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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대→중생대→신생대, 그 다음은 ‘인류대’?






진화나 공룡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기자는 고등학교 지구과학 교과서를 옆에 둔다. 그 생명체가 살았던 시대가 고생대인지 중생대인지, 쥐라기인지 백악기인지 교과서의 연대표를 참고하면서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46억 년 지구 역사를 지질학적 시간척도로 나눈 연대표는 이름도 헷갈리고 복잡해서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지질학적 시간척도는 네 단위가 있다. 즉 ‘eon’, ‘era’, ‘period’, ‘epoch’가 그것이다. 이들은 각각 대(代), 대(代), 기(紀), 세(世)로 번역된다. eon과 era를 똑 같이 대로 번역하는 바람에 더 헷갈린다. 아무튼 지구는 크게 네 개의 eon으로 나뉘는데 하데스대(은생대, 46억 년 전~38억 년 전), 시생대(38억 년 전~25억 년 전), 원생대(25억 년 전~5억 4200만 년 전), 현생대(5억 4200만 년 전~)다.

이 가운데 현생대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라는 3개의 era로 세분되고, 이들 각각의 era는 또 여러 개의 period로 나뉜다. 특히 신생대의 경우는 고(古)제3기와 신(新)제3기, 제4기로 나뉘는데 이들 period도 epoch로 한 번 더 나뉜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지구는 현생대-신생대-제4기-홀로세(충적세 또는 완신세)에 해당한다.

이런 시대 구분은 물론 임의대로 한 것은 아니고 지질학적 기록을 토대로 시대를 구분할 만한 큰 사건(변화)을 전후해 나누게 된다. 예를 들어 6500만 년 전 공룡의 멸종 같은 극적인 사건은 현생대에서 중생대(백악기)가 끝나고 신생대(고제3기)가 시작되는 지표가 된다. 거대한 운석의 충돌을 이런 천재지변의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의 경우 1만1500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그 전 플라이스토세(홍적세)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 지구가 따뜻해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인간이 불러온 변화 만만치 않아






그래프


과학저널 ‘사이언스’ 10월 7일자에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의 도입 여부에 대한 최근 지질학자들 사이에 논란을 자세히 소개했다. 새로운 시대의 이름은 ‘Anthropocene’으로 ‘인간의 시대(the Age of Man)’란 뜻이다. 국내에는 일단 인류세(人類世)로 번역돼 있는데 이렇게 확정할 수는 없다(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인류세로 쓰겠다).

인류세는 1995년 대기권 오존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폴 크뤼천 박사가 2002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기고한 ‘Geology of Mankind(인류의 지질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처음 제안한 이름이다. 그는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환경이 너무나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홀로세는 끝났고 새로운 epoch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변화의 주역인 인류에서 이름을 따서 작명했다.

당시 지질학계는 이 제안을 학술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류세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질학자들이 꽤 된다고 한다. 지난 2009년 국제층서협의회(지질학적 시대를 명명하는 곳)는 ‘인류세 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첫 결과가 올해 2월 ‘영국왕립학회지A’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인류가 지구에 남긴 영향이 지질학적으로 충분히 흔적을 남길 수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포유류에서 인류와 가축이 차지하는 비율(총량 기준)은 1만 년 전 0.1%에서 90% 이상으로 급변했다. 10만년 뒤, 100만 년 뒤 지질학자가 화석을 탐사한다면 이런 급격한 변화에 깜짝 놀랄 것이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도 급증해 불과 200년 만에 40% 나 증가했다. 그 결과로 해양의 산성도가 진행돼 지금 수치는 지난 80만년 이래 최고치에 이른다.

숲도 마찬가지다. 매년 남한 면적에 육박하는 8만 제곱킬로미터의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육지의 80%가 인류에 의해 어떤 식으로 든 변형됐다. 이 가운데 40%는 경지나 초지로 이용되고 있다. 또 사람들이 캐가는 광물의 양은 빙산이나 강물이 휩쓸어가는 양의 4배에 이르고 있다. 물도 예외가 아니어서 담수의 경우 절반 이상이 인공저수지, 댐, 수로 등으로 변형된 형태에서 인류가 관리하고 있다.

이런 총체적인 변화의 결과 생물 종다양성이 급격히 떨어져 최근 멸종속도는 지난 홀로세의 1000배에 이른다고 한다. 가히 6번째 대멸종이 시작됐다고 할 만 하다.



●인류세 시작은…18세기 말?, 원자폭탄?, 2000년?

그렇다면 인류세가 시작되는 시점을 어느 시기로 잡아야 할까. 크뤼천 박사는 그의 글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기 시작한 18세기 말을 제안하고 있지만 원자폭탄 실험으로 인공 방사성 원소들이 나오기 시작한 1945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인류가 60억 명을 넘은 2000년 전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어느 시점을 하더라도 지질학적 시간척도로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류세 위원회는 201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국제지질학회의에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지질학적 연대에 ‘Anthropocene’이 도입될지, 도입된다면 어느 수준으로(epoch이면 인류세로, period면 인류기로, era이면 인류대로 번역될 것이다) 할지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수년 전 기자는 외신을 보고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제외될 운명’이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기사를 쓰면서도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2006년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정말 명왕성이 행성 목록에서 퇴출돼 왜소행성으로 강등됐다. 현재 인류세의 도입 논란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배경이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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