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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이론 깨지나…시간 여행 가능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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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12가지 소립자 중 하나다. 사람 엄지손톱 크기만 한 면적을 1초에 1000억 개 이상이 통과할 정도 온 우주에 가득 차 있다. 문제는 질량이 거의 없고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서 알려진 바가 없고 검출도 힘들다.

그런데 올해 9월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전 세계 과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9월 22일(현지시각)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중성미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스위스 제네바 근처에 있는 연구소의 터널에서 730km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까지 중성미자를 쏘아 속도를 측정한 결과, 중성미자가 빛보다 60나노초(1나노초=10억분의 1초) 빠른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속도로 환산하면 중성미자는 초속 2억9979만8454m, 빛은 2억9979만2458m였다. 흔히 알고 있는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보다 초속 6km가 더 빨랐던 셈이다.

●아름답다고 칭할 정도로 정교하게 이뤄진 오페라 실험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전세계 물리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현대 물리학에서 움직일 수 없는 진리였던 아인슈타인의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05년 이 이론이 발표된 뒤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검증이 됐고 모든 물리학이 특수 상대성 안에서 잘 맞아떨어졌다. 만약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다고 판명되는 순간 현대물리학은 그 근본부터 오류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한 실험 오차로 보기엔 이번 CERN에서 이뤄진 ‘오페라(OPERA)’ 실험은 매우 정교하게 이뤄졌다.

우선 CERN에서 출발한 입자가 730km 떨어진 그란사소 검출기까지 도착한 시간을 알기 위해 정밀도 높은 세슘 원자시계가 사용됐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GPS를 이용한 정밀한 기술이 동원됐으며 GPS 위성간의 시간 오차도 1.4~3.2 나노초까지 줄였다. 이밖에 여러 실험 과정을 개선해 오차는 10 나노초까지 줄었다.

이런 점 때문에 197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사무엘 팅 메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부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발표한 컨퍼런스에서 “실험의 과정이 매우 아름답다”고 평가했다.






●뉴튼의 역학을 갈아 치웠던 아인슈타인의 운명은?

CERN의 발표는 과학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특히 이번 결과는 시간여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생전에 “빛보다 빨리 메시지(정보)를 보낼 수 있다면 과거로 전보를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실험대로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면 과거나 미래로 정보를 보낼 수 있어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

이번 실험을 의미 있게 보려는 다양한 해석들도 쏟아져 나왔다.

“중성미자가 4차원 시공간 외에 ‘여분의 차원(extra dimension)’을 지름길로 이용했기 때문에 빛보다 빠른 것처럼 보였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중성미자가 블랙홀과 화이트홀 사이의 통로를 뜻하는 ‘웜홀’을 통해 이동했다는 것이다.

또 “중성미자가 우주가 아닌 지구에서는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거나 “중성미자는 암흑물질을 이용해 쉽게 이동하지만 빛은 오히려 암흑물질 때문에 느려진다” 같은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CERN의 실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는 의견들 대부분은 계통오차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계통오차는 시계를 맞추는 것, 속도를 측정하는 것 등 측정계기의 한계로 나오는 오차를 말한다. 계통오차를 크게 줄였지만 생각하지 못한 오차를 보정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197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셸던 글래쇼 보스턴대 교수는 논문에서 “오페라 팀은 중성미자가 평균 17.5GeV(기가전자볼트, 1GeV는 10억eV)의 에너지를 가지고 730km를 이동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이론상 12GeV를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뉴트리노가 일시적으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곧바로 에너지를 잃게 되며, CERN에서 발표한 속도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글래쇼 교수의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물리학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10월 27일자에 실렸다.

게다가 전에도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다는 주장은 나왔으나 모두 증명하지 못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쓰쿠바에 있는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는 250km 떨어진 슈퍼카미오칸데 검출기까지 중성미자를 쏘아 보냈지만 빛보다 빠르다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2007년 미국 시카고에 있는 페르미연구소는 빛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측정 실수로 밝혀졌다.

●CERN 2차 실험도 1차와 같은 결과 나와

하지만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라도 하듯 오페라 팀은 10월 22일부터 11월 7일까지 진행된 2차 실험에서도 9월에 발표한 값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1월 18일(현지시각) 밝혔다. 전체적인 방법은 지난 번과 같았지만 뭉치로 발사하던 빔을 더 잘게 나눠서 쏘는 등 부분적인 실험 방법이 개선됐다.

그 결과 총 20개의 중성미자 반응을 얻었으며 이들을 평균한 결과 중성미자는 1차 실험과 거의 흡사하게 빛보다 62.1(±3.7) 나노초 빨랐다. 오페라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고에너지 물리학 저널(JHEP)’에 17일 투고했으며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 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에 18일에 올렸다.

이처럼 같은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CERN은 실험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제 공은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의 미노스 실험로 넘어간 상태다. 미노스는 재측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으며 내년 초부터 실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년 이상 진리로 받아들여진 뉴튼의 역학이론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수정된 것처럼, 아인슈타인의 이론 또한 바뀔 수 있는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윤미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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