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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바다 사막화, 원인은 성게냐. 지구온난화냐?

바다사막화
 

에메랄드빛 바다, 철썩이는 파도, 새하얀 모래사장,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솔숲. 모든 것이 그림 같다. 아빠와 태연, 바닷가를 걸으며 한껏 휴가 기분에 취한다.



“아빠, 정말 바다가 너어어무 예뻐요. 이상하게 올해는 물 색깔도 더 예쁜 거 같지 않으세요? 하얀 바닥이 들여다보여서 그런가, 이런 걸 바로 에메랄드빛이라고 하는 거죠, 캬~!”



“바다 바닥이 하얀 게 예뻐 보이냐? 하긴 잘 모르는 사람 눈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그건 점점 사막화되고 있는 바다의 슬픈 얼굴이란다.”



“에이, 바닷물이 이렇게 출렁출렁 가득한데 무슨 사막화예요. 농담도 참.”



물 없는 사막이 된다는 게 아니라, 마치 사막처럼 여간해서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는 얘기야. 네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한 해가 다르게 부쩍부쩍 사막화가 진행되는걸 보자니 아빠 마음도 바짝바짝 마르는구나.”

“진짜요? 물고기가 못산다고요? 그건 절대 안 돼요! 제가 해산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잖아요. 사막화가 뭔지 자세히 좀 얘기해주세요.”



‘바다의 사막화’란 바닷가 바위에 살던 미역, 다시마, 감태같은 해조류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산호말 같은 석회조류가 차지하는 현상을 말한단다. 석회조류는 해안 바위 등에 넓게 퍼지는 두꺼운 탄산칼슘 층이어서 그 위에서는 도저히 해조류가 살아남을 수가 없거든. 석회조류가 보통 흰색이나 옅은 분홍색을 띠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whiting event(백화현상)’라고 부르고, 우리나라에서는 갯바위 갯지렁이 할 때 쓰는 ‘갯’과 녹는다는 뜻의 ‘녹음’을 합쳐 ‘갯녹음’이라고 부르고 있지. 이름이야 어찌됐든, 결론은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그걸 먹고 살던 물고기도 사라져버려 바다가 황폐해진다는 거야.”



“말만 들어도 섬뜩해요. 근데 해조류가 없으면 정말 물고기가 못 살아요?”



“해조류가 없는 바다는 나무가 사라진 숲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숲에 나무가 없으면 공기가 나빠지고 짐승이 숨을 곳이나 먹을 것이 부족해져서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될 거야. 그렇지? 바다도 마찬가지란다. 해조류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바닷물에 산소를 공급하고, 새우나 게, 고등 같이 바다 바닥에서 생활하는 저서생물(底棲生物)의 먹이가 되어준단다. 또 많은 물고기가 해조류를 은신처 삼아 서식하기도 하지. 그런데 해조류 대신 석회조류가 바다 바닥을 차지하면, 산소 부족으로 적조현상이 나타나기 쉽고 바다 생명체의 개체 수는 물론 종까지 확 줄어들면서 황폐한 바다가 돼 버린단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데요? 대체 얼마나 많은 바다가 사막화 되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부터 조금씩 시작되더니 최근 들어 사막화 속도가 부쩍 빨라지고 있단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이 조사한 바로는 동해안의 60% 이상에서 갯녹음이 진행되고 있다는구나. 속초는 무려 80%의 바닷가에서 갯녹음이 시작됐고, 포항과 울산, 영덕 쪽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해. 심지어는 청정해역인 울릉도 독도 연안도 30% 가까이 사막화가 진행됐다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니야.



“이거 진짜 큰일인데요? 이유가 뭐예요?”



“학자마다 여러 가지 원인을 주장하고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성게와 지구온난화란다.



“지구온난화는 왠지 이유가 될 것도 같은데, 성게요? 겨우 성게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요?”



“성게만 딱 집어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성게나 불가사리 같이 해조류를 먹고 사는 동물 즉, 조식동물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거야. 성게는 갯녹음이 진행돼서 해조류가 줄어든 뒤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해조류를 싹 다 먹어치우는 특성이 있단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유조선이 좌초되는 바람에 성게가 싹 다 죽었을 때는 해조류가 무성했다가 다시 성게가 나타나자 크게 줄어든 사례도 있어요. 성게가 해조류를 엄청나게 먹어치우고 이 때문에 갯녹음이 일어나는 게 사실이라는 얘기지.”



“아, 그러고 보니 하얗게 변해버린 바위 위에 검은 점 같은 게 자잘하게 박혀있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게 성게였구나! 쫌 징그러운 걸요.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성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있었을 텐데, 갯녹음은 최근에 갑자기 심해졌다면서요. 그럼 성게가 확 늘어난 거예요?”



성게와 불가사리의 천적이 감소하면서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났다는 거지. 하지만 모든 원인을 성게한테 돌릴 순 없어요. 요즘엔 지구온난화를 더 큰 원인으로 보는 학자도 많단다. 갯녹음의 주범인 석회조류는 따뜻한 물에서 훨씬 더 잘 자라거든.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석회조류가 빠르게 퍼졌고 그 때문에 해조류가 사라지게 됐다는 주장이야.”



“지구온난화 정말 싫어요. 날씨를 이렇게 덥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내가 사랑하는 광어, 갈치, 오징어 등 맛있는 물고기들까지 괴롭히고! 갯녹음 문제 더 이상 이대로 둘 수는 없어요. 이제 우리가 나설 때라고요. 자, 출발!”



“어, 어딜 가자고? 지구온난화를 막으러 가자고?”



“아니, 그것까지는 어린 제가 하기 힘들 것 같고요. 성게를 해치우러 가자고요. 전 오늘부터 매일 성게 비빔밥 세 그릇, 성게 미역국 다섯 그릇을 먹어치우는 어린이가 돼서 바다 사막화를 온 몸으로 막아내겠어요. 뭐하세요, 빨리 출발하자니깐!”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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