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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터질만큼 웃어본 적이 있는가…죽음을 부르는 유머


지난해 당신은 얼마나 웃었나. 좀 더 쉽게 질문 해보자. 큰 소리로 웃은 적이 몇 번이 있나. 모르겠다고? 그럼 더 쉽게 물어보자. 지난해 가장 유쾌했던, 박장대소했던 기억은 몇 번인가.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들은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답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다.






●소설같은 과학책, 과학책 같은 소설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프랑스 작가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은 웃음이라는 특정 신체 반응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소설의 핵심 소재는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농담들은 과연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며, 이는 ‘인간은 왜 웃는가?’란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으로 연결되고 있다.

솔직히 이 작품이 ‘과학책’이냐고 묻는다면 ‘과학책이 아니지만 과학책’이라는 모순된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소설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과학책은 아니다. 과학책이라기보다 역사적 사실들을 살짝 비틀어 소설 속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역사 패러디 추리 소설이다. 그러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전 작품에서와 같이 이번 작품에도 과학적 상상력이 근간에 깔려 있고, 웃음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시도되는 것을 보면 과학책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현대 뇌과학에 따르면 웃음은 좌뇌와 우뇌의 정보전달 과정에서 일종의 오류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외부 감각에서 괴상하거나 역설적인 정보를 받으면, 계산과 추론의 논리적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좌뇌)로 전달된다. 신피질에서는 자신이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우뇌)로 정보를 보낸다. 이렇게 되면 우뇌는 좌뇌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뒤 정보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좌뇌의 순간적 활동 정지는 대뇌 전체의 이완과 함께 엔도르핀 분비량을 증가시킨다. 이는 외부의 이질적 정보로 인한 긴장상태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메커니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심한 유산소 운동(예를 들면 100m 전력질주)을 하면 횡격막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공기를 밖으로 빠르게 배출하고 들이마시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된다. 또 입이 점점 벌어지고 아래턱이 상하로 흔들리며 몸 전체가 진동하게 된다.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신체 반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크게 웃을 때와 같다. 15초 동안 큰 소리로 웃으면 100m를 전력 질주한 것과 같으며, 평균 1분당 70회 뛰는 심장박동수도 130회까지 급격히 올라간다. 이 때문에 자주 웃는 사람은 유산소 운동을 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화 속도가 느려지고 스트레스가 감소되며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설명도 완벽하지 않다. 많은 뇌과학자들이 웃음과 같이 복잡한 감정은 뇌의 모든 부분과 다른 신체부위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군데만 문제가 있어도 웃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웃음이 줄거나, 웃을 수 없다면 뇌나 다른 신체부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뇌 과학 중에서도 ‘웃음’은 아직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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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죽을 수 있다

작품은 프랑스인에게서 가장 사랑받는 연예인인 다리우스 워즈니악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아무도 없는 분장실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침입의 흔적도 없다. 추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밀실사건이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사망 직전 혼자 들어간 분장실에서 폭소를 터트렸다는 것.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라고 생각하지만, 주간지 ‘르 게퇴르 모데른’의 사회부 객원 여기자 뤼크레스 넴로드는 타살 의혹을 갖고, 전직 과학전문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와 함께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작가의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은 씨줄과 날줄이 돼 교묘하게 연결돼 웃음을 자아낸다.

성배는 다름 아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머인 ‘살인소담(殺人笑談)’이고, 프리메이슨과 성당기사단은 유머 기사단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또 아리스토파네스, 에라스무스, 라블레, 몰리에르, 찰리 채플린, 그루초 막스 등은 유머 기사단의 단원이었으며, 훈족의 아틸라,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사망 원인은 살인소담이었고, 잔다르크는 유머 기사단의 농담을 하느님의 목소리로 믿는 바람에 영웅적 행위를 하게 된 시골 처녀였다는 등은 정말 절묘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첨단 과학의 총아라고 하는 뇌과학 조차 확실한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웃음에 대해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보면서 과학기자로써 자괴감까지 느꼈다. 과학기자라면 취재와 기사작성 능력만큼이나 상상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 첫 부분에 나오는 프랑스 최고의 코미디언 다리우스 워즈니악처럼 웃음 때문에 죽는 경우가 실제로 있을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다리우스를 죽음에 이르게한 웃음의 원인과는 다르지만, 현실에서도 웃다가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정상인에게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뇌 기능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웃음 때문에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30일 영국 한 일간지에는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Arnold Chiari Malformation)’을 앓는 23세의 여성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은 소뇌의 일부분이 비대해져 돌출되면서 뇌와 척수가 만나는 곳에 이상증상이 생기는 질병이다. 이 병은 척수액이 뇌로 가지 못해 척수와 뇌의 빈 공간에 축적되고 돌출된 소뇌 부분이 길어져 두개골 아랫쪽 바깥으로 뇌가 자라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낄낄거리는 작은 웃음마저도 혈압 변화를 발생해 뇌에 영향을 미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재만큼 창작방식도 형식파괴

이 소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소재의 참신성 뿐만 아니라 작가의 창작 형식에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한 현대에도 여전히 1인 창작이라는 전통을 고집하는 창작 세계에 집필 시작단계부터 독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웃음이라는 대주제를 정한 뒤 작품의 살을 붙이기 위한 소재를 독자들에게 설문조사하고, 유머를 응모토록 했다. 응모된 유머 중 높은 점수를 얻은 것들을 선정해 소설 곳곳에 녹여냈다. 많은 언론들이 독자나 시청자와 쌍방향 소통을 이야기하면서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가 한 명이 상호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 성공했다는 것은 언론계에서도 반성하고 살펴볼 문제다.

2012년 올 한 해, 우리나라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국가적 대사가 기다리고 있다. 올 연말에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표현을 쓰며 마무리할 것이다. 다사다난한 만큼 우리 모두 큰 소리로 웃을 일도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蛇足. 주인공이 기자들이기 때문인지 언론과 기자에 대한 얘기가 곳곳에 등장한다. 프랑스도 언론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요즘에 기자가 되는 사람들은 마치 공무원이 되듯 언론사에 들어온다고 그는 고백했다. 기자들이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아무 얘기나 해대고, 외부의 영향에 쉽게 굴복하는 것을 개탄하기도 했다. 직업윤리도 사라지고 언론의 도덕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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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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