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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조현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적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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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환자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던 정신건강의학 의사가 환자의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범인은 돌아가신 의사의 환자로서 평소 조울증과 조현병을 앓았다고 전해진다. 돌아가신 분도 안타깝지만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언론을 탈 때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는 것도 안타깝다.
 









조현병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런 편견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조현병(調絃病)이다.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지만 병명의 부정적 의미 때문에 2011년 개명이 이뤄졌다.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신경계의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병이 발생한다는 과학적 해석을 담고 있다. 당시 다른 후보 병명이었던 ‘사고(이완)증’이나 ‘통합(이완)증’ 대신 은유적인 명칭이 최종 채택된 배경에는 부정적 낙인을 떨쳐내고자 하는 환자, 보호자, 그리고 정신과 의사를 포함한 많은 치료진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조현병은 어떤 질환일까? 진단기준(DSM-5)에 따르면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잘못된 믿음(망상), 실제 존재하지 않는 자극을 느끼는 것(환각), 알아들을 수 없는 엉뚱한 말(와해된 언어), 기이하게 움직이거나 특정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와해된 혹은 긴장성 행동), 대인관계를 피하거나 의욕을 잃는 등의 모습(음성 증상)이 두 개 이상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6개월 넘게 지속돼 일이나 대인관계, 자기 관리 등에 있어서 어려움이 발생하면 조현병을 의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망상은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해치려 한다’는 형태의 피해망상이 가장 흔하다. 환각의 경우 환청이 흔한데 즐겁고 좋은 내용 보다는 환자를 비난하고, 위협하거나 특정 행동을 시키면서 환자를 평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환자가 존재하지 않는 소리의 영향을 받고, 현실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변에서는 환자를 경계의 눈빛으로 대하게 된다. 더욱이 증상으로 인해 환자가 극도로 불안해하고, 공포에 휩싸여 흥분하면 소위 ‘미친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이처럼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 조현병 환자는 공격적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최근에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처럼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반대로 환자가 자기 자신을 해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사건이 회자될 때마다 조현병 환자는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무섭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 심지어 이들에 대한 일괄적 규제 및 격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마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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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현병 환자를 격리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우리의 편견이 환자의 아픔을 더 크게 하는 것은 아닐까? (출처: shutterstock)
 









중요한 것은 환자를 동등하게 대하는 사회적 노력


조현병 환자는 정말 위험한 존재일까? 스웨덴에서 1973-2006년 동안의 조현병 환자 8천 3명과 일반인 8만 25명의 의무 및 법무 기록을 살핀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범죄율이 각각 13.2%와 5.3%로 조현병에서 높아 보이지만, 추가 분석에서 물질 장애가 동반된 조현병 환자에서 범죄율은 27.6%, 그렇지 않은 조현병 환자에서는 8.5%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조현병 자체보다는 환자들이 남용하는 알코올이나 각성제, 환각제 등의 약물이 공격성의 주된 원인임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보건사회연구원의 2008년도 조사에서 일반인 1천 3명 중 52.5%가 조현병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폭력이나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정작 조심해야 할 사람은 조현병 환자가 아닌 일반인 자신일 수 있다. ‘2014년 주요 범죄유형별 특성’ 통계에 따르면 검거된 살인 범죄자 중 50.6%의 정신상태가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정신장애가 있는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여기서 정신장애는 정신이상, 정신박약, 기타 정신장애를 모두 포함하기에 실제 조현병 환자가 해당하는 비율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위험하지 않은 조현병 환자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다. 병원에서 조현병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치료를 권유하면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결정을 못 내린다. 대부분 조현병 환자가 되는 것을 일종의 ‘주홍 글씨’로 여기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원인이 큰데도 ‘의지가 부족해’ 병이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음성 증상을 단순히 ‘나태하고 게으른’ 것으로 잘못 여긴다. 치료 받아 회복된 뒤에도 막연히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간주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의 법대 엘린 삭스(Elyn Sacks) 교수는 조현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왜곡된 것임을 보여주는 한 예다. 그는 만성 조현병 환자로 젊을 때 망상, 환각, 와해된 언행으로 세 차례 병원에 입원했고, 회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법학 및 심리학, 정신과학 교수를 겸임하면서 왕성한 학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꾸준한 치료와 자신의 병을 이해하는 가족, 친구들,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분위기의 직장에서 일을 한 덕분에 삭스 교수는 조현병을 극복할 수 있었다. 차별을 경험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나빠지는데 이는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줄이고, 환자를 동등하게 대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1%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환자가 드물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10대 후반에서 3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해 만성적인 경과를 밟기에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고통이 크다.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약 50%가 거의(혹은 어느 정도로) 회복되지만,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조현병 환자를 위험한 수용의 대상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이웃으로 대하는 진정 ‘건강’하고 ‘정상’인 사회를 꿈꿔본다.
 










글 : 최강 르네스병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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