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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가 구박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사진

 

 

 기자에게는 다섯 살 된 딸이 있다. 작년만 해도 ‘뽀로로’를 가장 좋아했던 딸은 한 살 더 먹으면서 모든 관심이 ‘공주’에 집중되고 있다. 유치원에 가는 딸의 옷차림은 1년 내내 레이스 달린 ‘공주 머리띠’, 분홍색 ‘공주 드레스’, 반짝거리는 ‘공주 구두’다.

딸의 ‘공주 사랑’은 잠자리까지 이어진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공주 동화’를 들어야 기분 좋게 잠이 든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도중 한번 씩은 꼭 물어본다.

“엄마, 신데렐라는 왜 계모가 무도회에 못 가게 해?” “엄마, 백설공주는 왜 왕비가 싫어해?”

●의붓자식 학대는 진화적으로 당연

48개월 된 아이에게 ‘친어머니’와 ‘의붓어머니’의 개념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계모는 신데렐라를 낳은 엄마가 아니라서 그래”란 말로 얼버무리고 만다.

피로 맺어지지 않은 의붓어머니가 자식에게 사랑을 덜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너무 당연한 결과 아닌가. 자신의 유전적 형질을 지니지 않은 자식에게 ‘본능적’인 모성애를 표현한다는 건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내 유전자를 전파하는데 의붓자식이 기여한 바가 하나도 없으니까.






‘신데렐라의 진실’의 저자들도 이런 맥락에서 ‘낳은 정’과 ‘기른 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다양한 동물의 행동을 그 증거로 내세운다. 사자들의 세계에서는 통치하는 수컷이 바뀔 때마다 이전 수컷의 새끼들을 찾아내 죽여 버린다. ‘자사나’라는 열대에 사는 새도 같은 행동을 보인다. 이렇게 해야 자신의 유전자가 훨씬 빨리 번식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런 양상이 인간에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동물 세계에서 배다른 새끼의 처단은 인간 사회에서는 학대로 나타난다는 것. 이론의 단순 확대 적용이 아니라 신빙성 있는 통계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저자들은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여러 나라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붓어머니나 의붓아버지와 살았던 아이가 친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에 비해 학대를 받은 경우가 100배나 많다고 지적한다. 핏줄로 묶이지 않은 자식이 구박받는 동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과학적’인 동화가 되는 셈이다.

●동화에는 왜 나쁜 의붓어머니만 등장하나

‘신데렐라의 진실’은 기자가 ‘다윈주의자’임을 재확인시켜주는 책이었다. 솔직히 말해 저자들의 주장이 완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건 아니었다. 2009년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이나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아 그해 내내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공부해야 했던 기자에게는 책 시리즈의 전체 제목처럼 이 책은 전형적인 ‘다윈의 대답’이었다.

오히려 기자를 놀라게 한 건 저자들이 이런 얘기를 하기 전 어느 누구도 의붓부모와 아동 학대의 관계를 제대로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들의 주장대로)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의붓가족이란 점 때문에 동정심을 개입시키거나 이상적인 의붓가족의 모습을 그리기 바빴다. ‘의붓가족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잣대나 기준이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 셈이다. 그래서 의붓자식이 유전적인 자식같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이들을 불쾌하게 만들었을 게 분명하다.

매우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이 책의 백미는 맨 뒷부분에 있다.

‘신데렐라’든 ‘백설공주’든 동화에서 나쁜 부모 역할은 아버지가 아니라 죄다 어머니가 맡는다. 왜 그럴까. 딸을 둔 엄마 입장에서 동화를 읽어줄 때마다 이런 ‘성차별’은 늘 불편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동화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의학기술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했을 터이다. 그 시절에는 이혼보다는 어머니가 출산 중에 사망하면서 친어머니 대신 아이를 돌봐 줄 의붓어머니를 데려오면서 의붓가족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고 이런 문화가 동화에 자연스레 녹아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체가 주로 어머니라는 점에서 찾는다. 아이에게 교활하고 포악한 의붓어머니 얘기를 들려줌으로써 친어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레 ‘세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윈주의’가 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10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도 독서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준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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