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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고 망신당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최고의 명기(名器)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이탈리아의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와 그 일가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다른 바이올린과 견줄 수 없는 음색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650점이 남아 있는데,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 대가 354만 달러(약 35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명성도 명성이지만 워낙 고가라서 일반 연주자들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꿈의 악기라 부른다.



이 때문에 스트라디바리우스 음색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실험은 이제껏 수없이 진행됐다. 광택제에서부터 나무가 자란 시기, 밀도, 튜닝 작업 등 주로 물리학적이고 역학적인 방법으로 음색의 비밀을 알아보려는 시도가 많았다.

하지만 악기음향 전문가 클라우디아 프리츠와 바이올린 제작자 조세프 커틴은 그동안 악기의 음색을 밝히려는 연구는 많았지만 정작 이 악기들이 좋은 음색을 내는지 조사한 적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성 자체에 도전하는 발칙한 실험을 했다. 전문 연주자들에게 사전 정보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도 과연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 같은 명품 바이올린 음색을 선호하냐는 것.



연구진은 연주경력이 15년이 넘는 연주자 21명을 모아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총 6개의 바이올린 중 3개는 만든 지 10년이 안된 새 바이올린으로, 나머지 3개는 각각 1700년과 1715년에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와 1740년에 제작한 과르네리 한 대로 구성했다.

연구진은 정확한 소리를 비교하기 위해 반사음이 없는 무향실을 만들고 불빛을 차단해 실험참가자들이 바이올린을 생김새로 알아보지 못하도록 했다. 턱받침에는 향수도 뿌려 혹여 냄새로 바이올린을 구분하는 일도 없도록 주의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연주자들에게 무작위로 두 대의 바이올린을 골라 연주하도록 하고 어느 것의 소리가 더 나은지 물었다. 실험 대상자는 물론 그들에게 악기를 건네주는 사람조차 어떤 악기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 이중맹검 실험이었다.

하지만 사실 두 대 중 하나는 만든 지 몇 년 안 된 새 바이올린이고, 하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이거나 과르네리였다. 1분간 연주해보고 나서 평가한 결과, 오래된 것과 새 것에 대한 호감도는 비슷했다. 하지만 유독 1700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한 호감도는 뚝 떨어졌다. 세 번의 실험에서 3~6명만이 1700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좋다고 꼽은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6개의 바이올린을 자유롭게 연주하게 한 뒤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것’과 ‘가장 별로인 것’을 고르게 했다. 그 결과 집에 가져가고 싶은 바이올린으로 가장 최근에 만든 바이올린이 뽑혔다. 그리고 가장 별로인 바이올린에는 1700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뽑히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전통적인 믿음을 깨는 놀라운 도전”이었다고 자평했다. 클라우디아 프리츠는 “연주자들은 가장 선호한 악기가 새 악기인지, 오래된 악기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면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오랫동안 명기로 인정받은 데는 이 악기가 고가이고 역사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김윤미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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