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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나비는 향기로 꽃을 찾지 않는다 ? 선덕여왕의 화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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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제27대 왕 선덕때의 일이다.
 당나라 태종이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세가지 색깔로 그린 모란과 씨앗 서 되(약 5.4ℓ)를 보내왔다. 선덕여왕은 그림 속의 꽃을 보고 “이 꽃은 절대로 향기를 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씨를 뜰에 심었더니 과연 꽃에서 향기가 나지 않았다. 여왕의 슬기에 감탄한 신하들이 어찌 그런 사실을 알았냐고 묻자 여왕은 “꽃을 그렸는데도 나비가 없어 그 꽃에 향기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라고 답하였다. 꽃보다 봄이 먼저 우리 곁에 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겠지만, 우리는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꽃은 종자식물의 생식 기관이며, 식물이 씨를 맺기 위해서는 수분(꽃 가루받이)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물은 자손 번식을 위해 스스로 움직여 짝짓기를 하지만 식물은 그럴 수가 없다. 식물은 수분이라는 짝짓기를 도와줄 매개자를 필요로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벌과 나비와 같은 곤충이다. 벌과 나비는 이 꽃 저 꽃 돌아다니며 꿀을 얻는 동안 그들의 몸에 꽃가루가 붙어 다니며 수분을 도와준다. 곤충과 꽃은 마치 실과 바늘처럼 서로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옛 사람들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두고 여인네를 찾는 남정네를 생각하였다. ‘남나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나비 그림을 많이 그린 남계우의 작품 ‘화접도(花蝶圖)’는 그러한 옛 사람들의 생각을 잘 설명해 주는 조선 시대의 대표적 풍속화이다. 



화접도 속의 나비는 과연 선덕여왕의 판단처럼 향기로 꽃을 찾고 있는 것일까? 벌과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곤충들은 크게 후각과 시각을 통해 사물을 구별한다. 곤충들이 페로몬(Pheromone)을 통해 짝을 찾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방은 페로몬을 만드는 대표적 곤충의 하나인데, 암나방은 아주 미세한 양의 페로몬을 뿌려 수컷을 유혹한다. 공중에 뿌려진 페로몬 분자는 수나방의 더듬이를 통해 인식된다. 수나방은 페로몬 냄새로 암나방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곤충은 더듬이로 냄새를 맡는다). 물론 꽃에서도 벤질아세테이트 (Benzyl Acetate), 메틸벤조산염, 인돌(Indole) 같은 많은 화학 물질, 즉 향기가 배출된다. 꽃은 이들 화학 물질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여러 곤충들을 유인하는 특유의 향기를 내는 것이다. 










꽃을 구별하는 두 번째 방법은 시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러 곤충 중에서도 꿀벌은 꿀을 찾는 뛰어난 시각적 능력 때문에 ‘똑똑한’ 곤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꿀벌은 인간처럼 색을 구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외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외선으로만 구별되는 꽃의 꿀샘 유도 구조를 보고 쉽게 꿀을 찾아낸다. 꿀벌에 비하면 나비의 능력에 대한 연구는 그리 활발한 편이 아니다. 농작물의 수분을 도와주고 꿀을 얻게 해 주는 등 벌이 나비보다 사람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마사 바이스(Martha Weiss)의 연구는 나비 또한 색깔을 구별할 줄 알며, 학습 능력이 뛰어난 곤충임을 입증하고 있다. 






란타나(Lantana Camara Linn)라는 열대 식물의 꽃 색깔은 맨 처음 노란색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렌지색을 거쳐 빨간색으로 변한다.꿀의 양은 노란색일 때 가장 많고 빨간색일 때에는 거의 없어진다. 바이스는 여러 가지 색의 꽃이 섞여 있는 숲에 남방공작나비(Precis Almana)와 큰 표범나비(Fabriciana Nerippe)를 풀어 놓고 관찰했다. 맨 처음 나비들은 색을 구분하지 않고 찾아 다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나비들은 빨간색 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꿀이 풍부한 노란색 꽃만 찾아 다녔다. 꽃은 신호등처럼 색깔을 바꿈으로써 언제 신선한 꿀이 충만한지를 나비에게 알린 셈이며, 또 나비는 꽃의 그러한 신호를 인지하여 자신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비들의 학습 능력이 한 가지 색을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바이스에 따르면 나비들에게 색을 바꾸어 가며 꿀을 주는 실험을 했더니, 10회 이내의 시행착오 끝에 좋아하는 색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화접도의 나비는 향기가 아닌 색깔과 모양을 보고 꽃을 찾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최근 아로마테라피(Aroma Therapy)같은 향기 산업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비보다는 사람들이 꽃의 향기에 더 이끌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결국 선덕여왕은 코로 꽃을 찾았지만, 나비는 눈으로 꽃을 찾은 것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 입장에서 자연을 설명하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선덕여왕의 이야기는 그러한 오류가 오래 전부터 있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글: 정창훈/과학컬럼니스트, ‘과학 오디세이’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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