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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여성에게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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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것이 좋다.’ 19세기 말 당시 최고의 학술지 가운데 하나였던 ‘조지아 저널’(Georgia Journal of Medicine & Surgery)은 자전거가 여성에게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안장을 누르는 골반의 압력과 페달을 밟는 하체의 운동으로 안장이 음부를 마찰하여 젊은 여성이 성적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 운전 중에 그런 황홀한 경험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당시 여성의 자전거 사고가 얼마나 잦았는지, 또 그 사고가 성적 쾌감 때문이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당시 첨단 과학을 소개하는 최고의 학술지가 지금 보면 우습기 짝이 없는,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은 어떤가? 자전거는 오히려 남성에게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자전거를 많이 탈수록 발기불능이나 성욕감퇴 위험이 크다’(미국 보스턴대)거나, ‘산악자전거를 매일 타는 남성은 불임 위험이 높다’(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는 식이다.

자전거의 위험에 대한 19세기의 논문을 지금 보면 한심하듯이, 지금의 논문도 나중에 보면 우스꽝스럽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학학술지에 발표되는 내용은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걸까?

담배회사가 지원한 논문에서는 담배의 유해성이 그리 부각되지 않지만, 금연단체가 주도한 과제에서 담배는 발암물질투성이다. 햄버거나 콜라 같은 인스턴트식품은 모조리 ‘유해’ 판정을 받지만, 김치나 인삼의 효능에 대한 국내 연구는 애국심으로 숙성시킨 느낌을 준다.

연구비를 어디서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일까? 과학자의 양심도 연구비의 출처에 따라 좌우되는 것일까?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 위험에 대한 최근 연구를 보자. 스웨덴의 렌나르트 하르델 박사팀은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휴대전화 사용자는 뇌종양 발생 확률이 2.5배 높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제암연구소(IARC)는 13개 국가의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휴대전화 사용자에게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르델 박사팀의 연구는 연구비의 한계로 대상자 추적기간이 짧고 암에 걸린 표본 수가 적다는 문제가 지적됐고, IARC의 조사는 통신회사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신뢰성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

국립암센터도 올해부터 휴대전화 사용과 종양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대상자를 관찰해야 하는 연구의 특성상 보건복지부의 암정복추진연구개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통신회사의 지원을 받으면 대중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휴대전화도 담배처럼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활용하는 부처 차원의 협력을 통해, 또 필요하면 소비자의 자발적인 모금까지 더해 연구비를 조달하면 연구의 품질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건강과 복지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면서 원자력, 환경 피해,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추진해야 할 연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처럼 정부 주도의 연구 결과와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상반되어 불필요한 갈등과 낭비를 초래하기 전에 연구비 조달 방식과 구성 비율부터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전거는 여성에게 위험하다’는 식의 우스꽝스럽고 편파적인 연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uhh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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