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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 물리학? 한 권으로 끝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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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페니, 똑 똑 똑 페니.”

미국의 시트콤 ‘빅뱅이론’에서 셸든 쿠퍼 박사가 이웃집에 살고 있는 페니를 부를 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일종의 ‘법칙’이다. 얼굴을 현관문에 바짝 붙인 뒤 일정한 간격으로 세 번 노크를 하고 페니의 이름을 부른다. 편집증 적인 성격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쿠퍼 박사의 기이한 행동이 그럭저럭 이해가 가는 것은 그가 천재 ‘이론 물리학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빅뱅이론’은 이미 시즌 5가 방영 중이다. 2007년 9월 시작한 드라마가 4년을 넘도록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인의 흥미를 크게 끌지 못하는 ‘과학’을 소재로 다루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재밌을 뿐 아니라 내용 곳곳에 쉽게 녹여든 과학 이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빅뱅이론’의 매력은 재미와 과학

예를 들어 미모의 이웃집 여자 페니가 레너드 박사의 고백을 받고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쿠퍼 박사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있어. 상자에 고양이를 넣고 밑에 붕괴될 가능성이 50%인 방사성 물질과 독약이 있지. 핵이 붕괴해 검출기에 방사선이 검출되면 독약이 깨지면서 고양이가 죽는데 열어보기 전에는 고양이가 죽어있을 수도 있고, 살아있을 수도 있어. 문을 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거야.”

이 말을 들은 페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쿠퍼 박사를 쳐다보다가 무릎을 치며 레너드의 고백을 받아들인다.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여인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과학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과학자가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대중에게 과학을 친근하고 쉽게 설명하는 것은 빅뱅이론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과학을 쉽게 설명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과학기자를 하면서 많은 과학자를 만나다 보면 우리나라에는 빅뱅이론과 같은 드라마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다. 실험실에서 밤잠 설쳐가며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은 언제나 대중과 떨어져 있고 그들의 노고는 커다란 이슈가 터지지 않으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은 아직도 강 건너에 살고 있는 옆 집 8촌의 친구 소식 만큼 먼 얘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강영 건국대 물리학부 교수가 쓴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은 대중의 과학에 대한 무관심에 ‘어필’할 수 있는 책이다. 지난해 말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발견으로 LHC(거대강입자가속기)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을 때 단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펼친 이 책에는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기원전(!)부터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입자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으로 입자의 개념을 열었던 데모크리토스(기원전 5세기)에서 시작한 인간의 호기심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과학자들의 이름이 총 동원되며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껍긴 하지만 이 책 한권으로 뉴턴, 아인슈타인, 러더퍼드, 파울리 등 과학계에 굵은 획을 그은 많은 과학자들과 그들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반갑게도 우리나라의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도 만날 수 있다.






●한 권으로 입자 물리학의 역사 설명
LHC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이론과 내용은 너무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해 물질을 이루고 있는 기본 입자를 빛의 속도로 ‘충돌’ 시켜 빅뱅 이후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LHC는 지름 5㎝의 둥근 튜브가 지름 27㎞에 걸쳐 동그랗게 설치한 일종의 실험기구인데 양성자를 충돌시켰을 때 나타나는 새로운 입자를 관측한다. 건설비가 무려 10조나 쓰인 세계에서 제일 큰 과학 실험 장비다.

지금의 ‘나’를 만든, 쉽게 빠지지 않는 몸무게(질량)를 부여한 신의 입자인 ‘힉스 입자’를 찾아내는 것도 LHC의 몫이고 이름만 들어도 매력적인 ‘암흑 물질’의 존재도 LHC의 실험을 통해 한 발 다가설 수 있다.

이 책에는 일반인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입자 물리학’의 역사를 풍부한 자료 사진과 논문, 당시 시대의 배경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간간히 섞여있는 과학자들의 재밌는 에피소드는 두꺼운 책의 부담감을 줄여주는 양념 같은 요소다.

스스로를 과학의 문외한이라고 생각한다면, 과학을 알고 싶은데 이것저것 찾아보기 귀찮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만약 자신이 이과계열 전공자라면 학창시절 괴롭혔던 수많은 법칙과 이론의 주인공과 그들의 삶을 되새길 수 있다.

물론 범인이 이해할 수 없는, 천재 과학자들의 머릿속을 넘나드는 지식을 책 한권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끈기를 갖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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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섭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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