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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들판 그림…착시 현상을 이용한 것 아시나요?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그리다 보면 좀 더 잘 그리고, 전문 작가들처럼 표현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법을 익혀야하는데 쉽지 않다. 기자가 예전부터 관심을 갖는 기법 가운데 하나가 그림에서 빛이 나는 듯 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예전에 추수하는 황금들판을 그린 한 인상파화가의 그림을 보고 정말 눈이 부셔 깜박거린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그 작가나 그림 이름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빛이 나는 느낌을 잘 표현한 미국 인상파화가 메리 커셋의 작품 ‘Woman in a loge(특별석의 여인)’을 타이틀 이미지로 썼다.

오페라 하우스의 강렬한 조명이 볼과 어깨, 금발을 비추며 반사된 빛에 눈이 부신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하면 이런 인상이 완전히 착시임을 알 수 있다. 형광염료를 쓰지 않는 한 색을 칠하면 그 밝기는 맨 캔버스보다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수채화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가장 밝은 하얀 빈 캔버스나 수채화종이를 볼 때는 이런 눈부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얼마나 기묘한 일인가.


사진
미국의 인상파화가 메리 커셋의 작품 ‘특별석의 여인’. 어깨와 볼, 금발에서 빛이 반사돼 나오는 것 같다.
●눈동자도 밝기를 착각한다
최근 주간과학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기자가 몇몇 미술작품에서 받은 인상이 ‘밝기 착시(brightness illusion)’ 때문이란다. 눈동자(동공)를 통과해 망막에 도달한 빛의 양은 같을 지라도 바라본 대상의 형태에 따라 우리 뇌가 실제보다 더 밝거나 어둡게 지각해서 오는 착시다.

아래 그림을 보면 네 가지 밝기 착시가 있다. 먼저 왼쪽 위는 ‘아사히(Asahi) 착시’로 A, B, C, D 네 이미지의 물리적 밝기는 동일하지만(붓 자국 같은 무늬의 개수가 18개로 똑 같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중심에서 빛이 나오는 듯한 A가 가장 밝다. 오른쪽 위 ‘육면체의 빛 착시’도 A가 가장 밝아 보이지만 그 정도는 약하다.





사진

 


밝기 착시의 예들.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은 (거의) 같은데 특정 부분의 밝기가 더 밝게 느껴지는 구도가 있다. PNAS 제공

왼쪽 아래 ‘카니자(Kanisza) 착시’는 주변 패턴에 의해 보이는 가운데 가상의 네모 밝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예다. A B C D 순서로 네모가 밝아 보이는데 그 정도는 약하다. 오른쪽 아래는 ‘팩맨(Pacman) 착시’로 역시 주변 패턴에 따라 생기는 가운데 가상의 세모 밝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역시 A B C D 순서로 네모가 밝아 보이는데 그 차이가 뚜렷하다.

결국 빛이 나오는듯한 효과를 내는 그림은 이런 착시를 느끼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사히 착시의 경우 붓 자국 같은 무늬의 색이 옅어지는 방향이 가운데를 향하면서 마치 가운데서 빛이 나와 사방으로 퍼지는 듯 한 효과를 주기 때문에 우리 뇌가 태양이나 달을 보듯이 가운데가 밝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논문에서 연구자들이 발견한 사실은 학계에서는 이미 알려져 있는 이 얘기가 아니다. 이들은 감각(sensation)과 지각(perception)이라는 범주에 따라 눈과 뇌가 빛의 정보를 해석한다는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결과를 얻어냈다. 즉 눈은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자극을 받아들이고(감각) 거기에 반응할 뿐 착시 같은 심리적 현상은 시각피질에서 일어나는 지각의 결과라는 기존 이론이 틀렸다는 말이다.




거울 앞에서 한쪽 눈을 감고 뜬 눈을 손바닥으로 가린 뒤 한참 있다 손을 치우고 거울 속의 눈을 보면 눈동자가 수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빛이 밝으면 눈동자가 수축하고 어두우면 확장된다(실제로는 홍체의 근육이 움직인 결과로 홍체가 가리지 못한 수정체의 부분이 눈동자다). 물론 이런 반응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다. 과도한 빛에 노출됐을 때 눈동자가 바로 수축하는 건(0.15~0.2초에서 수축 속도가 가장 빠름) 빛 에너지가 망막을 손상시키는 걸 막기 위한 진화의 결과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눈동자의 수축반응이 착시를 일으키는 시각피질 같은 고등 사고영역의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다'는 결과를 얻었다. 즉 아사히 착시 같은 밝기 착시를 봤을 때 눈으로 오는 물리적인 빛의 양은 똑같지만 눈동자는 A를 봤을 때 더 많이 수축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감각기관으로 생각했던 눈의 작동이 심리적인 정보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눈동자는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것(지각)을 거의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는 말이다. 한편 착시 그림을 계속 보면 눈동자는 서서히 물리적인 정보에 맞춰 크기가 재조정된다고 한다.





사진
아키라 제공



지난 가을 기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는 늦가을 산 풍경을 담은 사진을 수채화로 그렸다. 이때 잎이 많이 떨어진 나무들 뒤에서 비추는 햇살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정도는 효과를 봤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오른쪽 그림에서 왼쪽 위 부분). 다음에 그림을 그릴 때는 이런 표현을 할 때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강석기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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