 1.8GHz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하려 했지만 경매가 너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국 입찰을 중단했다. 그 결과 20MHz 대역의 1.8GHz 주파수는 SK텔레콤에 돌아갔다. 대신 KT는 10MHz의 800MHz 주파수를 2610억 원에 할당 받았다. 2.1GHz는 과거 3세대(3G)통신용으로 2.1GHz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한 LGU+가 4455억원에 단독 입찰해 할당받았다.

현재로선 속도에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유리하다. LG는 주파수 경매 이전에 이미 보유하고 있던 800MHz 주파수의 20MHz를 온전히 4G 서비스에 할당해 둔 상태다. 반면 SK텔레콤은 10MHz의 대역폭 밖에 할당하지 못하고 있다. KT도 2.3GHz 주파수로 10MHz의 대역폭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TV 광고를 통해 자사의 4G 서비스가 경쟁사보다 2배 더 빠르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SK텔레콤은 새로 입찰 받은 주파수를 합하면 모두 30MHz의 대역을 갖게 된다. KT도 마찬가지로 30MHz의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고, LG는 2.1GHz 주파수의 20MHz 대역을 합해 총 40MHz 대역으로 4G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더구나 3개 통신사가 아직까지 서비스 하고 있는 2G 이동통신이 끝나면 주파수가 다시 한 번 재배치된다. 2~3년 후 4G 통신서비스가 완전히 재편되면 어느 통신사가 가장 높은 속도로 서비스할지 아직 점치기 어렵다.





가상스토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 세운 세계 최초의 가상스토어. 스마트폰에서 앱을 내려 받아 전광판 속 QR코드나 바코드를 읽어 주문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물품을 받을 수 있다. 무선통신 세상은 생활 밀착형으로 우리 삶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표


[통신 3사의 4G 이동통신 서비스 현황. SKT와 LG U+는 LTE(롱텀에볼루션) 방식으로, KT는 국내기술로 개발한 ‘WiBro(와이브로, 해외에선 Mobile WiMax라고 불린다)’ 방식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3사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새롭게 확보한 주파수를 더해 차세대 통신서비스를 계속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KT는 추가로 LTE 서비스 역시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의 서비스가 4G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아직은 진정한 4G 서비스에 미치지 못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 기술들을 3.9G 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짜 4G인 LTE와 와이브로의 차세대 버전(LTE-advanced와 ‘IEEE 802.16m Mobile WiMax)이 상용화되면 지금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이동통신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엔 어떤 전파 쓰일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2012년 말까지 3162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1월 기준 5496TB(테라바이트, 1TB는 1024GB)였던 국내 무선 데이터 전송량이 2015년이면 8.7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풍족하게 주파수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회사들은 현재 아날로그 TV 방송용으로 쓰고 있지만 2012년 말 디지털 TV방송이 시작되면 모두 회수될 예정인 700MHz 주파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주파수는 전파 회절성이 좋아 기존에 사용하던 800~900MHz 주파수와 연계하면 4G 이후 차세대 휴대전화 서비스에 쓸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4G 서비스가 정착될 것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역시 언젠간 개발될 것이다. 어떤 휴대전화 서비스를 선택하느냐는 소비자의 몫이지만, 꼭 최고 속도를 내는 서비스가 가장 좋은 건 아니다. 속도는 조금 느려도 안정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운 통신을 즐길 수 있다.






[이동통신용 전파는 주파수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주파수가 낮으면 기지국을 적게 세워도 된다. 지하도나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에서 끊어지는 일도 월등히 줄어든다.]

 

 

 



글 : 전승민 기자 ( enhanced@donga.com )

이미지출처 : 위키피디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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