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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보면 살인시각까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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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CSI(과학수사대)’에는 범죄현장에서 핏자국(혈흔)을 찾기 위해 특수한 용액을 뿌리고 푸른 빛을 띠는 자외선등을 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혈흔은 '루미놀'과 반응하면 빛을 내는데, 빛이 약하고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뚜렷하게 보기 위해 자외선등을 켜는 것이다.

살인사건 현장이라면 범죄가 발생한 시각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범죄 발생 시각을 알기 위해 그동안 시체의 강직도, 시반(혈액 침강도), 구더기 크기 등으로 추정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핏자국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헤모글로빈 침강 정도 측정이나 DNA 내 단백질 분석 방법 등이 있지만 어떤 방법도 혈흔의 수명을 정확하게 알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2008년 미국 플로리다 순회재판소는 혈흔의 수명을 정확하게 판별할 만한 과학적 방법이 없다고 규정했다. 당시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피의 신선도에 관한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변호인 측은 개의 피로 혈흔의 수명을 분석한 결과가 부정확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혈흔의 수명을 정확하게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의대 마카일 베레진 교수팀은 혈장에 있는 ‘트립토판’의 형광수명을 이용하면 혈흔의 수명을 측정할 수 있다고 ‘유럽화학회지’ 온라인판 최신호에 밝혔다.

혈액에 특정 파장의 빛을 쬐면 에너지를 흡수해 일정 시간 동안 빛을 내다가 사라지는 형광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 빛을 내다가 사라지는 시간을 형광수명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개의 피에 파장이 295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인 근자외선을 쪼인 뒤 형광수명을 측정했다.

그 결과 오래된 피일수록 형광수명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갓 채취한 피가 7일째 될 때까지 형광수명이 급격히 짧아졌다. 7일이 지난 뒤에는 형광수명 차이가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혈액 속 ‘트립토판’이 형광수명의 변화가 가장 크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혈액 단백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부민이나 감마글로불린과 비교해도 형광수명의 변화는 트립토판이 가장 컸다.

베레진 교수는 “실험실과 달리 살인현장에는 다양한 환경 요인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이들이 형광수명에 끼치는 영향을 알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혈액 속 물질들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마련된다면 범죄수사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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