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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될 때 감수해야 할 변화






지난주 신문 사회면에는 기이한 이야기가 실렸다. 아들의 성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학대를 거듭하는 아내를 보다 못한 남편이 이혼소송을 해 승소했다는 내용이다.

기사 속의 엄마는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자 "공부를 안 하니 책상이 필요없다"며 책상에 톱질을 하는가하면 “그 성적에 잠이 오느냐”며 침대 매트리스를 세워놓기도 했다고 한다.

남편이 말리면 “아버지인 당신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니까 애 성적이 이 모양 아니냐”며 막말을 했다. 비뚤어진 모정(母情)으로 아들이 적응장애 진단까지 받게 이르자 이혼까지 결심하게 된 부정(父情)이 눈물겹다.

과거 전통적인 유교사회에서 우리사회는 ‘엄부자모(嚴父慈母)’, 즉 엄한 아버지에 자애로운 어머니가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어떻게 된 건지 주변에서 ‘엄모자부(嚴母慈父)’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엄모’가 되는 이유의 대부분은 자녀의 성적 때문이다. 한편 자애로운 아버지가 많아진 건 가족구조가 옛날과는 달라 엄마가 아니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고 엄마도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그 결과 아버지가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의 경우 아버지가 자식을 직접 보살피는 시간은 1965년 하루 평균 0.4시간에서 1998년 1시간으로 2.5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어머니가 자식을 직접 보살피는 시간은 1.5시간에서 1.7시간으로 소폭 느는데 그쳤다. 아빠가 자녀를 돌보는 시간은 여전히 엄마에 비해서는 적지만 그 차이가 꽤 많이 줄어들었다.



●부성애는 인류 진화 과정에서 등장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자녀를 돌보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포유류에서 이런 행태는 예외적인 현상이다. 포유류에서 아비가 새끼를 돌보는 종은 전체 종의 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성애의 진화는 계통발생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을까. 즉 진화상으로 가까운 종들일 경우 부성애의 패턴도 비슷할까.

놀랍게도 이런 패턴은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 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와 보노보, 그 다음인 고릴라나 오랑우탄의 경우 아비는 새끼를 거의 돌보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 네바다대 인류학과 피터 그레이 교수와 오클라호마대 인류학과 커미트 앤더슨 교수가 함께 쓴 책 '아버지의 탄생(Fatherhood)'를 보면 인류가 보이는 부성애는 유인원에서는 매우 독특한 행동으로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리고 이런 부성애는 일부일처제의 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일부다처제(하렘)인 고릴라 사회나 다부다처제인 침팬지, 보노보 사회에서는 수컷이 자녀를 돌보는 것 보다 짝짓기할 암컷에 신경쓰는 게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인류에서 일부일처제가 정착된 배경을 수렵채취사회에서 찾고 있다. 즉 남편은 사냥을 하고 아내는 열매와 씨앗, 뿌리를 모아 생계를 꾸리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비가 새끼에 대해 자기 자식이라는 확신이 커지면서 애정도 커진 것이라고. 이런 변화에 따라 인간의 신경생리학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그 결과 인류의 아비는 본능적으로 자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진화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경생리학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무엇보다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변화다. 테스토스테론은 수컷이 짝짓기를 할 때 도움이 되는 신체나 행동의 특징을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즉 몸을 근육질로 만들고 성욕을 불러일으키며 동종 수컷에게는 공격성을, 암컷에게는 구애행동을 유발한다.

한마디로 수컷이 수컷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호르몬인 셈이다. 흥미롭게도 결혼을 하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떨어지는데 만일 자식까지 낳으면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 결혼과 자녀가 남성의 수컷으로서의 본능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겠지만 이혼이나 별거를 하거나 혼외정사를 하는 남성의 경우 내려갔던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다시 올라간다. 생리적인 현상인 호르몬 수치가 주변 상황에 따라 오르내린다는 게 신기하지만 내분비계가 신체 내부의 영향 뿐 아니라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다.






●짝 없는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하락 폭 적어



테스토스테론은 20살 무렵을 피크로 해서 나이가 듦에 따라 서서히 감소한다. 따라서 군대야말로 ‘수컷’들이 우글거리는 집단이다. 9월 27일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변화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들은 필리핀의 젊은 남성 624명을 대상으로 4년 반 사이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변화를 비교해봤다. 이 기간 동안 미혼이었던 남성 다수가 결혼을 했고 이중 상당수가 자식까지 낳았다.

기존 다른 연구결과들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지만 이들이 보여준 호르몬 수치의 변화는 마치 조작된 데이터처럼 정확한 패턴을 나타냈다. 즉 4년 반 뒤에도 여전히 미혼인 사람들은 테스토스테론이 평균 12% 줄었지만 그 사이 결혼을 한 사람은 자녀가 없는 경우 평균 16%가 줄었고 자녀가 있는 경우는 26%나 줄었다.

한편 4년 반 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면 결혼 후 자녀까지 본 집단이 가장 높았고 여전히 미혼인 집단이 가장 낮았다. 반면 4년 반 뒤에는 이 순서가 역전이 됐다.

즉 결혼(짝짓기)을 할 때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았고 이들이 결혼해 배우자를 확보하고 자녀까지 두면서 호르몬 수치가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던 미혼자 집단보다도 낮아지게 된 것.

결국 한창 때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꼭 이게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배우자를 얻는데 실패한 남성들은 때가 지나서도 힘겹게 호르몬 수치를 유지하며 짝을 찾아 헤매는 셈이다.

한편 결혼해 자식까지 있는 집단을 자식을 돌보는 시간에 따라 나눈 뒤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평균해보자 놀라운(예상되긴 했지만) 결과가 나왔다. 즉 자녀를 전혀 돌보지 않는 아버지는 자식들을 돌보는 아버지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0%나 높았던 것.

바꿔 말하면 자식을 낳아도 호르몬의 수치가 별로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결혼을 해도, 자식을 낳아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별로 떨어지지 않는 남자는 바람을 피거나 자식을 본체만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인간의 수컷은 유인원 가운데 유일하게 짝짓기냐 육아(가정)냐 하는 선택에서 후자 쪽에 치우치게 진화한 종이다. 그럼에도 개중에는 진화가 덜 돼 다른 유인원처럼 행동하는 남성도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애인이 어떤 유형의 남자인지 알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그 남자와 결혼을 할지 말지 결심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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