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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엑스레이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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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오빠가 인터넷에서 맛집 목록 뽑아왔지. 짜잔! 이 스파게티 집 맛있대, 여기 갈까?
민정: 응, 좋아.
지훈: 아니다, 여기 삼겹살 집 평점이 제일 높네. 여기 갈까?
민정: 응, 그것도 좋아.
지훈: 오케이. 자, 가자!
민정: 나 집에 갈래.

오늘도 민정이는 토라져서 집에 갔다. 분명히 민정이는 좋다고 말했는데, 어디서부터 기분이 상했던 걸까.

민정이의 마음을 꿰뚫어 볼 방법은 없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상대의 마음을 아는 법’을 검색했다.

“소셜엑스레이 안경?”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안경에 붙어 있는 좁쌀만 한 카메라로 상대의 표정을 인식해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는 장치란다. 도대체 어떻게 표정을 읽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걸까, 안경을 개발한 미국 MIT 미디어랩의 로잘린 피카드 교수에게 안경의 원리를 설명해 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얼굴에 24개 점을 찍다

며칠 후 피카드 교수에게 답장이 왔다.

“메일 잘 받았습니다. 저희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훈 씨 말대로 상대의 마음을 알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연구팀은 그 방법을 찾았습니다. 미세표정이 해답입니다. 미세표정은 부교감 신경의 지시를 받기 때문에 의지와 관계없이 얼굴에 나타납니다. 숨기고 싶어도 절대 숨길 수가 없죠.

영국의 심리학자 시몬 바론-코헨은 6가지의 미세표정을 발견했습니다. 상대의 말에 동의할 때와 동의하지 않을 때, 의견에 흥미를 보일 때, 생각에 잠길 때, 혼란스러울 때, 집중할 때 각각 다른 표정을 짓습니다.

이미 이 미세표정은 패턴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좌표로 삼고 24개의 점을 지정합니다. 각 점은 양 미간, 코 끝, 입술의 양 끝처럼 표정에 따라 위치 변화가 심한 부분입니다. 미세표정에 따라 24개 좌표의 변화값을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만약 상대가 흥미로운 말을 한다면 무의식 중에 눈썹을 올리게 됩니다. 이 표정은 눈과 눈썹 사이의 거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재면 쉽게 알 수 있죠. 반대로 상대의 말에 의문이 생기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데, 이 동작은 양 미간을 잇는 선의 기울기를 측정하면 됩니다. 이 측정값을 모아 둔 데이터를 이용하면 표정의 변화로 감정을 역추적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세표정은 아주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은 안경에 카메라를 달아 상대의 표정 변화를 계속 관찰하면서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미세표정을 잡기로 했죠. 감정 상태는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또 LED 빛으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동의, 흥미 같은 긍정적인 반응은 초록색으로 나타내고 혼란, 동의하지 않음 같은 부정적인 반응은 빨간색으로, 생각, 집중 같은 중성적 반응은 노란색으로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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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까지 보인다

이 안경은 원래 자폐증 환자를 위해 개발한 것입니다. 자폐증 환자는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대신 읽어서 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안경으로 상대의 감정을 제대로 맞출 수 있는 확률은 64% 정도입니다. 높은 수치는 아니죠.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들은 이 결과에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안경의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연구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미세표정만 이용하고 있지만, 오차를 줄이기 위해 의지와 관계없이 나타나는 다른 신체 변화도 이용할 계획입니다. 우선 어조나 목소리의 고저를 이용할 수 있겠죠. 또 손의 온도와 피부의 전도 수준을 측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요즘 관심을 갖는 것은 맥박입니다.

맥박도 미세표정처럼 카메라로 측정할 수 있답니다.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은 산소가 풍부하고 심장으로 다시 들어오는 혈액은 산소가 없죠. 혈중 산소 농도에 따라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비율이 달라지는데, 이 흡수율의 변화로 맥박을 역추적 할 수 있습니다. 이 장치는 매일 아침 건강상태도 진단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저, 저의 연구 결과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최대한 많은 생체신호를 수집하는 법을 개발하고 있답니다. 이제 소셜엑스레이 안경의 원리가 이해되셨나요? 저희가 개발 중인 안경을 하나 보내드리죠. 또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피카드 교수에게 받은 안경을 쓰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민정: 오빠, 민정이 많이 늦어서 화났어요?
지훈: 아니에요, 오빠도 방금 왔어요.
민정: 와, 귀걸이 예쁘다!
지훈: 응응, 예쁘다.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3만원이요?
민정: 오빠, 사지마. 딴 데 가면 2만원이면 살 수 있어.
지훈: 그래, 알았어. 다음에 올게요. (빨간색 등이 켜짐, ‘동의하지 않음’음성 신호)
지훈: 아니야, 오빠가 우리 예쁜 민정이한테 선물하고 싶어서 그래요.
민정: 정말? 오빠, 최고!








 

 

글 : 신선미 기자 ( vamie@donga.com )

이미지출처 : 김인규, istockphoto, IEEE transactions on information technology in bio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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