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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인간의 유전자를 건드려야 할까? 유전자 편집 아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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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가타카》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 즉 ‘맞춤 아기(designer baby)’가 일상적인 근미래 사회를 다룬다. 심지어 유전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태어날 아기의 성격, 재능, 수명까지도 모두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영화 속 설정에 불과하다. 적어도 ‘현재까지’ 이러한 맞춤 아기는 탄생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현재’를 ‘2018년’으로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유전자 조작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 선전난팡과학기술대학교의 허젠쿠이(賀建奎)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1월 25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에 저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쌍둥이 여아를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엄격한 동료 평가(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주장이지만, 사실이라면 이 쌍둥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가 되는 것이다.
 

허젠쿠이 교수의 주장은 커다란 논란을 불러왔다. 세계 과학계는 물론, 중국 과학자 120명이 공개 편지를 통해 이를 ‘미친 짓’이라 비판했으며, 중국 정부와 소속 대학은 미허가 연구를 진행한 문제로 허젠쿠이 교수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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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어 생물학계의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허젠쿠이 교수. 출처: SBS뉴스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임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위적으로 변형된 유전자가 무슨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변형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전자가 우리 형질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골절로 인하여 병원에 찾아오는 수천 명의 아이 중 유달리 자주 병원을 찾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담당 의사가 유전학에 관심이 있다면 눈의 흰 자위에 푸른 반점이 있는 이 아이가 뼈가 쉽게 부서지는 유전병인 골형성 부전증(Osteogenesis imperfecta)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콜라겐 형성에 기여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이 때문에 눈의 공막이 얇아져 흰자위에는 반점이 나타나고, 뼈 조직은 약해진다. 이처럼 하나의 유전자가 복수의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다면발현(Pleiotropy)’이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유전자들은 우리 몸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허젠쿠이 교수는 아이의 에이즈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 ‘CCR5’라 불리는 유전자를 조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CCR5가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한 것 같지 않다. 더군다나 그의 발표자료를 보면 해당 유전자를 제대로 조작하지도 않았다. CCR5가 에이즈 저항력을 갖추려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염기 중 32개의 염기를 잘라야 하는데, 한 아이는 15개만, 다른 한 아이는 4개만 잘라버린 것이다. CCR5가 오직 에이즈 바이러스와 관련된 기능만 수행한다면 상대적으로 문제가 크지 않겠지만 과연 그럴까? 그 변형된 유전자가 무슨 일을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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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유전자 편집이 개체에게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현 시점에서 유전자 편집의 문제
 

피부색, 키, 출생 시 몸무게 등은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피부색이나 키를 결정하는 단일 유전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형질들에는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한다. 따라서 단 하나의 유전자만 편집하여 키를 크게 만든다거나, 피부색을 바꾼다거나 하는 작업을 할 수는 없다. 여기에 앞서 말한 다면발현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확실한 것은 현재 우리는 유전자의 발현에 관한 이 복잡한 관계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의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적용은 오히려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적어도 허젠쿠이 교수의 실험에 사용된 배아들은―그가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면―건강했고 특별한 문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유전자 편집 실험으로 인하여 건강한 아이들이 괜한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에이즈는 유전성 질환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의 성급한 적용은 문제를 부를 수 있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 기술의 성급한 적용은 때때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1950년대, 진정제 및 임산부의 입덧 억제제로 널리 사용되었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의 사례를 보자. 탈리도마이드 시판을 위한 사전 실험에서 탈리도마이드는 쥐, 햄스터, 개, 고양이 등에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인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길 만하다. 그러나 탈리도마이드는 인간 태아의 팔다리의 형성을 방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임신 초기에 이를 복용했을 경우에는 팔다리가 거의 성장하지 않는 등의 심각한 기형을 불러온다. 이 때문에 1960년대 초까지 탈리도마이드 복용으로 인하여 40여 국에서 1만 명이 넘는 기형아가 탄생하였다. 공교롭게도 문제가 생기는 동물은 인간과 일부 토끼 종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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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탈리도마이드는 동물 실험에서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지만, 인간에게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출처: wikipedia)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도 처음에는 안전한 물질이라 칭송받았고, 마약인 필로폰(메스암페타민)도 피로회복제로 널리 사용된 적이 있다. 적어도 해당 물질들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그 위험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인간 유전자 편집 기술의 경우, 현재 수준에서는 이득보다는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나의 유전자를 조작했을 때, 다른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에 대해서 우리는 충분한 지식이 없다. 특히 인간 배아의 유전자 조작은 후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기술이다. 이 점에서 허젠쿠이 교수의 연구는 매우 우려스럽다. 언젠가 인간 유전자 편집이 별 문제가 없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은 오늘은 아닌 것 같다.
 










글: 홍종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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