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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은 정직한 메타인지 거울을 갖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 용산구 동아사이언스를 찾은 정우성 씨(고려대 생물학과 4학년)와 문소원 씨(연세대 행정학과 3학년)의 얼굴에는 살짝 긴장감이 흘렀다. 정 씨와 문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소위 ‘전교 1등’으로 불리던 수재들이다.




학창시절 정 씨는 ‘이과 1등’, 문 씨는 ‘문과 1등’이었다. “자, 그럼 테스트 시작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멘사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앱) ‘Mensa BiH(멘사 비아이에이치)’로 20분동안 33문제를 푸는 모의 멘사 테스트를 치렀다.




이날 테스트는 전교 1등이 과연 지능지수(IQ)도 높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련한 간이 테스트였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IQ도 높을까.











성적 좋으면 지능도 높을까.


학창시절 전교 1등을 자주 했다는 대학생 정우성 씨(왼쪽)과 문소원 씨를 대상으로 지능지수(IQ)를 확인하기 위해 모의 멘사 테스트를 진행했다. 측정 결과 두 사람 모두 한국인 평관 IQ를 웃돌았다. 김진호 기자
학창시절 전교 1등을 자주 했다는 대학생 정우성 씨(왼쪽)과 문소원 씨를 대상으로 지능지수(IQ)를 확인하기 위해 모의 멘사 테스트를 진행했다. 측정 결과 두 사람 모두 한국인 평관 IQ를 웃돌았다. -김진호 기자-

정 씨는 IQ가 상위 1%인 멘사 회원, 문 씨는 학창시절 성적이 ‘상위 1%’였다. 모의 멘사 테스트 결과 정 씨는 140~160점을, 문 씨는 평균(109점)을 웃도는 120~140점에 속하는 점수를 얻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성적이 좋으면 IQ도 높은 것 같다.




그런데 당사자들의 해석은 달랐다. 정 씨는 “어릴 때부터 도형과 숫자로 구성된 문제를 잘 푸는 편이었다”며 “이런 형태로 구성된 멘사테스트의 결과를 통해 머리가 좋다는 것을 검증하기는 어려운 것 같고, 다만 학교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긴 했다”고 말했다. 문 씨 역시 “스스로 머리가 좋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며 “국어와 영어가 수학이나 과학보다 적성에 더 잘 맞아 문과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똑똑함의 기준, 메타인지



인지과학에서는 지능을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선택을 내리고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단순히 시험문제를 잘 푸는 것을 지능이 높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성적이 좋은 이유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적절히 판단해 해결하는 능력의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이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상태를 알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한다. 자신의 기억과 느낌 등 자신이 지각하는 모든 것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완벽하게 판단을 내려 실행하는 능력이다.




리사 손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메타인지는 스스로 처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는 데 쓰는 지능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흔히 말하는 인지와 메타인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메타인지학습법’의 저자이기도 하다. 




인지는 감각과 지각, 학습, 기억, 언어와 같이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을 말한다. 메타인지는 인지를 통해 얻은 것에 대해 자신이 정말로 아는지 확인하고, 나아가 무엇이 부족하며 이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까지 깨우치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것이 곧 지능이 높다는 뜻이다.




가령 학습에 많은 시간을 쏟는 청소년에게 메타인지의 첫 단계는 자신이 배운 내용을 명확히 알고 있는지, 어떤 개념이 취약해 제대로 응용하지 못하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다.




모르는 내용을 알기 위해 시간을 얼마나 써야 할지는 물론, 이를 혼자서 해낼 수 있는지, 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해 해결책을 내놓는 게 메타인지다.




손 교수는 “사람은 스스로를 왜곡해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며 “학계에서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을 ‘좋은 메타인지 제어(good metacognitive control)’라고 부르며, 거울 앞에 서는 것에 비유해 ‘정직한 메타인지 거울을 갖췄다’고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위권 학생의 경우 대개 이런 거울이 적절하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좋은 메타인지 거울을 가지려면



사람의 인지 발달 단계로 보면 유치원에 입학하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자신만의 세계가 확대된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이 인지한 것에 대해 모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 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손 교수는 “부모의 과잉 기대와 간섭, 섣부른 판단을 통한 지시 등은 자녀의 올바른 메타인지 발달을 방해하는 요소”라며 “자녀가 스스로 자신을 모니터링해 좋은 메타인지 제어 능력을 완성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메타인지는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연구자들은 모니터링과 제어 능력이 균형 있게 자리 잡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능력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1990년 토머스 넬슨 미국 메릴랜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15년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메타기억: 이론적인 배경과 새로운 발견들’이라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학습및동기심리학’에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메타인지를 위한 모니터링과 제어 능력에 대한 이론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뇌 속에서 일어나는 정보 처리 과정은 메타 수준(meta level)과 대상 수준(object level)으로 구분된다. 두 가상의 지점 사이에서 정보가 움직이는데, 이때 정보가 이동하는 통로가 모니터링과 제어에 해당한다.




먼저 우리가 인식하는 정보는 모니터링을 통해 대상 수준에서 메타 수준으로 이동한다. 메타 수준에서는 제어를 가해 대상 수준의 정보를 가공하고 특정 행동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가 메타 수준의 제어를 받지는 않는다. 메타 수준으로 들어간 정보는 특정 시점에서 메타기억이 되며, 종합적인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



 

 

 

 






초등 5학년쯤 메타인지 형성 준비돼



넬슨 교수는 논문에서 “메타인지가 모니터링과 제어가 작용하는 과정이라는 기본적인 이론 틀을 제시한 것”이라며 “좋은 메타인지 형성 과정을 더욱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추후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팀은 넬슨 교수의 이론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학습 주제와 환경에 따라 투자해야 하는 총 시간과 메타인지 능력 형성 사이에 상관관계를 연구했고, 2006년 그 결과를 반영한 ‘최적 시간 할당 모델’을 국제학술지 ‘인지과학’에 발표했다.




최적 시간 할당 모델에 따르면 기존에 학습량이 많거나 관심이 높은 대상에 노력을 더 많이 쏟을 때는 메타인지 능력도 비교적 높게 형성되는 반면, 관심이 없어 잘 접하지 않은 유형의 학습을 해야 할 때는 불필요한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




손 교수는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모니터링 능력은 빠르게 형성되지만, 이를 조정하는 능력은 매우 더디게 발전하는 편”이라며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5학년은 돼야 스스로 제어하는 능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관심이 없거나 못하는 유형의 학습일수록 제어 연습을 꾸준히 진행해 본인에게 맞는 메타인지 능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http://www.dongasci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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